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다녀와서(1)

2019.09.24 13:10

신효선 조회 수:12

제주도를 다녀와서 (1)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남편과 둘이서 45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한라산은 온통 녹색의 향연을 뿜어내고 코발트빛 바다가 손짓을 한다. 출발하던 날은 비가 옷을 적실 정도로 내렸다. 공항에서 렌터카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좁고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따라 회사로 찾아갔다. 설마 내 나라인데, 하와이여행에서 내비게이션이 고장난 렌터카를 연상하며 씩 웃었다. 빗속의 낯선 길을 내비게이션에 따라 예약한 리조트에 도착했다. 특별 분양을 받아 처음 가보는 리조트인데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아련히 들리는 파도소리에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커튼을 제치니 눈앞 바다의 파도가 너울너울 아침 인사를 하고, 가까이 비양도가 제주도의 자연경관과 아름답게 어우러져 이국 풍경을 보는 듯한 상쾌한 아침이다.

  남편의 스케줄에 따라 찾아간 곳은 ‘방림원’이다. 이곳은 방한숙 씨가 30년 동안 야생화에 몰입하여 수집하고 가꾼 야생화수목원이다. 3천여 평의 방림원 곳곳에는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유럽,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세계 각국의 야생화 3천여 종과 수국을 감상할 수 있었다. 오밀조밀하고 예쁘게 가꾸어진 정원이 눈길을 끌었다.

  ‘카멜리아힐’은 이름과 같이 동백으로 유명한 동양 최대의 동백수목원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동백꽃을 비롯하여 가장 일찍 피는 동백꽃, 향기를 내는 동백꽃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80여 개 국가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한데 모여 있었다. 1989년 문을 연 카멜리아힐은 사계절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목원이다.

  수국들이 초여름의 제주도 곳곳을 물들이고 있었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형형색색 솜사탕 같은 수국, 알록달록 구름 속을 걷는 듯한 느낌, 수국이 빚어낸 색의 향연으로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카멜리아힐은 동백과 함께 각종 조경수가 함께 어우러진 야생화 코너를 비롯해 넓은 잔디광장, 생태연못 등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 내년 봄엔 동백꽃을 보러 다시 와야겠다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운진항에서 마라도 가는 유람선을 탔다. 마라도는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에 위치한 섬으로 사시사철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 명소다. 하늘도 푸르고 바다도 푸른 날, 유람선은 거침없이 물살을 가르며 남쪽으로 향했다. 드넓은 바다는 그저 바라만 봐도 가슴이 확 트였다.

 

  배가 항구에서 멀어질수록 납작한 팬케이크 같은 섬 두 개가 나란히 보였다. 앞쪽에 있는 섬이 가파도, 뒤에 보이는 작은 섬이 마라도다. 뒤돌아보면 산방산, 송악산, 사계리 해안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해안선 길이가 4.2㎞인 환상의 작은 섬, 사람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가 있었으나 걸어야 마라도의 맛을 느낀다기에 남편과 걸었다. 마라도는 인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작은 성당과 교회와 사찰이 있고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가 있다. 자장면 집을 비롯하여 각종 음식점과 숙소가 관광객을 기다렸다. 세찬 모래바람 속에서도 섬 전체가 선인장과 방풍이 군락을 이루었다.

  ‘새별오름’은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제인 '들불축제'로 잘 알려진 제주 오름의 하나다. 새별오름은 가을철 드넓은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이곳에서는 해마다 들불축제가 열린다. 우리는 새별오름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밑에서 둘러만 보고 왕따나무를 찾아 나섰다.

  넓은 초원에 외로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새별오름 근처에 있다는 왕따나무를 찾기 위해 나와 남편은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왕따나무를 찾느라 ‘성이시돌목장’은 가지 못했다. 예전 CF 촬영지로 알려져 일명 소지섭 나무라고도 한다. 새별오름과 이달오름 사이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로, 일명 ‘나홀로나무’라 불리는 이 나무는 푸른 풀밭 속에 나 홀로 서 있는 모습이 기이하면서도 멋스러워 사진작가들이 많이 찾는다. 이름만 왕따나무지 커플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많이 오는 곳이다. 가족사진, 커플사진, 우정사진 등 요사이는 종종 웨딩사진을 찍으러 오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왕따나무가 아니라 주연나무라 불러야겠다.

  주차할 곳이 마땅히 없어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초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도로와 초원 사이에 작은 수로가 나 있는데, 전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었는데 없어져 조심해서 건너야 했다. 나는 건너는 걸 포기하고 멀리서 보아도 나홀로나무구나 싶을 정도로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왠지 외로워 보였다.

  남편은 이곳저곳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오면 왕따나무를 안고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너무 늦기 전에 그곳을 떠났다. 오는 길에 남편은 차귀도 낙조를 찍느라 숙소에 갈 생각도 없어 보였다.

  제주도는 가볼 만한 곳도 많고 여러 번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건축물과 조형물로 아름다운 제주도의 경관이 망가지는 것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더 늦기 전에 관광객 유치라는 명분으로 자연을 훼손하여,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고자 하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2019.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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