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주님이라니

2019.04.09 07:14

김창임 조회 수:6

 내가 공주님이라니

    신아문예대학 수필 창작 금요반 김창임

 

 

  “공주님, 어서 오세요!

 주일날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가니, 우리와 함께 성서공부를 했던 요셉형제님이 건네준 인사말이다옆에 있던 남편이

  “너무 그렇게 높여 부르지 마세요.

라고 그에게 말했다. 남편은 그런 식으로 인사를 하면 아내가 마치 공주라도 된 것처럼 행세를 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남편이 힘들것이라는 이야기였다.

 내 나이 일흔이 되고 이렇게 야위고 원래 얼굴도 훤칠하지 않아서 그런 말을 하면 그냥 듣고 넘기는 편이다. 너무 거리가 먼 칭찬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재직 시절 나의 별명은 ‘공주 같은 선생님’이라거나 ‘인형 같은 선생님’으로 통했다. 학부형이나 어린이들 그리고 선생님들 몇 분이 나를 그렇게 불렀다. 너무도 거리가 먼 별명 같아서 나는 ‘감사하다.’고도 하지 않고 어색해하며 그냥 지냈었다. 그때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김 선생님이 공주로 생각하고 사는가?’ 혹은 ‘어색해서 그런 것인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부를 때 ‘나 같은 사람을 왜 그렇게 부를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나는 체격이 큰 편이 아니라서 크게 보이려고 옷의 색깔은 화사하고, 디자인은 치마폭을 넓게 하여 옷을 입었다. 또 어깨부분은 샤링(Shiring)을 만들고, 허리부분은 꼭 맞고 단으로 자연스럽게 넓혀진 스커트를 후레아라고 했다. 그런 디자인으로 하려고 광주 도미양장점에 부탁하여 옷을 예쁘고 개성이 뚜렷하게 입어 왔다. 아마 그게 나를 그렇게 부르는 이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성에 살던 젊은 시절 어느 날, 내가 따르는 선배인 강후자 선생님이 ‘내가 옷을 멋없이 입는다.’며 광주 충장로에 있는 도미양장점에 데리고 갔다. 그곳에서 옷을 맞추려는데 가격이 백화점 못지않게 비싸서 처음에는 한 벌을 못 맞추고 상의만 맞추었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하의를 맞추어야만 했다. 도미양장점은 옷값은 비싸지만 그만큼 예쁘고 개성이 뚜렷하게 옷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정읍에서 그런 디자인을 한 옷은 나 혼자 입고 다녔다. 그 뒤에 옷 가게에 가면 내가 입던 옷과 같은 디자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만큼 그 양장점은 모델들에게 옷을 입혀서 반응이 좋으면 손님들에게 권했다.

 도미에서 맞춘 옷은 2,30년이 지난 지금도 장롱에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입을 수 있다. 옷값이 비싸다지만 사실은 나에게는 비싼 편이 아니었다. 살이 많이 찌는 체질이라면 과거에 입었던 옷이 아무리 예쁘다 할지라도 몇 년 뒤에는 입을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체중이 늘지 않아서 오래도록 입을 수 가 있다. 원래 내 성격은 옷이나 음식을 잘 바꾸지 않는 편이다. 평소 의복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나에게 자기도 그 곳에서 옷을 맞추고 싶다면서 주소를 묻기에 여러분을 소개해주었다. 그 뒤에 그분들이 그 곳에 가서 옷을 맞추었는지는 모르겠.

  도미양장점 덕분에 나는 어디를 가나 옷이 너무 예쁘다는 칭찬의 말을 많이 들었다. 대흥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이 교감선생님께서 교무실에 가면 내 옷차림을 보시고 서부영화의 주인공 같다고 칭찬을 하셨다. 그리고 동신초등학교에 근무할 때는 가장 멋에 신경을 쓰신 선배 B교사는 내가 교무실에 결재를 받으러 가면 나더러 공주패션이라고 하였다. 나를 볼 때마다 그 말을 하니 내 기분은 싫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장학평가를 받던 날 연구수업을 하게 되었다. 장학사님이 수업에 대한 강평을 하면서 수업도 잘 했지만 옷차림까지 좋았다고 하시어 기분이 아주 좋았다.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고 하더니만 내가 칭찬을 받았다면 하늘나라에 가신 우리 어머니는 믿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분은 딸만 셋을 둔 집에 양자로 오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느라고 조상숭배인 제사만을 위해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나는 변변한 옷이 없어서 외갓집에 갈 때는 남의 원피스를 빌려 입고 가야만 했었다. 옷을 빌려준 애의 집은 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홀어머니 밑에서 살았지만 그녀의 어머니가 재봉틀로 직접 만들어 주었었다. 어머니만 계신 집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빈자리는 채우지 못해도 오히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산다는 것을 느끼고 때로는 부럽기까지도 했다.

 사회생활에서 ‘옷값이 비싸지는 않더라도 잘 입는다면 그것도 하나의 전략이다.’라고 하지 않던가? 예쁘지 않은 옷만 입히시면서 ‘우리 딸은 예쁘지 않아서 걱정이다.’라고 하신 우리 어머니가 이해가 안 되었다. 그래서 그 부분이 한에 맺혀서 그 누구보다도 개성 있고 화사하게 옷을 입고 다니려고 애써왔다. 그래서인지 이 나이에 공주님이라는 말까지 들어서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2019.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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