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

2019.08.07 06:58

이윤상 조회 수:13

세상에 공짜는 없다

   행촌수필, 안골은빛수필 문학회 이윤상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잠언(箴言)을 나는 굳게 믿는다. 인과의 법칙을 믿기 때문이다. 30년 전 1989년에 나는 H증권사 전주지점 차장으로 서울에서 전근해 와서 근무하는 제자를 만나서 철저히 믿고 증권객장을 출입했다. 증권에 기본상식도 없는 사람이 물려받은 고향의 논 8마지기와 전주의 집 한 채를 팔아서 차장에게 위탁하여 몽땅 주식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을 본 쓰라린 경험이 있다.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욕심으로 오래 원금회복을 기다리다 거액을 날렸다. 그 후유증으로 10여 년간 막중한 고초를 겪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원리를 뒤늦게 깨달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죽음을 낳는다.'는 원리를 뼈저리게 체험했다. 진정한 부와 마음의 평온을 얻고자 하면, 불꽃처럼 솟는 욕심을 억누르고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을 조사해 본 바 90%가 이전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신문보도를 본 적이 있다. 당첨자들은 한 순간의 불로소득으로 일시적인 성취감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들을 파멸시킨 것은 주변의 사기꾼이 아니라 복권이라는  ‘공짜’에 있었다. 당첨자들은 졸지에 큰돈이 들어오니 나태해지고 쾌락을 추구하며 스스로 불행을 키워왔던 것이다. 어찌 부()를 공짜로 얻을 수 있단 말인가. 자유를 공짜로 얻을 수 없듯이 말이다.

 

 누구라도 일을 안 하고 3개월만 계속 놀면, 뇌에서는 일하겠다는 의욕이 사라지고, 몸도 서서히 굳어지면서 정신적인 노숙자가 된다고 한다. 불로소득도 마찬가지다. 일시적 도움이 되겠지만 시한이 넘어가면 독약이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노력하겠다는 의욕이 사라지면서 자립심도 없고 사행심만 높아진다. 공짜만 바라보니 땅강아지처럼 땅만 쳐다보고 허송세월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여윳돈으로 언제 남을 돕고, 언제 인생의 보람과 사명을 생각해 보겠는가.

 

  요즈음 석유가 풍부한 베네수엘라의 몰락을 보면서 공짜는 없다는 진리를 절실히 깨닫는다. 베네수엘라대학 에르난데스 교수는 자국 경제몰락을 차베스에게 돌렸다. 베네수엘라는 인플레이션이 170%, 해외 난민이 340만 명에 이르고 5년 째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차베스가 베네수엘라에 남긴 것은 파탄뿐이었다. 차베스는 사회주의 경제를 내용으로 볼리바르혁명을 추진했다. 무주택자에겐 집을, 농민들에겐 땅을 나눠주었고, 저소득층에게 특별 보조금까지 주면서 무상교육, 무상의료까지 시행하니 누가 그를 싫어하겠는가. 정권 초기에는 49%의 빈곤 율이 25%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그런 식의 호경기는 오래갈 수 없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가 주도한 경제혁명 20년 만에 민간기업 67%가 줄도산하면서 빈곤률은 90%를 넘어섰다. 석유는 분명 축복의 자원이었지만, 그들에겐 저주가 되었다. 석유로 벌어들인 돈이 모두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정책과 부패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이다. 석유, 전기, 은행, 철강까지 국유화되면서 임원자리는 무능력한 인물로 채워지고, 그들의 경영실패와 생산성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수순이 되었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보다는 무상복지에 재정을 쏟아 부었다. 잦은 봉급인상, 임시지폐 등은 친정부 시책에 동참 할 수밖에 없게 했다. 90% 국민들이 정권을 규탄하면서도 대중 봉기가 없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물러나지 않고 사태를 장기화하려는 조짐밖에 없었다. 차베스는 평소 자신의 정치, 사회적 운동은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는 다른 ‘제3의 길’이라고 주장하면서, 과격한 반미와 국유화 등 포퓰리즘적 사회주의 정책만을 밀어붙여 온 것이 화근이 되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쇠망은 국민들이 정치 자도자의 얄팍한 선심정책에 속는 줄도 모르고 포퓰리즘 정책을 최고로 알고, 정권을 지지하며 공짜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고 난민신세로 떠도는 모습을 보니 공짜를 좋아하는 국가는 쇠망의 나락으로 추락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최근에 일본이 무역보복을 선포하기 이전에 일본의 도하 신문에서는 한국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보도를 했다고 한다. 이런 외국 보도를 단순한 일본의 혐한발로라고 치부하고 넘겨야 할 것인가. 어느 나라든지 국가가 부흥하려면 國利民福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포퓰리즘 정책을 반대하고 국가를 부흥시킬 후보를 선별할 줄 아는, 깨어있는 국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베네수엘라 난민 사태를 보면서 한국 정치지도자들도 대동단결하여 국가번영과 국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라는 마음간절하다. 이게 어찌 이 촌로村老 한 사람의 생각이겠는가?

                                                                      (20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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