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드 여행

2019.07.05 13:13

고안상 조회 수:60

블레드 여행

신아문예대학 수필특강 금요반 고안상

 

 

 

 

 '율리안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블레드는 1년 내내 세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블레드 여행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블레드 호수는 율리안 알프스의 만년설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호수다. 호수의 물빛은 짙은 옥빛을 띠고 있으며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호수의 매력에 더 흠뻑 빠져보려고, 아내와 함께 플라트나를 타고 호수 안 블레드 섬으로 노를 저어갔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게 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짙푸른 물결이 살랑이더니 사방으로 옥구슬같은 물방울을 튀겼다. 진한 옥빛 호수와 절벽 위의 성채, 저 멀리 율리안 알프스의 설산과 호숫가마을이 잘 어우러진 한 폭의 아름답고 멋진 풍광으로 다가와 내 마음을 빼앗아갔다.

 블레드 섬은 그 규모는 작지만, 그 언덕 위에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슬라브인들이 지바 여신을 모시던 신전이었으나, 8세기에 성당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성당 내부에는 ‘행복의 종’이 있다고 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이 남편을 기리기 위해 이 성당에 종을 달기를 원했지만, 가난하여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로마 교황이 그녀를 위해 종을 기증하면서 그녀는 소원은 이룰 수 있었다. 그 뒤로 ‘그녀가 남편을 기리던 마음으로 이 종을 치면 행운이 찾아온다.’라고 해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그런 이유로 슬로베니아의 많은 젊은이가 이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또 행운의 종을 치고자 했다.

 나는 아내와 성당에 가려면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므로 주모경을 바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저 멀리 율리안 알프스 설산을 배경으로 호수와 절벽 위의 블레드 성이 어우러진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우리 일행은 마지막으로 호숫가 절벽 위에 있는 블래드 성으로 향했다. 에메랄드빛 호수 중앙 130여m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 블레드 성은 TV 드라마 ‘흑기사’의 배경으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1400년대 독일 황제 헨리크 2세가 이 지역 일대를 주교에게 선물했고, 얼마 뒤에 블레드 성이 지어졌으며, 지금의 모습으로 갖추어지게 된 것은 18세기 이후부터라고 한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 주차장에 내린 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블레드 성이 우리를 반겼다. 성 내부에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예배당이 있는데, 희미하지만 그 당시의 벽화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예배당 옆에는 블레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한 전시관이 있었다. 또 성 안에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이곳은 연인들끼리 마주 앉아 멋진 전망을 감상하며 커피와 와인, 맥주를 즐기거나 식사를 할 수 있어,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금 내게서 그런 젊음은 떠났지만, 블레드 성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섬, 그리고 저 멀리 율리안 알프스 설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아마도 오늘 블레드 여행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모습은 내 가슴속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

                                                               (2019.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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