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들의 추억 쌓기

2019.03.25 07:28

신효선 조회 수:3

할매들의 추억 쌓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 효 선

 

 

 

 

  붉게 물든 단풍이 절정을 이룬 가을의 끝자락, 나들이를 떠나는 이들이 많다. 나도 친구들과 가을 추억을 만들려는 설렘을 안고 경상남도 거제도를 향해 나섰다. 며칠 전부터 날씨를 보았건만 일기예보는 우리의 마음을 흐리게 했다. 고등학교 동창 9명이 승용차 2대로 23일 나들이를 떠나는데, 준비물은 각자 집에서 반찬 한 가지씩 가져오기로 했다. 나는 올해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 상추, 치커리 등 싱싱한 채소를 가져가기로 했다. 친절한 총무님은 채소가 무겁다고 오늘도 승용차로 우리 집까지 왔다.

  나뭇잎 구르는 소리에도 까르르 웃던 여고동창들. 졸업한 지 50년이 가까워 이젠 노년의 모습으로 설렘을 넘어 떨리기까지 하는 여행이다. 거제도에는 바람의 언덕, 외도, 해금강, 장사도, 여차홍포전망대, 매물도, 학동 몽돌해수욕장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중에서 몇 곳을 골라 구경하기로 했다.

  거제도에 가는 도중에 통영중앙시장에 들렀다. 시장에는 싱싱하고 다양한 해산물이 넘쳐났고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었다. 저녁에 먹을 횟감과 다음 날 아침으로 전복죽을 먹고자 장을 보았다. 전복을 파는 아주머니는 요리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예약된 대명리조트로 갔다. 쪽빛 바다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춘 거제도에 자리한 리조트는 우리 할매들의 추억을 쌓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가지고 온 짐을 대충 풀어놓고 친구들 몇 명은 리조트 아래 해안 산책로로 내려갔다. 해변과 바다 위에 예쁜 나무 계단으로 설치된 데크 길을 걸으며, 우리는 옛날 단발머리에 하얀 칼라의 교복을 입은 여고시절로 돌아갔다. 푸른 빛 바다의 파도를 타고 들려오는 조개껍질과 조약돌의 속삭임은 우리의 마음을 동심의 세계로 유혹했다. 모든 잡념은 저 바다에 흘려버리고 우리는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 쌓기에 빠져들었다.

  통영시장에서 사 온 횟감이 저녁 주 메뉴다. 친구들이 가져온 반찬을 모두 내놓으니 진수성찬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리는 흐뭇한 만찬을 즐겼다.

  윷놀이가 시작되었다. 이전에 친구들과 다녀온 제주도, 선운사 여행 때와 같이 윷놀이는 밤늦도록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50여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꿈 많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함께 웃고 즐거웠던 시간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나는 끝날 줄 모르는 윷놀이를 구경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먼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친구들과 ‘바람의 언덕’에 올라갔다. 국내 여름 여행지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다. 언덕 위의 풍차가 이국적인 풍경을 더해 아름다운 남해가 한 폭의 그림엽서 같았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거제도 바다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

  장사도는 선착장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는 동백, 후박나무가 지천으로 자생한 아름다운 해상공원이다. 좌우로 스쳐 지나가는 크고 작은 섬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이 섬은 들어오는 선착장과 나가는 선착장이 따로 있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이기도 하고, 바다로 둘러싸여 가는 곳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었다. 중간 중간에 옛날 사람들이 살던 조그마한 오두막 같은 집과 지금은 폐교된 학교, 마을의 유물 같은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한산도에 딸린 작은 섬 장사도가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외도를 능가할 정도로 자연 속의 관광지로 잘 꾸며져 있었다. 하나님이 만든 아름다운 자연을 사람이 다듬고 가꾸어 놓은 아름다운 풍광에 잔잔하게 밀려오는 바닷바람의 향기에 발걸음이 경쾌해졌다.

  2018331일 개통한 ‘거제관광모노레일’은 거제도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30분 오르니 계룡산 정상에 닿았다. 수려한 해안지형과 이국적인 바다풍경이 일품이었다. 전망대 아래로 거제면의 들판과 다도해 풍경이 평화롭게 펼쳐졌다. 관광 목적으로 설치한 모노레일로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 6.25의 생생한 현장을 한 눈에 느낄 수 있는 계룡산 상부에 있는 옛 미군통신대까지 왕복 3.54㎞로 거제 시가지와 남해바다가 한 눈에 보였다.

  비록 23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친구들아, 고마워!"

이렇게 맛있는 추억은 추억창고에 저장해 두었다가 언젠가 그날을 기억하며 꺼내 보자꾸나. 친구들이여 파이팅!

 

(2018.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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