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같아라

2019.05.19 10:40

한일신 조회 수:3

오늘만 같아라

 안골은빛수필문학회 한일신

 

  좋은 계절이다. 계절 탓인지 오늘 갑자기 앞집에 사는 분들과 식사라도 한번 했으면 싶었다. 아무리 남남이라고 하지만 현관문을 마주 보며 산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가끔 색다른 음식이 오가며 이웃 간의 정을 나누기는 했지만, 오늘은 한발 더 나아가 멋진 추억 하나 만들고 싶었다. 이러한 내 뜻을 앞집에 전했더니 흔쾌히 응해 주었다.

 

  나뭇잎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변해가는 이때, 두 가족 5명은 앞집아저씨 승용차로 고산을 향해 달렸다. 눈에 비친 차창 밖 풍경들은 흐르는 세월처럼 참 빠르게도 달아난다. 때로는 고장 난 시계처럼 잠시 멈추어 준다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니 오늘 이렇게 특별한 만남을 주선하지 않았던가?

 

  아저씨는 별로 말씀이 없으셨지만, 오늘은 여자들 날이다. 모처럼 자유롭고 편안한 마음으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분위기는 금세 부드러워졌다. 얼마쯤 가다가 눈을 덮어쓴 것 같은 아름다운 이팝나무 가로수가 눈에 들어오자 우리는 아이처럼 탄성을 질렀다. 집에 있으면 어떻게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겠냐고 하면서 ‘날마다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차는 미끄러지듯 달려 출발한 지 40여분 만에 목적지인 ㄱ식당에 도착했다. 일행 중 한 분이 몸이 불편해서 잘 걷지 못하지만, 부축을 받고 함께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각자 자리를 잡아 마주 보고 앉았다. 처음엔 식단이 별로였는데 새 접시에 맛있는 음식이 담겨 나올 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문대로 정갈하게 담긴 음식들은 맛이 일품이었다. 눈으로 먼저 먹고 입으로 또 먹으며 카메라에 담듯 기억 속에 담았다.

 

  생각건대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다. 그 소중하고 귀한 인연을 그동안 너무 등한히 하지 않았나 싶어 나를 돌아보며 맛있는 밥이 가져다주는 한 끼의 행복이 이런 거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맛있고, 행복하고, 뿌듯한 오늘 하루! 이팝 꽃처럼 환한 모습으로 ‘날마다 오늘만 같아라.’고 하던 소리가 지금도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듯하다,

(2019.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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