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2019.07.20 06:22

김세명 조회 수:4

9월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9월에”는 ‘9월에 만난 사람들’의 약칭이다. 나는 1967년 9월 1일에 공직자가 되었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동기생 12명이 매월 모여 셋째 주 토요일 날이면 어김없이 점심을 함께한다. 인연은 까닭이 있어 맺어 지는 관계를 말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수많은 인연 속에 살고 있다. 학교, 군대, 직장의 동료와 친구들이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도 많지만 긴 세월동안 이어온 우리 모임은 특별하다.

 

   내가 직장에 들어갈 때의 상황은 무장공비들이 남파되어 민심이 흉흉하니 정부에서 전투경찰대를 전국에 모집하여 2주간 향토사단에서 교육을 받은 뒤 부대를 편성하고 임무를 부여받고 배치되었다.

 

  나는 111대에 편성되어 처음 진안향교에서 숙식하면서 공비소탕작전을 수행했다. 공비들은 서해안으로 침투하여 고창 방장산과 정읍 입암산 그리고 진안까지 침투하는 루트였다.  그 이듬해 1.21사태로 김신조 일당이 청와대를 기습하려다 20여 명이 사살되었다. 우리 부대는 이동하여 정읍 입암면에 주둔하다가 부안 해안초소에 배치되었다. 2년간 복무를 마치면 일반 경찰로 바꾸어 준다는 약속이 있었다.

 

   긴 세월 수많은 사연들을 안고 우리는 만났다. 12명의 계원 중 4명이 타계하고 8명이 남았다. 처음에 만날 때는 무용담이 화제였다. 1969년도 가을 부안 채석강 바닷가에 고무보트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있어서 교통호 속에 3명이 숨어 작전이 전개 되었다. 출동하여 포위되자 공비가 난사한 총에 부대원 2명이 총상을 입었다. 특공대를 조직 교통호 속으로 잠입하여 소탕하자고 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S 순경이 단독 지원했다. 그는 월남 참전 경험으로 수류탄과 M-79유탄발사기와 권총을 소지했다. 전 대원에게 엄호사격을 요청하고 교통호로 숨어들었다. 그는 용감하게 공비위치를 발견하고 수류탄과 유탄발사기로 3명 전원을 폭사시켰다. 밤새워 비행기에서 조명탄을 쏘아대니 대낮처럼 밝았다. 동이 튼 뒤 확인해 보니 살점과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그때의 무용담은 잊을 수 없다. 세월이 갈수록 상하 동료들의 안부와 건강문제가 화제다.  

 

   참 긴 인연이다. 정년까지 35년간 전북을 전전하며 근무하다 퇴직하고 지금은 매달 만나고 있다.  돌아보니 고생은 했으나 공직자로 잘 살아왔다. 기회를 잘 잡아 국립경찰의 행운을 누렸다. 우리 회원들은 퇴직 후 연금 생활로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고향에서 초, , 고를 나와 공군 3년 제대 후 35년간의 공직이 나의 이력인 것처럼 ‘9월에’ 회원도 대동소이하다. 전고, 상고출신과 벗하며 살고 있으니 촌놈이 성공했다. 아마 우리 모임처럼 긴 인연도 드물 것이다. ‘9월에’ 는 우리가 살아온 산 역사여서 친형제처럼 정답다.

 

                                                              (2019.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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