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뜨기 관광과 개복숭아

2019.09.26 05:04

구연식 조회 수:9

쇠뜨기 관광과 개복숭아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과학문명은 자연현상을 모태로 하여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므로 아무리 최첨단의 과학도 결국은 자연현상의 원리를 찾아내어 응용한 것이다. 인류의 생·로··사도 위대한 자연의 대 순환원리이기 때문에 자연현상을 무시한 연구는 허용될 수 없으며 결국 도태되고 만다.

 

 조물주는 온 천지에 인간들이 살아가도록 자연환경을 조성하시고 먹이사슬의 환경도 기후와 풍토에 알맞게 배분하셔서 형태와 품종은 서로 달라도 그 속에 함유된 영양소는 고르게 점지하시어 인류는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도 필수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어 삶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과학문명이 발전할수록 영특한 인간들은 조물주가 숨겨 놓은 자연의 비밀을 연구하고, 이론으로 발표하여 때로는 자연의 위계질서가 붕괴할까 우려도 된다. 성급한 인간들이 자연 속에 뛰어들어 검증되지 않은 부분까지 자기 맘대로 해석하고 섭취하여 오남용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안타까운 현상을 보기도 한다.

 

 언제인가 언론에서 쇠뜨기의 효능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보도되자, 전국 유원지의 산과 들에는 관광객들이 관광보다는 쇠뜨기 뜯기에 열중하여 쇠뜨기 관광’(?)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 시절 내가 많이 오갔던 전군도로에서도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사람들이 쇠뜨기를 뜯는 진풍경을 보았다. 나도 덩달아 죄 없는 쇠뜨기만 뜯어다가 활용도 않고 그냥 버린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쇠뜨기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우리나라 전통 풍습에 귀신을 쫓는 대표적인 나무는 복숭아나무이고, 제사상에 금기시된 과일은 복숭아이다. 조상님들 제삿날에는 복숭아나무 부근에는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은 물론 시골 어느 집도 울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았었다. 보통 복숭아를 먹고 씨를 아무 데나 버려서 자라난 것이 개복숭아가 되어 우리나라 산야에는 그 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식물 이름에 접두사 를 붙이는 경우는 귀하지 않고 흔하다는 의미다. 요사이 개복숭아가 그 옛날 쇠뜨기 이상의 붐이 일어나 개복숭아를 묘목으로 가꾸어 판매하고 있어 개복숭아를 약용 및 정원수로 심고 가꾸는 정원문화도 유행하고 있다.

 

 개복숭아는 개량종과 접을 붙이지 않고 보통 복숭아씨가 발아하여 자랐기 때문에 야생동물들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인지유난히 솜털이 많고 씨가 단단하여 좀처럼 깨지지도 않으며 과육(果肉)은 껍데기만 있어서 이빨로 긁어먹어야 겨우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그냥 따서 장난치다 버리는 과일로 기억된다.

 

 언제부터인가 케이블 TV에서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본방송을 비롯해서 동시에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되었다. 특히 하절기에 주인공 자연인들이 발효식품을 담는 단골 메뉴는 개복숭아가 빠지지 않는다. 최근에 학계에서 발표한 개복숭아의 효능은 유기산 및 알코올류, 펙틴(과일의 다당류) 등 섬유소 질이 풍부하며, 특히 개복숭아는 기침과 천식에 도움이 되고, 몸속 노폐물과 니코틴 배출 등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개복숭아 재배가 늘고 있으며, 관련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어 개복숭아에 대한 격세지감이 있다.

 

 아내가 최근에 개복숭아 나무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다. 이른 봄 야산에 잎보다 먼저 분홍색 꽃이 피고 열매는 복숭아처럼 생긴 작은 핵과(核果)라고 설명했더니 기어이 실물을 보러 가자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어서 나는 고향 뒷동산으로 갔다. 고향 뒷동산은 보름이 멀다 하고 뻔질나게 오르내려 능선과 골짜기마다 훤히 다 꿰고 있어서 개복숭아 있는 곳으로 바로 데려가니 입을 쩍 벌리더니 금방이라도 개복숭아 열매를 모두 따서 발효식품을 담글 기세였다. 나는 열매가 너무 익어서 과즙이 적고 약효가 없다고 설득하고 산딸기 한 움큼으로 달래면서 내년 봄을 기약하고 내려왔다.

 귀신도 무서워하고 조상도 싫어하는 먹잘 것도 없고, 볼품도 없는 개복숭아가 이제는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자손들이 건강해야 조상들도 모실 수 있으니 제수 과일은 안 올려도 개복숭아가 건강식품이라니, 나도 먹어 보고 시골 앞마당 울밖에 개복숭아 한 그루를 심어보고 싶다.

                                                                           (20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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