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애 여사의 산수 축하잔치

2019.07.13 14:12

김학 조회 수:8

정정애 여사의 산수(傘壽) 축하잔치

三溪 金 鶴




이 험한 세상에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팔순을 맞아 축하잔치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러운 일인가?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천복(天福)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2019년 7월 13일 토요일 오후 5시, 전북예술회관 기스락1실에서는 정정애 여사의 산수축하잔치가 열렸었다. 그곳엔 초대받은 화가, 문인, 친지 등 100여 명의 축하객들이 모였다.

그 전시실엔 화가 정정애 여사가 그린 그림이 전시되고 있었다. 다섯 번째로 열린 정정애 유화전(油畵展)이었다. 그 전시장을 돌아보고 나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정정애 여사가 화가인 줄은 알았다.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에서 수필을 강의할 때 정정애 여사의 장미그림 한 점을 얻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뒤 동인지 『꽃밭정이수필』표지에서도 정정애 여사의 장미 그림을 보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정정애 여사가 장미만을 즐겨 그리는 화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유화전을 살펴보니 장미뿐만 아니라 붉은 단풍과 갈대, 아름다운 풍경, 호박과 석류, 연꽃 등 다양한 소재를 그린 게 아닌가? 그림도구를 들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렸으리라 생각하니 화가 정정애 여사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다.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 아닌가?

그 자리에는 ‘정정애 유화전’ 또는 ‘정정애 여사 산수 축하잔치’를 알리는 펼침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축하잔치는 이어졌다. 4녀1남의 가족과 남편이 소개되었다. 딸들은 치과의사와 교사 등으로 활동 중이고, 아들은 문인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자식농사를 잘 지은 것 같았다.

정정애 여사는 화가는 물론 시인으로, 수필가로 활동하시는 분답게 첫 수필집 『느티나무에게』와 첫 시집『고향 가는 길』을 출간하여 출판기념식도 겸하고 있었다. 산수잔치를 위하여 오래 전부터 그림을 그리고 시와 수필을 썼던 것이다. 얼마나 치밀한 준비인가?

정정애 여사는 1959년 전주사범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진안 마령초등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아 선생님이 되었다. 그곳에서 동료교사인 최연식 선생과 사랑에 빠져 1962년에 결혼을 하여 4녀 1남을 낳았다. 아들딸 기르랴,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랴 눈코 뜰 새 없었을 텐데 자기 계발에도 게을리 하지 않아 1972년에는 중등학교 미술교사시험에 합격했고, 1974년 봄 진안군 백운중학교 미술교사로 발령을 받았다. 자기 꿈을 이루고자 틈틈이 그림을 그리면서 미술가로서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알 수 있는 일이다. 정정애 여사는 59세 때인 1999년에 군산기계공고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교단을 떠났다. 그렇다고 평범한 주부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요즘의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이 정정애 여사의 치열한 삶의 자세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가톨릭에 귀의하여 전주중앙성당에서 ‘미카엘라’라는 세례명을 받고, 레지오활동을 하면서 6년에 걸쳐 신구약성서 전권을 필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잠시도 편안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발전에 매진했던 것이다.

정정애 여사는 또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섰다. 2010년부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에서 시를 공부했고, 2011년부터는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서 수필을 공부하고 있다. 문학공부도 열정적으로 했다. 치열하게 창작연습을 하더니 2014년에는 종합문예지 월간『한국시』에서 시「매화마을」「숲」「돌아오는 길」이란 작품으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시인으로 등단했고, 또 종합문예지 계간 『대한문학』45호에서는 수필「쇳대」「베개」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수필가로도 등단했다. 같은 해에 문학 장르에서 등단 2관왕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얼마나 억척스러운 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정정애 여사는 신앙심을 바탕으로 그림그리기와 글쓰기가 잘 버무려진 종합예술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지만, 얼마나 고달팠겠는가?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그 팔방미인께서 컴퓨터와는 거리가 멀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배우고 익혀서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면 어떨까 싶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려면 꼭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귀여운 손자손녀들과 친하게 지내려면 꼭 필요할 장비이기 때문이다.

정정애 여사와 최연식 선생의 4녀1남을 보면 딸들은 실용적인 아버지의 DNA를, 아들은 예술적인 어머니의 DNA를 물려받은 게 아닐까 싶다. 외아들 최일걸, 그는 여섯 개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하여 화려하게 문단에 얼굴을 내밀었고, 지금까지 해양문학상 등 12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우리 문단의 기대주로 활동하고 있다. 한두 개 신문의 신춘문예에 당선한 문인들은 더러 있지만 무려 6개 신문(전북일보, 한국일보, 조선일보, 전남일보, 광주일보, 경남일보)에서 시와 소설, 수필, 희곡, 아동문학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로 당선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12가지 문학상을 받은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최일걸 씨의 앞날에 기대를 걸고 열심히 응원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화가 정정애 여사, 시인 정정애 여사, 수필가 정정애 여사, 최연식 선생의 아내 정정애 여사, 4녀1남의 어머니 정정애 여사! 정정애 여사는 예술복, 자녀복, 남편복, 건강복 등 모든 복을 두루두루 갖춘 분이기에 신사임당조차 부러워하리라 믿는다. 정정애 여사의 만수무강을 빌고 산수를 축하하며, 8년 뒤에는 성대하고 화려한 정정애 여사의 미수(米壽)잔치를 기대한다.

(2019.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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