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2019.08.03 15:29

곽창선 조회 수:5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희망은 내 마음의 산소 같은 활력소다. 지난해 초 직장 후배에게 반가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남북교류협력이 성사되면 모 단체에서 북한지역 순회를 희망하는 방문객을 모집한다는 소식이었다. 자세한 이야기 끝에 동행할 수 있도록 부탁을 했었다. 남북이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이벤트라서 곧 성사가 될 것이라는 전언에 마음은 들뜨고 바빠지기 시작했었다.

 

 그 뒤 데탕트 무드가 사라질 듯 여운을 남기며 이어져 오다가 남북미정상들은 베트남, 평양, 판문점에서 묘수를 찾으려 밀고 당기는 접촉을 이어왔다. 비밀스런 상호 정보를 토대로 협상 로드맵을 그려가며 그 실행을 담보로 한 조치들이 가시화 되는 등 고무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남북정상의 환담 자리에서 김정은이 새벽 NSC 소집 때문에 문 대통령이 새벽잠을 못 주무신다는데 이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서, 마음은 더욱 흥분되고 타들어가던 가슴에 단비 같은 메시지로 들렸다.

 

  모 금융 여행적금에 가입한 지 10개 월이 넘었다. 적금을 부은 뒤부터 생에 마지막 꿈이던 여행을 떠나는 들뜬 기분에 하루하루가 짧았다. 모처럼 활기 넘치는 삶이었다. 제재조치가 하루 빨리 풀리기만 기다리던 지난 5월초, 북한은 이름 모를 발사체를 시작으로 7, 82일까지 신형 장거리 대포를 동해안에 쏘아 올렸다마른 하늘에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일국의 정상들이 나눈 약속이 저잣거리 잡담보다 못하게 되고 말았으니, 저들을 어찌 믿고 상대하란 말인가? 배반감에서 오는 상실감으로, 슬픔마저 들었다. 그래도 민족의 정상들이 나눈 대화가 아닌가?

 

 그동안 북이 저지른 만행에 풀이 죽어 지내던 국방수뇌가 모처럼 TV에 등장하여 결의에 찬 모습으로 탄도미사일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우리도 북을 제압할 수 있는 방어 체계와 공격무기로 만반의 대오를 갖추고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다. 당찬 그의 모습은 처음이었다.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앉아 저들은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국방수뇌의 주장을 만천하에 면박을 주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보다 더 큰 만행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갑자기 찾아온 더위를 피해 쉬다가 거실 벽에 걸린 달력에 눈길이 쏠렸다. 연초 모 금융사에서 백두산 천지의 신비한 비경을 담아 서비스한 전지 한 장 크기의 달력이다. 신비한 백두산 천지의 모습이 춘하추동으로 담긴 생생한 비경을 접하다 보면, 어느 덧 나도 모르게 백두산의 사계절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억수 같이 내리는 빗길을 돌고 돌며 도착한 곳은 신비한 꽃과 이름 모를 나무와 어우러진 기암괴석이 호숫가에 솟은 풍경은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목을 축이려고 물에 손을 넣었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간절한 마음에 꿈을 꾸었던 것이다.

 미국의 노래 중 ‘푸르고 푸른 고향의 풀’이라는 노래 속에서 사형수가 날마다 고향 꿈을 꾼다. 눈을 떠 보면 네 벽이 회색빛이었으나, 꿈 속에서는 벽돌담이나 철창은 보이지 앉고 정겨운 고향 품에 잠든다는 노랫말이다.  

 

  우리 주위를 싼 조건은 날로 더 심각해져 가고 있다. 마치 구한말에 불던 위기가 다시 요동치는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든다. 양코배기는 양수겸장으로 사태를 즐기고 있고, 오랑캐의 음흉한 몸짓과, 바다 건너 왜놈들은 과거도 잊고 침탈의 마각을 드러내며 덤비니 사면초가다. 더욱 붉은 무리 동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니, 풍전등화의 위난을 극복할 수 있는 국민 총화가 절실한 시기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는 역발상적 사고의 전환이 시급하다.

 

 버킷리스트의 꿈은 철길 따라 전주에서 유럽을 지나 시베리아를 돌아 대동강 능라도에서 맥주 한 잔이 바람이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꿈이 물거품으로 흘러 버릴까 걱정이다. 근심은 가슴을 태우고 희망은 마음을 살찌운다고 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

 

 아, 그리운 백두산! 지금쯤 천지 주위에 만병초가 만발하고 있을 텐데, 내 간절한 소원이 꿈속에서라도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동안 녹화해 두었던 판문점의 역동적 장면과 남북 정상들이 천지를 등지고 촬영한 장면이라도 되돌려 보아야겠다.

                                                                                                (201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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