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에 담긴 추억

2019.10.02 14:12

신효선 조회 수:7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추억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고등학교 동창이 카톡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주부 초년시절에 친구들과 찍은 사진 3장을 보내주었다. 모두 의미 있는 사진인데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 두 분과 여학생 둘이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이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 50년 전 타임캡슐 속 사진은 가슴 한켠에 작은 설렘과 한 편의 서정시와 같이 나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중학교 때 시골학교로 막 부임한 새내기 국어선생님과 오빠 같은 생물선생님이다. 두 분은 학생들에게 살갑게 대해 주셨다. 지금은 두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국어를 가르치신 오 선생님은 한동안 나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선생님을 최근에 뵙게 된 것은 몇 년 전 ‘신석정 문학관’에서 열린 ‘신석정 문학제’에서였다. 그곳에서 부안문화원장님으로 계시던 고등학교 때 수학을 가르치신 김 선생님을 만났는데, 오 선생님도 거기에 오셨다고 했다. 50여 년이 지나서일까? 나는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했다. 선생님 역시 나를 알아볼 리 없겠지만 반가워하셨다. 선생님이 담임한 반장 이름을 댔더니 기억이 나는지 반가워하셨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인지 건강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주에서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 때 이야기해서 식사 자리를 마련하여 모시고 싶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운명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선생님을 한 번도 모시지 못한 게 어찌나 안타깝고 아쉬웠던 지 온종일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오 선생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새내기 총각 선생님으로 처음 교단에 서셨다. 눈이 큰 선생님은 온 열정과 정성을 다해 가르치셨다. 수업시간이면 학생들 하나하나에 신경 쓰시며 분필을 학생 머리에 콕콕 찍으시며 지도해주셨다. 한 번이라도 다시 뵈었으면 이렇게 가슴이 아리지 않겠는데….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몇 년 근무하시다가 전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신 것만 알았는데, 그 뒤 원광대학교 교수로 봉직하시다 정년퇴직하셨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광주에서 살다 전주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 소식을 몰랐는데, 수필을 배우면서 문학행사에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광주로 가기 전 선생님이 담임했던 반장, J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에 찾아왔다. 남편이 전주J 고등학교에 근무할 때 친구 남편도 같은 학교에 근무하여 내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그때 둘째를 출산하고 건강이 좋지 않아 아픈 몸으로 친구들 만나는 것을 멀리했었다. 그런데 친구는 어찌나 재미있고 친근하게 대하는지 내심 거리를 둔 자존심이 부끄러웠다.

 

  남편의 직장 따라 광주에서 30여 년 생활하면서 정년퇴직하면 고향 같은 전주로 와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었다. 전원주택을 구하러 다니던 중 그 친구가 전원주택에 산다고 해서 찾아갔었다. 아주 멋지고 경관이 뛰어난 곳에 2층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나는 풍광 좋은 자리에 터가 좀 있어 정원을 내 손으로 꾸미며 채소도 심고 꽃길도 만들며 살고 싶었다. 5년을 광주에서 전원주택을 찾기 위해 전주를 수없이 다녔는데, 내가 꿈꾸던 전원주택을 찾지 못해 아파트로 오게 되었다. 그나마 주말농장을 구해 텃밭을 가꾸고 있으니, 꿩 대신 닭이라며 아쉬움을 달랜다.  

  며칠 전 친구 J로부터 전화가 왔었다. 요즈음 어디에 실린 내 글을 읽었는지 수필 이야기 도중 중학교 때 교지, ‘매화’에 실린 나의 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 번 만나자고 하니 흔쾌히 약속했다.

  며칠 뒤 약속장소에서 만났다. 우리는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 친구들과 선생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선생님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고 나누었다. 옛 친구를 만나면 이제 황혼의 문턱에 와 있으면서도 마치 시간이 옛날 어린 시절에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 친구는 중학교 때 일등을 놓치지 않았다. 게다가 서예와 문학 등 다재다능하면서도 소탈한 그 친구는 동기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는 전주 모 고교 장학생으로, J 교육대학교를 수석으로 들어갔었다. 총각 선생님이 그런 기특하고 총명한 학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남달라,  사춘기 여학생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 입방아에 오르내렸는데, 지나고 보니 재미있는 추억이다.

(201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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