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을 맞으며

2019.07.24 06:30

최기춘 조회 수:7

제헌절을 맞으며

                                                         최기춘

 

 

 

 오늘은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젊다. 19485월 남한만의 총선을 실시하여 국회의원 200명을 뽑았다. 제헌국회다. 그해 712일 헌법을 제정, 17일 공포하여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일로 정하고 제헌절이라 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아홉 차례 개정했지만 국민들의 뜻에 따라 개정된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이 본인들의 정권연장이나 통치기반의 안정을 위해 개정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국민들은 법대로 하자고 하면 화를 낸다. 화만 내는 게 아니라 아예 끝장을 내버리자고 한다. 법원 판사들조차도 법대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음을 은근이 내 비친다고 한다. 민사재판을 하면서 판사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대로 판결하는 수뿐 방법이 없다고 한단다. 이 말은 결국 법대로 판결하는 것보다 서로 양보하여 조정 화해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판사들조차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니 일반 국민들은 법대로 하자고 하면 더욱 손해 볼 것 같은 생각일 것이다.

 

 왜 법을 집행하는 판사들조차 법대로 하기를 꺼려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왜 그러는지 알듯하면서도 설명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권력자들이 법대로 한다고 하는 미명 아래 국민들을 억압하고 핍박한 결과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기들의 권력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사법 살인까지 자행한 일도 있으니 국민들의 법 불신 풍조가 만연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은 권력자들과 가진 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제 강점기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정부가 수립된 뒤에도 법은 권력자들의 전유물이었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해야 할 판사들조차 권력자들 편에서 판결을 내린 사례들이 많다. 그러니 일반 국민들은 법대로 하자고 하면 성질나기 마련이다. 법 집행이 공정하지 못한 결과다.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은 큰 죄를 지어 수사를 받을 때 검찰 출신 변호사를 법정대리인으로 세운다. 재판을 받을 때 전직 유명 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면 무죄 판결을 받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변호사들의 경력에 따라 형량이 좌우된다. 설사 처벌을 받아 형무소에 가도 변호인들을 동원하여 받을 수 있는 특혜는 다 누린다. 사면복권도 우선적으로 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대법원장을 지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9114일 구속되었다. 대법원장 출신이 구속된 사례는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2012년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사건 재판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등 사법농단 혐의다. 법 위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법을 농단하던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구속은 촛불 민심의 승리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구속만으로 승리했다고 방심해서는 안된다. 그 사람들을 부추기고 추종했던 세력의 싹을 잘라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온갖 억지를 다 부리는 모습을 보면 어안이 벙벙하다. 미국을 등에 업고 때로는 일본의 아베 정권에 빌붙어 호시탐탐 정권을 탈환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세력은 유유상종하는 것 같다. 이런 세력들이 망상을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촛불정신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위정자들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촛불정신을 상기하고 적폐청산의 고삐를 놓아서는 안된다. 친일과 독재정권의 잔재를 뿌리 뽑고 법과 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 법과 정의가 바로 서, 국민들 모두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느껴 법대로 하자고 해도 화를 내지 않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9.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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