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길

2019.04.13 05:57

정근식 조회 수:39

통일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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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식 /국민연금공단/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처음부터 생겨난 길은 없다. 길은 원래 숲이나 벌판이었다. 누군가 처음 지나간 숲이나 벌판을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가고 오고 또 오고 가서 바닥이 단단해지고 굳어져 길이 되었다. 사람이 다니는 사소한 길도 수없이 많은 왕래가 있어야 만들어지는데,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나라의 통일은 지뢰밭을 뚫고 철조망을 걷어야 하는 멀고도 험악한 길이다. 
 지난해 4월 27일, 세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만남이 있었다. 남과 북의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났다. 두 정상의 만남은 온 겨레에게 감동이었다. 생시냐고 묻는 국민이 나올 정도로 환호하면서, 전 국민이 텔레비전에 집중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평화의 문을 크게 열었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한반도의 화약고는 평화지역으로 변화되었고 간간히 통일이란 단어가 외국 언론에서 표현되기도 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두 번의 과거 정상회담과는 다른 모습이다. 만나는 장소가 달랐고 분위기가 달랐고 회담의 내용이 달랐다. 과거 두 번의 만남은 험한 길을 처음 건너는데 의미를 두었다면, 이번에는 실질적인 길을 다지는 역할을 하였다.
 두 정상의 첫 만남은 이색적이었다. 손에 손을 잡고 남한에서 북한으로 갔다가 다시 남한으로 내려오는 모습은 아이들 소꿉놀이처럼 정겨웠다. 특히 벤치에서 마주보고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는 모습은 아들과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편안하고 다정스럽기까지 하였다.
 회담 결과,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하였다. 판문점 선언의 서두에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 라고 밝혔다.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를 여는 순간을이었다. 또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를 했으며,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의 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길은 사람의 육신만 이동하는 통로가 아니다. 길에는 인정과 믿음도 함께 지나간다. 위치상으로 가까운 지역이라도 길이 없다면 가까워 질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치다. 통일의 길은 사람의 육신의 이동도 중요하지만, 겨레의 핏줄이 흐르고 혼이 지나가야 할 자리다. 그래서 길을 통해 겨레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대의 대통령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할아버지가 갔던 길을 아들이 가고 손자가 가서 산길이 만들듯, 김대중 대통령이 개척한 길을 노무현 대통령이 따라갔고 그 길을 다시 문재인 대통령이 큰 발자국으로 따라가면서 길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오늘 두 정상의 큰 발자국만으로 통일의 길을 쉽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간 길을 누군가 또 가고 그 길을 수없이 많은 우리 겨레가 가고 오고해야 비로소 만들어 질 것이다.
 우리 모두는 통일을 염원하지만 쉽지 않다. 남과 북이 반목과 불신과 갈등을 하루 아침에  모두 풀 수 없다. 아직은 무력 경쟁이 체제의 우월성임을 믿고 준비한 대량 살상무기들이 남아 있어 신뢰가 무너지는 날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부단히 통일의 길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은 상처만 받고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분단 후 70년 동안 가지 못한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휴전선으로 막힌 겨레의 동맥경화를 하루의 만남으로 막힌 길을 모두 뚫을 수는 없다. 그러나 언젠가 가야 할 길이기에 내가 못가면 아들이 가고 아들이 못가면 손자가, 후손이라도 꼭 가야 하는 길이다.
 길은 산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장도로도 있다. 포장도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차곡차곡 딛지 않아도 장비를 이용하면 만들 수 있다. 장비를 통해 길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술자가 필요하다. 두 정상이 통일의 길을 만드는 숙련된 기술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불도저 운전자가 되고 도로측량 기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두 정상이 기술자가 되어 닦은 통일의 길을 우리 8천만 겨레가 오고 가고 또 가고 오면서 다질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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