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무주로 가는 길

2019.08.19 08:50

김세명 조회 수:5

내 고향 무주로 가는 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옛날 고향 무주로 가는 길은 멀었다. 비포장도로에 곰티재를 넘어 하루 종일 버스를 타야 했다. 고향은 어머니 품속처럼 온기가 돌고 언제나 정겨웠다. 나는 반() 평생을 고향 언저리를 맴돌며 살았다. 지금은 무주까지 사통오달로 포장되어 전주에서 한 시간이면 간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 주 오곡 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중학교 때 배운 이 노래는 미국 번안 가요지만, 내가 즐겨 불렀던 노래다. 누구나 고향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내가 태어난 곳은 무주군 적상면 산중이다. 6.25가 나기 전해에 아버지는 무주읍내로 이사를 하셨다. 당시 머슴이 좌익과 내통하여 할아버지를 죽이려해서 이사를 하신 것이다. 언덕에는 찔레꽃이 피어 있고, 강변에는 할미새가 꽁지깃을 쫑긋쫑긋 촐싹대며 날아들던 어린 시절을 어이 잊을 건가? 그곳에서 초, , 고를 마치고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고향 근처를 맴돌며 살았다.

 

    도내 순환관광 코스 중 2019년 8월 3일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내가 머물렀던 곳이라 간과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옛 추억 때문에 더 가고 싶었다. 아침 8시 반에 종합경기장에서 버스를 탔다. 첫 코스는 적상산 와인동굴과 안국사코스였다. 본래 안국사는 양수발전소 상부 댐 공사를 하면서 호국사 터로 옮겼다옛 절은 물속에 잠겨 사라졌지만 사월 초파일이면 첫딸이 잘되라고 빌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딸이 50세가 됐으니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옛 안국사는 양수발전소 상부 댐으로 호수가 되었다. 와인동굴과 새로 지은 안국사를 둘러보고 구천동 가는 버스차창으로 내가 태어난 집을 쳐다보았다. 괴목부락 큰 느티나무를 보니 어려서 놀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구천동은 1979년도 지서 차석으로 근무할 때 새집을 짓고 막둥이가 태어났으니 나로서는 대단한 연고지다. 장맛비속에 스쳐지나가는 추억을 뒤로 하고 진안 마이산으로 갔다. 진안은 나의 초임지고 처가가 있는 곳이다. 탑사 공적비에는 진안향교 전교였던 장인의 이름이 음각되어있다. 1970년 4월 7일 월랑파출소 근무를 시작으로 무주를 전전하며 10여 년을 보냈다. 경위로 승진하여 다시 진안 월랑파출소장으로 근무 할 때는 구천동에서 태어난 막둥이가 대학입시라 매일 새벽 마이산 정상에 올라 기도했었다.

 

    세월은 흘러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사람은 고생하며 살아온 세월은 기억에 남지만 편안하게 세월만 축낸 사람은 별로 기억할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고향 부근에서 근무한 10여 년 동안 부모님 치상을 하고 내 동생들이 잘 되도록 도왔으니 장남 역할을 제대로 한 셈이다.

 

   내가 살아온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젊은 시절이기에 어떠한 역경도 시련도 이겨냈다. 그 시절에 알던 사람들은 거의 다 유명을 달리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일생은 길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을 보아도 초로인생이란 말이 실감난다. 고향산천을 둘러본 오늘은 내 생애에서 소중한 선물이니 잘 살았다. 매일매일을 소중한 선물로 알고 지내야겠다. 내 고향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참으로 정답다.

 

                                        (201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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