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4)

2019.05.10 06:16

최은우 조회 수:29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 (4)

- 식물나라 한림공원을 산책하며 -

   신아문예대학 금요수필반 최은우

 

 

  

 

  한림공원에서는 연중 축제가 열린다. 시원한 바람 일렁이며 억새가 만발하는 요즈음 같은 10월에는 여리여리한 연분홍억새 핑크뮬리도 공원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가을바람에 산발한 연분홍 머릿결을 휘날리며 관광객을 유혹한다.

 

  1월의 수선화정원에는 혹한의 겨울을 견디고 수줍게 피어난 오십만 송이에 달하는 금잔옥대 수선화와 제주 수선화가 생명의 약동을 알린다. 2월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버드나무 늘어지는 90년생 능수백매화와 능수홍매화가 장관을 이루며 단아한 자태를 뽐낸다.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의 왕벚꽃 동산에는 수백 그루의 왕벚나무가 화려하게 피어나 하늘을 수놓고 있어 왕벚꽃 축제가 열린다.

 

  4월에는 산야초원 내 튤립정원에서 알록달록 튤립 축제가 한창이다. 5월에는 남미 브라질이 원산지인 부겐빌레아가 분홍, 빨강, 주황, 노랑, 보라, 하양 등 화사한 색상을 뽐내며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한, 봄을 맞아 새우란, 꽃양귀비, 매발톱꽃, 천남성, 둥굴레 등 수십 종의 야생화가 꽃을 피워내고, 350여 종의 식물과 300여 점의 산야초 작품이 상춘객을 부른다. 6월에는 가지마다 풍성하게 맺힌 1,000여 본의 수국과 산수국이 파스텔톤의 조화로 시원하게 만발하여 초여름 더위를 식혀준다.

 

  무더운 7~8월에는 홍련, 백련을 비롯하여 열대수련, 빅토리아수련, 파피루스, 워터칸나, 물양귀비 등 희귀한 100여 종의 연꽃과 수생식물들이 연못에서 시원하게 축제를 연다. 무더운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9, 진홍빛 꽃무릇이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려 산야초원과 곰솔광장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10월에는 각종 야생화가 공원을 화사하게 꾸미고, 가을의 막바지인 11월에는 형형색색 국화로 만든 대형 국화꽃 탑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국화꽃을 감상할 수 있는 국화축제가 열린다. 추운 겨울 12월에는 애기동백과 붉은색의 동백, 순백의 흰꽃겹애기동백이 제주 전통 초가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겨울의 정취를 선사한다.

 

  한림공원은 한라산의 서쪽, 한림읍에 위치한 비경지대이다. 1971년 초 창업자인 송봄규가 한림읍 협재리 바닷가 황무지 모래밭에 수천 트럭의 흙을 옮겨와 객토작업을 하고, 10만여 평의 대지에 야자수와 관상수를 심어 농원인 재릉원을 만들었다. 1981년 재릉원에 매몰되었던 협재굴의 출구를 뚫고 쌍용굴을 발굴하여 두 동굴을 연결하였고, 그 이듬해 한림공원을 조성했다. 아열대식물원, 야자수길, 산야초원, 동굴(협재굴, 쌍용굴), 제주석·분재원, 트로피칼 둘레길 투어, 재암민속마을, 사파리조류원, 재암수석관, 연못정원 등 여러 가지 테마로 조성되어 있다.

 

  한림공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니 아열대식물원이 있었다. 수십 년 된 우람한 야자수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이 유난히 높은 키를 자랑하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선인장정원, 잎이 무성한 관엽식물원,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열대과수원, 은은한 향이 가득한 허브가든, 일생에 한 번 꽃을 피운다는 용설란정원이 펼쳐졌다. 또한 열대지방에 서식하는 커다란 뱀과 희귀한 도마뱀, 거북이 등 다양한 파충류도 볼 수 있었다.

 

  아열대식물원을 나와서 화살표 방향을 따라 산책하다 보니 야자수와 선인장으로 조성된 야자수길이 남국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곰솔광장에서는 늠름한 해송이 이곳이 바닷가 모래밭이었음을 알려주듯 씩씩하게 버티고 있었다. 산책길에 형형색색 단풍나무와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제주 돌하르방이 우리를 산야초원으로 안내했다. 제주도의 산과 들에 자생하는 꽃과 식물이 전시되어 있는 산야초원에는 아름다운 야생화와 제주 특산식물, 그리고 생태연못이 어우러져 편안한 마음으로 호젓한 오솔길을 걷는 재미를 주었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는 플라워가든에서는 갖가지 꽃들이 재롱잔치를 벌이고 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고 향긋한 냄새도 맡아가며 한 바퀴 돌았다. 한림공원 안에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된 용암동굴인 협재동굴과 쌍용동굴이 있다. 동굴에 들어가 보니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석회동굴에서만 볼 수 있는 석순과 종유석들이 자라고 있어 학술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받고 있다.

 

  신기한 수석과 멋진 분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석·분재원에는 남미 아마존강에서 채취한 대형 기암괴석과 희귀한 자연석이 눈을 호강시키고, 수령이 적게는 10년에서부터 많게는 300년에 이르는 다양한 크고 작은 분재작품들이 훌륭한 자태와 독특한 멋을 뽐내며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재암민속마을은 제주 전통초가의 보존을 위해서 제주도 중산간지역에 있던 실제 초가를 원형 그대로 이설하여 복원했다고 한다. 옛 제주인들이 사용하던 민구류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제주의 옛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우리는 민속마을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오래 걸어서 피로에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했다.

 

  다양한 조류가 그들만의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사파리조류원에는 순백의 공작새와 오색찬란한 공작새, 아름다운 앵무새와 멋진 꿩 등이 사이좋게 노닐고 있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덩치가 크고, 공룡과 초식동물의 특징이 섞여 있는 타조가 큰 날개를 퍼덕이며 우리를 위협할 때는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들른 연못정원에는 여러 가지 멋진 식물과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있었다. 천연 용암 암반위에 자연지형을 최대한 살려 만든 연못에는 시원한 폭포가 쏟아지고, 연꽃과 수련 등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한림공원은 넓게 잘 조성되어 있어서 볼거리가 많았다. 걷기 좋은 산책로 주변은 남국의 야자수, 든든한 소나무, 빛 고운 단풍나무, 하늘하늘 야생화, 아름다운 꽃들이 지루함을 모르게 다양하게 펼쳐졌다. 진귀한 분재와 신기한 수석들을 감상하며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도록 감동을 주기도 했다.

 

  쉬엄쉬엄 하루를 산책하며 즐겨도 좋은 한림공원 주변에는 제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협재해수욕장이 있다. 해수욕장 근처의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물빛 좋은 바다와 하얀 모래해변, 가까이 보이는 아름다운 섬인 비양도를 감상하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재미는 심신의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01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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