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과 장승배기

2019.06.09 14:12

김삼남 조회 수:31

正祖大王과 장승배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번 김삼남

 

 

 

   전주시 서서학동 장승배기 소공원은 아파트 오름길목에 있다. 철쭉꽃이 활짝 피고 지더니 하얀 이팝꽃과 빨간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어 손짓을 한다. 공원 밴치에 앉으면 멀리 동북편 기린봉 줄기따라 승암산 동고사가 반겨주고, 좁은목을 건너 남고산성으로 둘러싸인 남고사는 등넘어로 밝아오는 보름달과 함께 장승배기의 전설을 들려주는 듯싶다.

  장승은 옛날 전주부성 주변 사방오리(2km) 십리(4km)마다 키는 9척에 눈을 부릅뜬 天下대장군과 地下여장군의 木神푯말을 세워, 잡귀를 쫓는 액때움과 먼 길을 떠나는 길손의 애환을 안겨주는 이정표 역할을 했다.

  전주부성 四方은 우아동, 西는 중화산동 가마귀골, 은 서서학동 남전미륵쟁이, 은 덕진추천교 자리에 있었으나 지금은 전설만 남아 있다. 서서학동 장승배기소공원에 장승은 없어도 전설처럼 구전되어 온 장승배기 정류장이 있고, 옛날 장승자리 미륵쟁이에는 석불과 암자가 남아 있어 지방문화재로 보호되고 있으며, 지금도 고갯길로 흑석골을 왕래한다. 나는 장승배기소공원에서 쉬면서 花朝月夕(, 당서)이나 武陵桃源은 때와 장소가 따로 없고 마음에 그리는 理想鄕으로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자위하며 소공원을 즐긴다.

 서울 막내딸과 쌍둥이 외손주 집을 오가며 서울의 장승배기와 또 하나의 인연을 맺었다. 고속터미날 지하역 7호선 전철을 타고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지나 상도역 다음이 장승배기역이다. 장승배기 지하역 입구 소공원에 돌조형물과 몇 그루 소나무 사이에 남녀장승이 마주서있고, 그 유래비에 “조선 22대 정조대왕은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아버지 思悼世子의 묘 을 이 고갯길을 넘어 자주 방문하였다. 이 고갯길은 낮에도 맹수가 출현하는 무서운 길로 정조는 길손들의 안전을 위한 쉼터에 장승을 세우도록 하여 장승배기 고갯길이 되었다. 전철역이 생긴 2005년 동작구청장은 역사 고증에 따라 소나무를 심고 장승을 세워 소공원을 조성하고 유래비를 세웠다. 지금은 이 고갯길이 장승배기 지하철역이 되어 四道五達 교통의 요지가 되었다. 인천, 수원, 화성이 지근거리고, 국립현충원, 6.3빌딩, 노량진 수산시장, 사륙신공원도 근처에 있다.

 

  조선 21대 영조(英祖·1694~1776)는 숙종의 서자로 태어났다. 원비는 손이 없고 네 후궁에서 211녀를 두었다. 1후궁 정빈李소생 장남 효장세자가 10세에 병사하자 제2후궁 영빈李소생 思悼世子2세때 왕세자로 책봉했다. 사도세자는 어릴 때부터 영특하고 글읽기를 좋아했다. 그러나 커가면서 영조와 의견대립으로 불화가 심했고, 정신질환에 비행이 잦자 반대 당파의 모략과 제4후궁 정순왕후의 질투 음모로 영조의 노여움이 치솟았다. 정순왕후는 사도세자보다 10세 아래고 영조가 아들을 낳기 위해 66세에 15세왕후를 맞이하였으니 왕후를 비롯한 외척이 얼마나 기고만장하였으랴, 영조는 세자가 손수 만들어 쉬고 놀던 소주방 쌀궤를 가져오라고 하였다. 세자는 영조가 쌀궤에 들어가라는 말을 거역치 않고 냉큼 들어가면 노여움이 풀릴줄 알았다. 들어가자 대못질을 하고 위에 큰돌로 눌러 놓기까지 했다.

  뒤주 안에서 얼마나 아바마마를 부르며 용서를 빌었을까? 8일만에 온몸에 유혈이 낭자한 채 쪼그리고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얼마나 잔인하고 비통한가? 동서고금에 왕이 세자를 이렇듯 참살한 역사가 어디에 있든가? 차라리 돌아오지 못할 고도로 유배를 보냈다면 세계적인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英祖四色당파를 고루 다스리는 탕평책, 신문고 부활, 균역법시행, 훈민정음보급, 농업장려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영조는 전주 한옥마을 관광중심지인 경기전(조선왕실 시조 司空公 의 사당)을 설립했다. 재위 5283세에 승하하여 역대 최장수 임금이 되었지만, 思悼世子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英祖에 이은 22代 正祖大王英祖世孫이다. 正祖11세때 아버지(思悼世子)의 억울하고 비통한 죽음을 똑똑이 보았다. 항상 그리던 아버지의 묘가 풍수상 흉지인 경기도 양주에 있는 것을 즉위 13년에 경기도 화성시 화산 기슭으로 옮겼다. 世子 신분의 永祐園(사적 제206)으로 고치고 근처 龍珠寺를 중창하여 원찰로 삼았다. 효심이 강한 정조는 비통한 아버지의 죽음을 위로하려고 장승배기 고개를 넘어 현륭원을 자주 찾았다.

 

  英祖의 탕평책을 이어받아 시파와 벽파를 고루 등용하여 왕권을 강화하고, 왕실도서관 규장각을 설립하며, 문예정책을 펼쳐 실학자 배출로 조선의 문예부흥을 이룩하였다. 백성을 잘 보살펴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나 재위 243개월 49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1752~1800) 생시의 소원대로 思悼世子의 묘 옆 健陵에 안장되었다.백성들은 대왕의 덕을 하늘처럼 높이 칭송하며 애달파 하였다.

  오늘날 혼탁한 정치풍토에 英正祖의 탕평책 등 치적이 他山之石의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전주와 서울의 장승배기를 오가며 전설 같은 장승배기 실화를 실감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서울 장승배기역에 얽힌 정조의 지극한 효심이 오늘날 메말라가는 孝思想의 불씨가 되어 봉화처럼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

                                               (201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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