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나깨나 막말

2019.03.25 07:00

한성덕 조회 수:4

되나깨나 막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우리말에 ‘도나개나’라는 말이 있다. 윷놀이에서 도, , , , , 가운데 도와 개는 너무 자주 나와 하찮다는 말이요, 아무나 아무렇게 던져도 개가 나온다고 해서 쓰이는 말이다. 그것의 표준어는 ‘도나캐나’이다. 그 뜻은 ‘아무나’ 또는 ‘하찮은’인데, 경상도의 된 발음으로 ‘되나 깨나’라고 한다.  

  작금에 일고 있는 언어폭력과 막말들이 냉큼 사라지지 않고 멍울져 있다. 세계 어느 나라 언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우리말이 아닌가? 존댓말과 예사로운 말이 확연히 구별되는 동방의 예의 바른 나라다. 얼마든지 품격과 예의로 할 수 있는데, 저토록 깔아뭉개듯이 말을 해야 위신이 서는지 분노가 솟았다. 막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천박하게 만든다. 고상해 보이지 않아서 왠지 서글프고, 놀라서 어리벙벙하던 참인데, 한 언론사에서 직장 내 언어폭력 실태를 조사한 내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직장인 1,000여 명에게 가장 불쾌감을 느낀 폭언을 물었다. 1위가 인격모독인데 “머리는 장식품으로 가지고 다니나?” “일을 이 따위로 하고서도 밥이 넘어 가냐?2위는 무시하며 깔보듯 하는 호통으로,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마.”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3위는 열심히 일한 것을 비하하는 말로, “이걸 완성본이라고 들고 온 거냐?” “이 회사 다니기 싫지?4위는 욕설과 비속어로 “야, 이 건방진 00야.” “저 00는 도대체 기본이 안 돼 있어.” 마지막 5위는 성희롱 의도가 있는 말로, “여자가 따라 주는 술이 더 잘 넘어가지.” “어이, 커피 한 잔 안주나?”하는 조사결과였다.

  다음은, 무엇을 막말이라고 하나싶어서 살펴보았다. 욕설을 비롯한 폭언과 모욕, 모독적 언사, 악담과 저주, 외설적 언행 따위를 일컫는 말이라고 했다. 보통은 듣는 사람이나 그 말의 대상에게 상처되는 말인데,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말들이라 언급하고 있다.

  흔히 막말은 공적인 자리보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다. 공적인 면의 막말은 자신의 사회적 명성과 이미지나 경력 등에 타격을 주고,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는 만큼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 친밀감이 좋고 막역한 사이에 막말이 잦다. 그마저도 내 경우는,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키라.”는 고등학생 때 하신 선생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두고 삼가 조심하면서 산다.  

  기독교신자요, 목사라는 직함이 나를 얽어맨 탓도 있지만, 그런 폭언이나 비속어나 막말이 용납되지 않는다. 부모에게서도 그런 천박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고, 5형제가 두 살 터울로 나란히 자랐지만 해본 바도 없다. 금싸라기 같은 말을 옥구슬에 꿰면서 살아도 다 못하고 죽을 인생인데, 그 따위 말로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다니,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초등학생 때 할아버지는 “빌어먹을 놈”이라는 말을 간혹 하셨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버님은 손자들이 빌어먹으면 좋으신가요?” 하셨다. 고루한 시대에 시아버지께 어찌 그러셨는지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도 ‘우리엄마 참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뒤로는 우리 집에서 그 말이 사라졌다.  

  기업과 정치권에서 날려버린 막말들은 어떤가? 한진그룹의 조현아 조현민 자매와 어머니 이명희 씨는 직원 들에게 퍼부은 막말로 유명(?)해졌다. 그들의 이름을 누가 얼마나 알았던가? 이미 다 드러난 사실이어서 숨길 이유도 명분도 없다. 그 때문에 나라가 떠들썩하고, 한진그룹의 경영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막대한 손실에 화들짝 놀랐을 것이다. 대대적인 언론의 질타와 국민들의 분노로 들끓었으니 지금쯤은 겸손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2016년의 일이다. 그 당시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는 사람이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민중은 개, 돼지”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 이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 그 직에서 파면된 적이 있었다.  

  최근,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5.18 유공자 단체를 향해 “5.18 유공자는 괴물집단”이라고 쏘아붙였다. 그 당의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어떤 젊은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에게 “저딴 게 대통령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그 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막말을 자랑스럽게(?) 해도 끄떡없는 사람들과 한 나라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게 서글프다.

  사람들이 막말을 나쁘다고 성토하면 좀 나아질까? 어떤 막말은 “그럴 수도 있지.”, “틀린 말도 아닌데 뭘.” 그러는가 하면, ‘사이다 발언’이라고 환호까지 한다니 사라질 턱이 요원해 보인다. 막말 쓰나미가 밀려올까 걱정이다. 좋은 것은 거북이 걸음이고, 나쁜 것은 아차 하는 순간 곰팡이처럼 퍼진다. 막말 역시 우리자녀들에게 여과 없이 그냥 굴러들어간다.

  나라의 현재를 염려한다면, 상대를 조금이라도 존중한다면, 후손들에게 보여줄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되나 깨나 막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201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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