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주는 아이들

2019.03.12 07:11

변명옥 조회 수:42

행복을 주는 아이들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변명옥

 

 

 

 우리 마태어린이들은 비밀의 숲 녹색정원에서 살아간다. 실내놀이를 하다가도 선생님이 “바깥놀이 가자.” 하면 빨리 나가고 싶어 고사리 손으로 혼자 신을 신으려고 끙끙 거린다. 선생님을 따라 조금만 길을 오르면 작은 산과 풀밭이 어린이들의 놀이터다. 약간 비탈진 길이지만 선생님의 노랫소리에 맞추어 하나 둘하며 오른다. 홍조 띤 귀여운 볼과 까만 머리칼이 금세 땀에 젖는다. 오늘은 이야기를 끝내고 나오는데 4세반 친구들이 미끄럼틀을 타고 놀다가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이야기할머니, 조심하세요.

 “이야기할머니, 부딪히지 마세요.

하더니 한 남자아이는 머리칼이 이마에 착 달라붙은 채

 “할머니, 사고 나면 내가 도와줄게요.

하며 헤어지는 게 아쉬운지 몇 번이나 달려와 내 치마를 붙잡는다. 4세 아이가 70살 먹은 나를 도와준다니,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고 싶다. 우리 꼬마 천사들 때문에 오늘도 발걸음이 가볍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꼬마들 사이에 급식실 일하는 할머니가 어느새 교실로 들어와 어린이들 옆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함우치의 명판결’이라는 이야기인데 4세 어린이들은 조금 어려운 주제라 걱정이었는데 급식실 할머니의 참여로 힘을 얻었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급식실 창문을 조금 열어 놓고 재미있다고 웃고 박수치던 할머니다.  

 

  “도둑이 홍기섭의 집안을 살금살금 뒤지기 시작했어요.

‘도둑의 돈을 돌려준 선비 홍기섭’ 이야기다. 며칠 굶은 선비 홍기섭의 집에 도둑질하러 왔던 도둑이 하도 가난한 집이라 돈 열 냥을 일부러 솥 속에 놓고 갔다. 쌀을 사러 가자는 아내의 말에 홍기섭은 선비는 굶어 죽어도 남의 재물에 손대지 않는다며 도로 돌려주었다. 홍기섭의 정직함에 감탄한 도둑이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홍기섭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되었다. 6세 남자 어린이가 번쩍 손을 들더니

 “대단한 사람이에요.

했다. 그 대답에 깜짝 놀라

 “너도 정말 대단한 어린이다. 그런 대답을 하다니.

라고 칭찬해 주었다.

 

 호랑이, , 늑대, 토끼같은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를 하면 까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쫑긋 세우며 앞으로 다가 앉는다. 동물이나 나무가 말을 해도

 “왜, 어떻게 말을 해요?

하는 법이 없다. 당연히 동식물도 생각이 있고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곰티재 호랑이>에서 떡장수를 하는 순이가 깜깜한 밤에 곰티재를 넘다가 입을 떡 벌린 호랑이를 만났다. ‘아이고, 죽었구나!’ 하고 눈을 꼭 감고 벌벌 떨고 서 있었다. 한참이 지나도 호랑이가 조용해서 자세히 보았더니 호랑이 목구멍에 큰 나무가시가 박혀있었다는 이야기다. 용기를 낸 순이가 호랑이 목에 손을 넣어 가시를 빼주었더니 며칠이 지난 후 늑대도 쫓아주고 날마다 곰티재에서 순이를 기다렸다가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끝나고 그림을 보여주는데 한 여자어린이가 손을 들었다.

 

 “이야기할머니, 밤인데 그림이 하얗게 되어 있어요?

해서 그림을 다시 보니 배경이 하얗게 되어있는 게 아닌가?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보고 지나쳐버린 그림인데, 그 아이는 금방 잘못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이야기할머니 본부에 이야기해서 다음해부터는 그림의 배경이 밤처럼 어둡게 칠해졌다.

 

 조금 일찍 도착해 어린이들의 눈에 띄면

“이야기할머니 오셨다.

하고 난리가 난다. 창문으로 내다보는 것은 약과다.  문 열고 마중 나오는 어린이, 보고 싶었다며 매달리는 아이, 유치원 선생님이 말려도 소용없다. 유치원 선생님한테 미안해서 조금 일찍 도착하면 빈 교실에 가서  심호흡을 하며 이야기 할 준비를 한다.

 

 선현미담은 훌륭한 삶을 산 우리조상들의 이야기다. 을지문덕, 세종대왕, 맹사성 같은 위인 이야기는 조금 지루해 할 수 있다.  6,7세 어린이들은 괜찮은데 4,5세 어린이에게는 어렵다. 선현미담을 해야 하는 주는 더 많이 연습해서 어린이들이 즐겁게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밝혀 줄 등불인 우리 어린이들의 앞날에 어려운 일이 닥쳐 넘어졌을 때 이야기속의 위인들처럼 슬기롭게 다시 일어서서 힘차게 다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유치원 문을 나선다.  

                                     (2019.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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