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호 이야기

2019.09.06 09:28

김세명 조회 수:12

아호(雅號) 이야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세명

 

   나의 아호는 두계(斗溪). 학자나 예술가의 호를 문예적으로 이르는 말이 아호라고 볼 때 나는 아호를 쓸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나의 아명은 두건 (頭巾)이었다.  어른들이 내 이름을 그렇게 부른 연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형 둘이 어머니를 따라가 빨래터에서 놀다가 익사했다고 한다. 그 뒤에 내가 태어났으니 상주들이 쓰는 두건을 쓰고 태어났다는 것이 아명의 연유다. 아무튼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지만 어린 나도 슬픈 일이라 아명이 좋았었다. 아버지는 뜻이 별로 좋지 않았는지 호적에 올릴 때는 ‘밝은 세상 밝게 살라’는 뜻으로 세()()이라고 지어 올리셨다. 아명을 듣고 자랐는데 학교에 입학해서야 호적이름을 알고 당황했다.

 나이가 들면 아명이든 아호를 하나 가지려고 했다. 두계(斗溪)는 실개천이나 산골짝의 옹달샘 같은 뜻이다. 사람의 몸도 70%가 수분이고 산골이란 이미지와 아명 때 연민이 있어 혼자 흡족했었다. 나의 수필집에서 아호를 보셨는지 고하 최승범(등단 당시 수필지도) 선생님께서 '두계'는 <한국사>를 쓰신 이병도 선생의 아호라고 하셨다. 듣고 생각하니 송구했다. 내 아호를 혹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다. 친분이 있는 존경하는 문우 세 분과 주석에서 아호 이야기가 나와 나의 아호를 들은 형님으로 모시는 문우께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를 들어가며 나를 백아()로 호칭했다.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서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을 생각하니 나무꾼이었던 종자기가 그 음을 들으며 높은 산과 강물을 느꼈다는 것인데,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것에 대해서 중국의 고사 중에서 이만한 이야기는 관포지교管鮑之交에 이어 손에 꼽을 만한 이야기다. 백아와 종자기의 이야기는 여씨춘추呂氏春秋 에 나온다.’ 물론 나는 그런 위인이 될 리가 없어 사양했으나 꼭 호칭을 백아로 해주는데 싫지는 않았다. 아호는 기억하기 쉽고 소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연상하기가 쉽다. 그런 날에는 단둘이 대폿잔을 들고 담론할 기회를 갖는다. 우린 친해졌고 가끔 주석에서 터놓고 세상사는 이야기나 우정에 깃든 말을 주고받는다. 유제() 형님은 내 글을 거문고를 잘 타는 백아()로 비유하여 두계가 아닌 백아로 불러주니, 아호가 하나 더 생겨 좋기도 하고 송구하기도 하다.

 

                                                      (20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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