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만난 세종대왕

2019.06.12 14:56

김학 조회 수:24

꿈속에서 만난 세종대왕

김 학

어젯밤 꿈에 세종대왕을 만나 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난생 처음의 상면이었지만 바로 알아 뵐 수 있었다. 공사다망하신 세종대왕께서 어떻게 내 꿈속까지 찾아오셨을까?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 2019년 6월 7일과 8일 이틀 동안 전라북도 완주군 대둔산관광호텔에서 전북의 수필가들이 모여 제1회 전북수필가대회를 가졌더니, 너무도 기쁜 나머지 세종대왕께서 내 꿈으로 찾아 오신 것 같다.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께서는 그 훈민정음을 제대로 잘 활용하는 수필가들이 예쁘고 고마우셨던 모양이다.

나는 조선의 임금들 중에서 세종대왕을 가장 존경하고 흠모한다. 세종대왕이 아니었더라면 훈민정음은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훈민정음이 아니었더라면 한글이 우리글이 되지 않았을 게 아닌가? 한글이 있었기에 내가 수필을 쓰게 되었고, 수필가로서 문인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따지고 보면 그 모든 게 세종대왕이 베풀어주신 은덕이 아닐 수 없다.

세종대왕이 정인지,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하위지 등 집현전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1443년에 만든 훈민정음은 세종대왕 28년 양력 10월 9일에 반포했던 국문글자다. 처음엔 28자를 만들었는데 쓰지 않는 네 글자를 줄여서 지금은 24자만 활용하고 있다.

세종대왕께서는 장영실을 등용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달력도 만들고, 물시계 자격루와 천문시계 혼천의, 측우기 등도 만들 정도로 과학 분야에도 조예가 깊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창제하던 1443년에 벌써 몇 백 년 뒤에 컴퓨터란 기계가 발명될 것을 내다보신 것일까? 컴퓨터 키보드를 보라.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한글 자음과 모음 24글자는 컴퓨터 키보드에 다 들어 있다. 또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입력할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문자가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을 왼손과 오른손으로 나누어 입력할 수 있던가? 영어 알파벳을 보라. 한글처럼 자음은 왼손 모음은 오른손으로 입력할 수 없다. 자음모음 구별 없이 아무 손가락이나 활용하게 되어 있다. 영어만 그런 게 아니다. 거의 모든 언어가 다 그렇다. 그런데 오직 우리 한글만 자음은 왼손으로, 모음은 오른손으로 입력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세종대왕을 모시고 내 꿈으로 찾아온 수행비서는 나에게 살짝 귀띔을 해 주었다. 대왕께서는 시인보다 수필가들을 더 사랑하신다고.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더니, 착한 수필가들은 대왕의 뜻을 잘 받들어 수필을 쓰는데, 시인들은 대왕의 가르침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장부호와 맞춤법을 잘 지키지 않고 ‘시적허용’이라며 시를 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럴 법하구나 싶었다.

산문시의 경우 문장부호를 쓰지 않거나 맞춤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도 시니까 용인이 된다. 하지만, 수필은 시와 달리 문장부호와 맞춤법을 꼭 바르게 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니 세종대왕께서는 능굴능신한 시인보다는 착하디착한 수필가들을 더 사랑하신다는 뜻이다.

세종대왕은 하늘나라에 계시면서도 이 지구촌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금 보듯 소상히 다 파악하고 계시는 것 같다. 그래서 서양의 아나톨 프랑스라는 선지자는 일찍이 21세기엔 수필이 미래문학으로 온 문학 장르를 주름잡을 것이라고 예언했는지 모른다. 세종대왕께서 그렇게 수필가를 사랑하신다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세종대왕께서는 일자리도 참 많이 만드신 분이다. 초중고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뿐이 아니다. 시와 수필 그리고 소설, 아동문학, 평론 등 문학에 종사하는 분들, 그리고 신문과 잡지, 방송에 종사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또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와 서점에 종사하는 분들도 따지고 보면 세종대왕의 은덕을 입은 사람들이 아닌가?

며칠 전 미국 『시애틀문학』2019 제12집을 받았다. 만리타국에 살면서도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우리 한글로 문학활동을 하는 분들의 글모음이다. 그 책에는 제12회 시애틀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 발표와 함께 제13회 시애틀문학 신인문학상 모집광고도 눈에 띄었다.

해외 동포문인들은 모국의 문인들이나 똑같이 거주하는 나라에서 문학단체를 만들어 한글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계 방방곡곡에 흩어져 사는 배달의 자손들은 이처럼 나라마다 동인회를 만들어 모국어로 문학작품을 빚어 책으로 묶어내곤 한다.

시애틀문학만 하더라도 시와 수필, 소설, 동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 작품 수준도 고르고 높은 편이다. 그들 역시 세종대왕 버금가게 존경스러운 분들이 아닐 수 없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동포들이다.

나는 시인도 좋아하지만 수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나라 안에 있던 나라밖에 있던, 그들이 사는 곳을 따질 필요는 없다. 수필가의 체험이 사유와 관조와 통찰을 거쳐 문장이라는 옷으로 형상화된 수필을 쓰는 이들이 곁에 있어서 좋고, 그 수필가들의 작품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수필을 쓸 때마다 그리고 수필을 읽을 때마다 세종대왕에게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다.

(201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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