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심도를 찾아

2019.05.14 16:01

백남인 조회 수:56

지심도(只心島)를 찾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백남인

 

 

 

 

 

 

  오늘은 경남 거제도의 지심도를 찾아가는 날이다. 해마다 봄철이면 섬들을 즐겨 찾아다녔던 우리 여행단은, 한 달 전부터 이 섬을 다녀오기로 예약되어 있었다. 설렘을 가지고 아침 7시부터 3시간 이상을 관광버스로 달려 장승포에 닿았다. 차에서 내려 보니 이미 다른 곳에서도 이 섬을 찾아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내리자마자 줄을 서서 신분증을 일일이 맞춰보며 승선 질서를 지키도록 선장과 선원이 깐깐하게 대했다. 우리 일행들도 순순히 기분 좋게 그들의 단속에 잘 따라 주었다. 짧은 시간 안에 승선 절차가 잘 이뤄지자 출항도 빨라졌고, 승무원들도 우리를 대하는 태도가 부드러웠다.

 

  장승포를 떠난 배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데, 몇 분 뒤에 도착할 섬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가끔 하얀 물결을 일으키며 달리는 배들이 있었다. 정말 시원스럽게 달려가고 있었다. 그다지 큰 배가 아니어서 몹시 흔들릴 것 같은 불안감도 있었는데, 배는 어느새 지심도에 닿았다. 15분 남짓 걸렸다.

 

  섬에 내려 맨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인어동상이었다. 인어 옆에 앉거나 인어와 어깨를 겯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니 집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동백나무숲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서 동백섬이라고도 부른다고 했다동백섬이라고 하는 연유를 알 것 같았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니 상가가 몇 집 있고, 거기서 음료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다.

 

  우리가 이 섬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정도. 작은 섬에 좁다랗게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절벽들이 장관이었다. 자연이 빚어놓은 절경이다. 좀 어려운 말로 해식절벽(海蝕絶壁)이리고나 할까? 오랜 동안 수많은 바다 물결이 부딪치고 부딪쳐서 저 절경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감탄과 함께 이 절경들을 스마트폰에 담노라 바빴다.

 

  섬 이름이 궁금하여 물어보아도 자신 있게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여행에 조예 깊은 후배의 말은 자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한다. 섬 전체 모양을 사진으로 찍어놓은 것을 보니 마음자 모양이었다. 마음심()자처럼 생긴 섬이라는 뜻 같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이곳 지심도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그대로 보존하며, 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 마음껏 쓰여야 할 땅이다. 그런데 여기저기에 포진지와 화약고의 잔재가 눈에 띄었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 국토를 일본인이 해군기지로 쓰면서 훼손해 놓은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를 힘으로 지배하여 괴롭힌 역사의 흔적들이 이곳을 찾은 우리의 마음을 짠하게 했다.

 

  이 작고 아름다운 섬을 조금씩 관광자원으로 개발해가고 있었다. 우리 국토를 좀 더 알뜰하게 가꾸고 보존하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함은 물론, 더 많은 국민들의 힐링과 휴양지로 쓰여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섬을 거의 다 돌고 선착장으로 돌아오는데 한 골짜기와 비탈에 왕대나무가 하늘을 향해 우거져 있었다. 대나무는 플라스틱문화에 밀려 쓸모가 줄어들었지만 저 큰 대들을 살려 쓸 방법은 없을까?

 

  섬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마음心 字처럼 약간 길쭉한 지심도를 2시간만에 샅샅이 다 살펴 볼 수는 없었다. 수십 길이나 되는 절벽을 내려갈 수도 없으므로 멀리 가까이 멋있게 뻗은 바위와 바닷물이 철석이는 모양들을 눈으로, 스마트폰으로 담아오는 것으로 관광을 마치고 울창한 동백나무들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 올랐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날씨가 좋아 모처럼 찾아온 섬의 환상을 아름다움으로 채우고, 멋있는 지심도에서 겪은 추억을 마음껏 머리에 담고 돌아왔다.

                                       (2019.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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