태국여행기(1)

2019.03.11 18:36

김학 조회 수:46

미세먼지 없는 나라, 태국

-태국여행기①-

김 학

미세먼지가 없는 태국의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옛날 우리나라의 가을하늘 같았다. 오랜 세월 잊고 살았던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란 말이 떠올랐다. 태국은 중국과 붙어 있는 나라인데 왜 미세먼지가 날아오지 않는지 궁금하여 가이드에게 물어 보았다. 태국과 중국 사이엔 큰 산이 가로막고 있어서 바람이 태국으로 불어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국은 참으로 복 받은 나라구나 싶었다. 태국은 지금까지 외국의 침략을 받아보지 않은 나라라고 했던 가이드의 설명이 떠올랐다.

5박6일 일정으로 태국을 비롯하여 라오스와 미안마를 찾는 이번 동남아 여행은 나를 설레게 했다. 이미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가보았지만, 아직도 상감마마가 있는 입헌군주국 태국은 간 적이 없어서 꼭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였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3월 1일, 오후 6시 5분쯤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태국 치앙마이국제공항으로 가는 대한항공 KE667편 43C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 비행기에는 우리 일행 17명 외에도 골프채를 싣고 떠나는 한국인 골프 마니아들이 많이 동승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보면 동남아 여러 나라로 떠나는 골프 여행객들이 많이 눈에 띄어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렵다는 말이 엄살처럼 생각되었다.

우리나라와 태국은 시차가 2시간이다. 치앙마이국제공항에 도착하여 현지 가이드를 만나면서 바로 손목시계의 시침을 두 시간 뒤로 돌렸다. 하긴 내 친구 유응교 시인도 지난겨울 한 달 동안이나 태국에 머물며 부부동반 골프여행을 하고 왔다고 했었다. 골프 마니아들 중에는 해마다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부럽기 짝이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대한항공은 6시간 만에 치앙마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가이드가 안내하는 버스를 타고 가서 홀리데이 인 호텔(Holiday inn Hotel)에서 여장을 풀었다.

호텔 방에 들어가니 룸메이트가 이상선 씨로 바뀌었다. 일행 17명 가운데 유일하게 안면이 있는 이상선 씨는 2017년 러시아 연해주 여행을 함께 했던 인연이 있었다. 그 때문에 나의 룸메이트가 된 것이다. 샤워를 하고 텔레비전을 켰다. 채널을 돌려도 태국어 방송만 나오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계속 채널을 돌려 보았다. YTN월드 채널이 잡혔다. 한국어로 한국뉴스를 보니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또 채널을 돌려보니 아리랑TV도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KBS월드가 보였는데 이 호텔에서는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태국여행이 시작되었다. 치앙마이는 트레킹(Trekking)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오전에는 코끼리 공원을 찾았다. 태국의 농경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우마차를 타고 코끼리캠프로 귀환하여 대나무뗏목을 타고 매땡강 탐사에 나섰다. 관광객을 여덟 명씩 태우고 태국 젊은이 두 사람이 앞뒤에서 긴 장대로 강바닥을 짚고 힘껏 밀었다. 뗏목이 앞으로 흘러갔다. 강폭이나 깊이는 전주천이나 비슷했는데 물빛은 흙탕물이었다. 푸르스름한 코끼리똥이 즐비했다. 뗏목을 타고 가면서 보니 간간이 열대과일을 파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뗏목에서 내려 우마차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돌아와서 두 사람씩 코끼리를 탔다. 나와 내 룸메이트를 태운 코끼리는 우리의 몸무게가 무거웠는지 강물 건너편 산길로 올라가면서 등을 씰룩씰룩 흔들어 대는 바람에 허리가 아팠다. 수고한 코끼리에게 줄 바나나를 한 소쿠리 사오지 않은 것을 눈치 챈 것 같아 마음이 뜨끔했다. 코끼리 투어를 마친 뒤 코끼리 쇼를 보러 갔다.

관광객들 앞에서 코끼리 11마리가 그 동안 배운 묘기를 선보였다. 그 큰 발로 공을 차는 코끼리 축구의 페널티킥을 선보이고, 농구실력도 보여주었다. 코끼리가 화가로 변신하여 눈길을 끌었다. 앞에 캔버스를 세워놓고 코끼리 조련사가 색깔을 묻힌 붓을 코에 꽂아주면 하얀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다. 나무와 아름다운 꽃을 그렸다. 관광객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그러면 코끼리는 머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그 코끼리 화가는 언제 누구에게 그림그리는 법을 배웠을까?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하얀 티셔츠에 옮겨서 기념품으로 만들어 팔고 다니기도 했다.

오후엔 태국 최고의 불교 예술가인 차름차이 교수의 백색사원 왓렁쿤을 둘러보았다. 거의 모든 불상이나 사찰이 황금색인데 이 사찰은 흰색이어서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 백색사원에서 우리는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추억의 앨범을 만들었다.

오늘의 관광 하이라이트는 전통 안마였다. 이층 건물이 온통 안마를 받는 곳이었다. 건물 1층에서 양말을 벗어 신발 속에 넣어두고 안마사를 따라가면 줄지어 펼쳐진 매트리스가 나왔다. 한 방에 여덟 개의 매트리스가 펼쳐져 있었다. 그곳에서 안마사가 건네주는 옷으로 갈아입고 자리에 누우면 안마는 시작되었다. 발부터 머리까지 무려 2시간이나 온몸을 구석구석 마사지를 해주었다. 때로는 아프고 힘들어도 안마사에게 그대로 맡길 수밖에 없었다. 마사지가 끝나고 나면 몸이 가볍고 개운해졌다. 이래서 안마를 하는 모양이다. 안마가 발달한 태국은 가정주부들에게 마사지기술을 가르쳐서 새로운 소득원으로 활용하는 것 같았다. 2시간이나 안마를 하면서 게으름이나 요령을 피우지 않았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하여 마사지를 하니 절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받아본 태국 마사지는 나를 2시간 동안 행복하게 해주었다.

(201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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