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둥둥 '어름이'

2019.07.21 17:42

하광호 조회 수:6

어화 둥둥 ‘아름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하광호

 

 

 

 

  오늘은 오전부터 먹구름이 드리우더니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에선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비가 오면 한 가지 걱정이 생긴다. 가족이 된 ‘아름이’가  비가 오면 운동을 갈 수 없어 걱정이다. 아침 일찍 그리고 오후에 하루 두 번씩 일정한 걷기운동을 한다. 요즈음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대세다. 젊은 세대도 취미로 반려동물을 기르며, 또 혼자 지내는 사람들도 외로움을 달래고자 반려동물을 많이 기른다.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제 허물은 크면서 남의 작은 허물을 들어 시비한다는 뜻이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는 속담은 보통 때 흔하던 물건도 필요하여 찾으면 드물고 귀하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안 짖는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니 사람인 나도 개다 부럽다. 예로부터 개는 사람과 친한 동물이어서 개와 관련된 속담이 많은가 보다.

 우리 집 가족이 된 ‘아름이’의 원산지를 찾아보았다. 지중해 몰타 섬이란다. 그 지명을 따서 몰티즈 즉 우리말 발음으로는 ‘말티즈’라고 한다. 성질이 순하며 주인을 잘 따르고 애교가 만점이다. ‘아름이’의 운동은 아내의 차지다. 창가에 기대여 뜰 안을 보니 3개월 전에 심어 놓은 동백나무 잎이 비를 맞으니 유달리 생기가 돈다. 처마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내 마음은 고향으로 달려간다.

 내가 은천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우리 집에선 개를 키웠다. 논이나 밭에 가면 그 개는 유독 나를 잘 따라다녔다.  저녁에 방안에 있으면 누가 찾아와도 모르지만 인기척이 나면 짖어서 파수꾼 역할을 잘했다. 그런데 형님 친구 분이 찾아와 개를 사간다고 했다팔지 말 것을 아버지께 말씀드렸지만 이미 약속했다고 하셨다. 학교에서도 개가 마음에 걸려 공부도 안 되었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오니 개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닌가? 안 가려고 발버둥치는 개를 멀리서 바라보니 마음이 아팠다. 발버둥치며 뒤로 버티는 모습을 볼 때 “이것은 정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라고 소리치며 흐느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그 뒤에 안 일이지만 개를 하천가에 있는 다리로 끌고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학교를 갈 때나 돌아오면 마중 나와 달려드는 모습이 한동안 머리를 짓눌렀다. 식음을 전폐하고 방안에서 하루 내내 꼼짝도 안한 기억이 있다.  

 나는 말티즈종인 ‘아름이’를 키우게 되었다. 난 고향에서 어릴 때 개에 대한 생각으로 키우지 않았다. 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마음에 내재되었다고나 할까? 3년 전이다. 작은아들이 친구 누나가 잠시 출타로 집을 비우니 개를 봐달라고 하여 집으로 데려 왔다. 나에게 이해를 구하지만 나는 평소 개에 대한 징크스가 있고 대변이나 소변도 걱정이어서 내심 불안하여 빨리 데려다 주라고 독촉했다. 작은아들이 3일만 있다가 돌려주겠다고 했다. 3일간 키우려니 걱정도 되었다. 사료도 주고 물도 주었다. 아침·저녁으로 운동 후 목욕도 시켰다. 운동 시에는 배설물 담는 비닐봉투도 가지고 간다. 재롱도 피우며 하는 짓이 귀여웠다. 대소변을 구분할 줄도 알고 좋아서 꼬리까지 흔든다. 내심 정이 들었다. 삼일 후 애완견을 누나가 찾는다고 했다. 막상 보내려니 서운했다. 아들아, 며칠만 더 데리고 있으면 안 되냐누나한테 물어보라고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벌써 3년이 지났다. 며칠 전에는 시에서 애완견 등록 후 변동사항 있으면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문자로 연락이 왔다.

 

 두 해 전 부부모임에서 16명이 중국 황룡 구체구를 관광했다. 일행과 함께 저녁에 쇼를 보고 나오다가 아내가 다리를 잘못 딛어 발목을 겹쳐 돌아오는 내내 고생했다. 귀국하여 백제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아내는 비가 오고 흐린 날씨가 되면 발목이 쑤신다고 한다. 조석으로 아내는 ‘아름이’와 함께 집에서 전북대학교 운동장까지 가서 운동을 한다. 운동을 하다 보니 다리가 튼튼해졌다고 자랑도 한다. ‘아름이’와 운동하고 발까지 건강해지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지난해 가을 어느 날의 일이다. 아침운동 후 목욕을 하고나서 거실에 나와 보니 문이 열려있었다. ‘아름이’를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마당주변을 찾아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집과 건지산 사학연금회관주변 홈플러스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찾을 길이 없었다. 모래내파출소에 신고하니 애완견관리소를 안내해주었다. 아름이의 재롱부리는 모습이 떠올라 마음만 조급하고 어떻게 해야 되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혹 누구한태 끌려가 잘못되지 않았나 별 생각이 다 났다. 잠시 후 애완견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이 애완견이 맞냐고 사진을 올려주었다. 사진을 보니 ‘아름이’였다. 초췌하고 먹지 못해 불쌍해보였다. 너무 늦어 다음날 일찍 찾아왔지만 먹지 못하고 창살에 갇혀 한밤을 지새웠으니 오죽 힘들고 허기졌을까? 집안 식구들의 잘못으로 고생한 ‘아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가슴에 꼬옥 품어 주었다. 다시는 너를 외롭지 않게 해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엊저녁에 폭우가 쏟아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새벽녘 시원한 바람에 마음까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오늘도 운동 후 동호인들과 송천동 콩나루에서 아침을 먹으며 회포도 풀었다. 길에서 주인과 함께 가는 애완견을 만났다. 인사하며 반가워 하니 다가와 꼬리를 흔든다. 애완견을 귀여워 해주니 주인도 좋아한다, 몇 살이죠? 이름은 뭐죠? 하다 보니 주인과도 친근해졌다. ‘아름이’의 입장에서 보면 주인에게 충성하니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고 가족의 입장에서는 가정의 활력이 흘러 넘친다. 아내는 늘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니 근력이 약한 편인데 아내와 조석으로 ‘아름이’가 함께 운동하니 다리가 튼튼해져 다행이다. 무더운 여름을 나려고 ‘아름이’의 머리 부분을 제외한 이발을 산뜻하게 해주었다. ‘아름이’와 데이트할 때에는 진드기가 극성을 부려 풀밭에 가지 못하게 한다. 우리 집은 가족이 한 명 더 늘었다. ‘아름이’로 인해 항상 웃음꽃이 만발하곤 한다. 반려견의 장점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족과 함께하니 부지런해지고, 건강도 함께 다질 수 있어서 ‘아름이’가 이 세상 누구보다 좋다.

                                                                          (201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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