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거양득

2019.09.14 10:39

최상섭 조회 수:3

일거양득(一擧)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인생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늘 갈대밭 이랑을 지나는 바람 같기를 바라지만 어디 그렇게 살갑고 녹록하기만 하던가? 더러 예상치 못한 일들이 항상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 않던가? 그래서 현명한 사람들은 미리미리 준비해둔다 하여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을 강조한다. 얼마 전 갑자기 식사하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세상을 버린 친구를 보고 나는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 쉽게 떠나는 것이 인생인데 무엇을 얼마나 더 성취하겠다고 아등바등 산단 말인가? 참으로 삶의 나이테가 허무함을 실감하며 비통해 했었다.

 

  나 역시 언제나 평온하기를 바라면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렇게 보일지는 미지수다. 그런데 오늘 뜻밖의 문자를 받고 깜짝 놀라 나는 진정한 내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선생님, 뵙고 싶어요. 항상 부지런하셔서 자리에 앉아계시기를 주저하시고 누군가를 늘 그리워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을 이제야 알 듯합니다.

 수년 전에 졸업해서 이름도 가물가물한 제자의 가슴을 찌르는 비수와 같은 한마디에 나는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정 그렇게 보였단 말인가 스스로 나에게 반문해 보았다.

 

  그렇다. 나는 2002년 사립중등학교에서 늦게 교감 발령을 받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7년 간 나는 외길 인생을 살았다. 언제나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첫 번째 하는 일이 넓은 학교 교정을 두 세 바퀴 돌며 산책하는 일이다. 말이 산책이지 한 손엔 비닐봉지와 한 손엔 긴 집게를 들고서 산책 겸 학교 주변을 청소하는 일이었다. 물론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출근하기 전에 하는 일상의 내 생활패턴이었다. 학교에도 민주화 열풍이 물어 닥치며 모든 게 새롭게 변화하는 시기였다. 말하자면 수용자의 입김이 세어지는 시기에 나는 교감 발령을 받았었다. 모두에게 만족을 줄 조화를 찾기에는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러던 중 내린 결론이 '내가 먼저 실천하자'였다. 이 때 나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기쁨을 만끽 할 수 있었다. 정년퇴임 후 그 다음 날부터 근무하게 된 지금의 학력인정학교인 현 직장에서도 내 생활은 그대로 이어졌다. 산책하고 쓰레기도 줍고 그야말로 일거양득(一擧)이다. 그런 내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본 제자 C의 문자는 나를 당황하게 했다. 나는 학생들에게 '어디에 가든 꼭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삶을 개척하라.'고 했었다. 이 말을 가슴깊이 새겼던 C졸업생의 문자는 진정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이 누구나 내일이라는 미래를 생각하며 보람을 가꾸려 노력하지만 발 뿌리에 부딪치는 저항 같은 현실의 반대급부를 어떻게 조화롭게 다져 나갈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본다.

 

 오늘따라 청명한 하늘을 높이 나는 고추잠자리의 비상이 한가롭고 길가에서 노랗게 웃고있는 달맞이꽃의 여유를 가슴에 담고 싶다. 내일도 나는 이슬이 채이는 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산책하는 일거양득의 행동을 계속할 판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를 혼자 중얼거리면서….

                                                        (2019.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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