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2019.06.02 10:14

한성덕 조회 수:4

새로운 시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한성덕

 

 

 

 

  사람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시대를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목사이기에 내 친구들 대부분은 목회자들이다. 사는 모습들이 늘 경건하고 허투루 하지 않는 그룹에 속한다. 나 역시 그런 성향에 갇혀있어 새로운 것에 둔감한 편이다.

 돌을 사용하던 석기시대가 끝났다. 산과 들에 돌이 없어서 그랬을까? 청동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구리와 주석을 섞어서 주조해 사용하던 청동기시대가 끝났다. 주조할 만한 재료가 바닥난 탓인가? 누군가 철기를 발견해서 청동기시대가 막을 내렸기 때문이다.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달리 볼 자가 누군가? 그 당연한 것을 괴짜기질의 과학자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은 다르게 보았다. 도리어 ‘왜 달은 떨어지지 않는가?’ 라는 의심을 했다. 결국은, 우주의 모든 물체마다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인력이 존재한다며 ‘만유인력의 법칙(1665)’을 발견했다. 남다를 생각을 가진 자만의 발견이으로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조선 세종 때 신숙주를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조차 사대(事大)를 명분으로 내세워 반대할 때, 세종대왕은 과감하게 ‘훈민정음’을 창제했다. 우리글과 말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랑인가? 전 세계인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으쓱 할 만큼 자긍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때때로 창조주는,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리고 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신다.

  대학교 4학년은 졸업반이다. 수필에 입문한지 4년이면 졸업반이 아닌가? 그런데 졸업은커녕 졸업반이라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무딘 거야, 아니면 바보야?’ 하겠지만, 이도저도 아니고 4년 동안 부족한 면만 확인한 셈이니 졸업을 생각조차 않는 이유다. 수필의 맛과 멋에 취해 글 쓰는 전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글 쓰는 자체를 새로운 시대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터득한 글이 평생을 간다. 지식이 축적되면서 단어의 실력도, 분량도, 차원도, 기교도, 능력도, 그만큼 상승한다. 글을 쓴다는 게 무엇인가? 미지의 세계를 담아내고, 담아낸 것을 다듬어 문장을 만들면 글이 돼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이보다 더 멋진 새로운 시대나 연출이 또 있을까?  

  이 같은 과정으로 글을 뽑아내고 있으니 어찌 보람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수필을 수강하는 초기의 상황은 쏠쏠한 재미와 함께 즐거움이 컸다. 그리고 내 글을 다른 사람들이 읽는다는 게 여간 기쁘지 않았다. 그 기쁨은 수필 수강시간을 몹시 기다리기까지 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먼 길을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수필을 배우면 배울수록 더 어렵고, 글을 쓰면 쓸수록 문장의 한계를 느낀다는데 있다. 이제 겨우 버들강아지 눈뜬 격인데, 수필공부 4년차에서 덜커덩덜커덩 소리가 난다. 나와 함께 수필을 배우는 사람들은, 저쪽의 다른 이들은, 아니 산문의 달인이 된 사람들은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 복잡한 생각들이 얼키설키 엉기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를 강구(講究)해 놓았다. 글 쓰던 초심의 행복을 잊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글쓰기에 진력하자. 한결같은 장인정신으로 펜을 들자. 타인에게 좋은 글로 선물한다는 마음을 갖자. 알아가는 기쁨, 배우는 자세, 성실한 태도로 임하자. 그리고 미지의 세계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자긍심으로 속을 채워가자. 또한 글쓰기는, 뇌를 자극하므로 치매예방이라지 않는가?

 문명의 변천과 편리함, 새 시대를 열어가는 열정, 그리고 내일을 향한 기대와 소망이 없다면 어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근래에 와서, 글 쓰는 동작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몸짓이라 생각하며 수필을 쓰고, 다듬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날그날의 희망을 쏜다.

 

                                                   (2019.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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