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과 효사상

2019.05.07 06:51

고재흠 조회 수:55

어버이날과 효(孝)사상/고재흠

 


효(孝)의 역사는 인류의 시작과 더불어 시작되었을 것이다. 효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하는 도리이며, 인륜의 근본이 되는 덕목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효는 인(仁)의 행함의 근본”이요, “덕의 근본이며, 모든 가르침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또 “인간의 죄(罪)는 3천으로 분류되고, 그 중에서 불효가 가장 큰 죄라고 하였다. 이러한 효는 전통적 가치관의 주류를 이루어 사람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되어 왔다.

효에 관한 문헌과 효를 행한 기록을 살펴보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효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단군왕검 강령에 보면 “오직 부모를 잘 공경하라.”는 구절이 있다. ‘단군세기’에는 초대 단군왕검의 8대 강령이 있는데 여기에 3조가 바로 효에 관한 내용이다.

“너를 낳으신 분은 부모요, 부모는 하늘로부터 내려오셨으니 오직 너희 부모를 잘 공경하여야 능히 하느님을 경배할 수 있느니라. 이러한 정신이 온 나라에 퍼져나가면 충효가 되나니 너희가 도를 몸으로 잘 익히면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먼저 벗어나 살 수 있으리라.”

그러나 해방이후 한국 사회는 서구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역사적 유산인 효의 가치관과 윤리관이 점차 와해되어 가고 미덕행위가 흔들리기 시작하였으며, 급속한 산업사회로 인해 근래에 와서 효의 부재, 인간성 상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매체의 자료에 의하면 부모(조부모 포함)나 배우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존속범죄는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존속범죄와 별도로 관리되는 존속살해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매년 50명 안팎 존속살해범이 등장하면서 최근 5년간 존속살해 피의자 수는 총 266명에 달했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노인학대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수만 건의 학대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이중 가해자 절반이 자녀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사위나 손자 손녀까지 포함하면 10명 중 7명이 가족이다. 모진 말 한마디도 나이든 부모에게는 가슴 아픈 상처가 되는 것이다.

돈 때문에 부모를 잔인하게 살해하는가 하면, 부모가 늙었다고 학대하는 패륜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요즘에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수발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사건이 잦다. 오죽했으면 천륜을 버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지 마음이 무겁다. 치매 환자의 치료나 간병 비용도 엄청나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몸과 마음의 고통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 숨진 뒤 한참 만에 발견되는 ‘고독사’가 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는 여전히 자식들의 봉양에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다. 재산이 없고 아파서 일도 못 하는 노인이라도 돈 버는 자식이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비수급 빈곤층 노인 중 절반은 자식에게 생활비 한 푼 못 받는데 말이다. 따라서 다른 선진국들처럼 빈곤층 노인에 대해선 국가가 부양하는 시스템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 효(孝)가 사라져가는 빈자리를 사회적 효라도 채우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경기불황과 청년실업 시대를 헤쳐 나가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느라 내 부모도 미처 돌아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저마다 먹고살기 바쁘다는 구실로 치열한 경쟁 속에 갈수록 팍팍해지는 사회다. 이런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베푸는 것은 무한정이다. 그래서 어떤 여건이나 처지에서도 부모를 존경하고 감사해야 한다. 집집마다 부모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거나, 여의치 않으면 전화로라도 안부를 전할 것이다.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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