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잔교

2019.06.28 08:25

김세명 조회 수:8

 부잔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浮棧橋는 일제가 쌀을 수탈하려고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든 다리다. 군산항이 조수간만의 차가 심해 부두에서 정박시설까지 다리를 만들어 3천톤급 기선이 접안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3기만 존재한다. 군산시 장미동에 미두장이라는 쌀 보관 창고가 있엇는데 당시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곳이었다.

 

   군산시에서는 근대역사박물관과 부잔교, 일본가옥을 보존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1945년 당시 미군이 항공 촬영한 군산시 대형 사진이 있다. 사진에는 부잔교가 보인다. 부잔교는 1926년 기공하여 1933년에 완공했다. 박물관에는 당시 생활상이 보존 전시 되어 있었다. 부근에는 군산세관 건물이 있다. 서울역청사와 한국은행과 함께 일제 잔재로 110년이 되었다고 한다.

 

   부잔교는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그 때 선조들은 쌀을 지계에 지고 운반하였을 테니 얼마나 고생했을까? 미두장은 소설 채만식의 『탁류』와 조정래의『아리랑』에 소개되기도 했다. 미두는 주식처럼 쌀을 수탈하는 방법의 일환이었다.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금강), 마침내 황해 바다에 다 가 깨어진 꿈이고 탁류째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린 강이 군산(群山)이라는 항구다.

만식의 소설『탁류』에 묘사된 군산의 표현이다.

 

   내 고향 금강 상류로부터 시작된 맑은 물은 휘돌아 서해바다로 탁류가 되어 긴 세월 흐르고 있다. 무주구천동에서 흘러 영동, 옥천, 부여 등을 거쳐 퇴적물을 군산에 쏟고 금강은 흐른다.

 

   이곳에서 미두로 돈을 탕진하고, 노동자들은 지계로 부잔교를 거쳐 기선에 운반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신흥동에 보존된 일본인 지주 히로스 기치샤브로의 가옥이 있다. 그는 수탈한 쌀을 일본으로 보내고 일본 공산물을 조선으로 가져와 거부가 되었지만 해방으로 빈털털이가 되어 일본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부잔교 부근은 당시 쌀창고와 째보선창, 부잔교가 수명을 다하여 덩그러니 널브러져 있다.

 

   월명공원 부근에 있는 동국사는 1909년 6월에 건립되어 김남곡 스님(1913-1983)이 조계종 24교구 선운사에 증여했다. 그 절에는 일본 불교인의 참회문이 있다. 36년간 수탈과 고통을 안겨주고도 사과는 커녕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게 일본인들이다. 그런데도 유독 불교인들은 우리민족에게 고통을 주었다는 참회문을 비석에 음각해 놓았다.

 

   오늘은 근대역사박물관과 당시의 군산 흔적들을 돌아보고 부잔교에서 서해바다의 석양을 보았다. 근대사에서  침략과 수탈을 당했으나 해방 후 6.25격랑을 딛고 다시 시작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한 현대사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이다. 격랑의 세월을 거치며 고생은 했지만 태평성대를 이룩한 나의 삶 또한 석양에 이르렀다. 흐르는 세월은 먼 훗날 우리 후손들에게 찬란한 역사를 전해 주리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2019.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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