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싶은 남자

2019.06.30 06:50

최미자 조회 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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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결혼하고 싶은 남자

최미자 / 수필가




뉴욕에 사는 내 친구는 해마다 5월이면 부부가 함께 고국에 간다. 세상에는 마음씨가 불량한 형도 많지만, 친구의 남편은 부모님 제사 참석하고 동생들 만나 식사도 사주면서 너그러운 큰아들 노릇을 잘하는 분인 것 같다. 공부 열심히 하여 돈도 잘 버는 의사여서 결혼 후 내 친구는 한 번도 직장생활을 우리 시대 한국인 남편들이 다 그러하듯, 남편의 삼시 세 때 건강식단을 만드는 오랜 세월 현모양처이다.

나는 친구가 고국을 다녀오면 늘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다. 그중에 제일 흥미로운 것은 친구 언니와 함께 보낸 자매 이야기이다. 친구는 어린 나이에 친정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와 언니의 보살핌으로 자랐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 때 독일에 갈 간호사로 언니도 뽑혀 해외에서 돈을 벌었다. 동생인 내 친구를 대학에 보내려고 언니는 2년을 독일에서 더 근무하고 왔단다. 지금은 간호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야하지만 당시는 중학교를 나오자마자 어린 나이에 간호고등학교를 갔다.

그런데 언니는 고국을 떠나기 전 한 남자를 만났는데 지금의 형부란다. 3년을 기다리면서 형부는 마음에 찍어 놓은 예비 신부에게 매달 '주부생활' 책을 보내주었다. 독일에 있는 한국 동료 간호사들도 그 월간지를 돌려 보며 퍽 즐거워 했단다. 착한 신부의 마음을 알아본 세심한 형부의 성품에 이야기를 듣는 나는 놀란다. 언니가 귀국하자 청혼을 받고 결혼하였기에 간호사 일은 그만두었다. 남편은 병리학을 공부하여 사업을 했는데, 일장 성취하였으니 돈 걱정 할 일도 없이 부부가 행복하게 살아왔다. 우리 때는 지금처럼 직업여성 파워 시대가 아니라, 부모들은 딸의 가정교육이나 공부는 현모양처가 목표였다.

삼 년 전에 고국에 갔을 때는 자매끼리 지내라며 '남이섬'으로, 지난해는 송광사 템플 스테이를 참석하게 했는데 집안사정이 생겨 중지되었다 한다. 올해는 형부가 어디로 보내주셨느냐고 물으니 '곤지암'을 다녀왔다 했다.

지난해 언니는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 서울근교에 현대식 설비가 된 아파트로 이사 왔다. 팔십이 지난 형부는 사랑하는 아내가 편히 살도록 해주고 세상 떠날 준비를 하고 계신단다. 그리고 너른 안방을 사용하라며 아내에게 주고, 코를 고는 형부는 작은 방에서 주무신단다.

폭행과 폭언하는 남편들로 인하여 황혼 이혼이 늘고 있는 이 시대에 친구 언니의 이야기는 언제나 가슴이 뭉클하다. 흔히 시기 질투하는 자매 사이도 많은데 또 언제 보느냐며 아직 오지 않은 여동생 생일을 당겨 조카들을 모아 놓고 챙겨주는 언니와 형부. 동생도 언니부부 사용하시라며 돈 봉투를 베개 밑에 두고 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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