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시간

2019.09.19 05:56

최연수 조회 수:4

나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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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해드리겠습니다
여자가 단말기에 카드를 긁었다

허공을 얄팍하게 접어 꽃에 대고 있는
나비, 결제할 것이 있을까

비행법을 기억하는 그 나비, 희미한 어제를 접어 앉았지
지불할 게 많은 듯

노련한 꽃은 이미 향기를 버린 채 나비의 길목을 지켰던가
낯선 꽃의 머리채가 그 손에 잡혀 울었던가

거기까지만 날아갈 나비를 알고 있을 거야
한때의 봄날만 기억하는 그 꽃,

무럭무럭 자란 그 나비, 잠들지 않는 근육질 무늬가
피 다른 꽃을 배회해도
결제할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꽃들

팔랑거리는 나뭇잎을 좇는 나비
바람을 따라 잠시 꽃들이 일어섰다 주저앉는다

하늘거리는 계절, 눈 좋은 흰색이 팔랑거린다

여름에는 유독 흰색이 좋았다
흰색을 접어 지갑에 넣으면 눈이 잘 보일 것 같았다

나는 여름에게 지불할 것이 많다


- 최연수, 시 '나비의 시간'


이제 여름은 나비처럼 날아가고 추억만 남습니다.
지난 계절에게 지불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은 가을.
풍요로움으로 지혜로움으로 잘 헤쳐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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