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6 05:48
고령운전자와 적성검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오창록
2019년 1월 1일부터 고령운전자는 운전면허와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시험을 통과해야만 그동안 가지고 있던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가 있게 되었다. 자동차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문명의 이기가 되었다. 집은 없어도 살 수가 있지만 자동차가 없이는 생활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고령자는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이다. 여기에서는 만75세 이상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말하고자 한다. 법이 개정되어 2019년 1월 1일부터 그동안 적성검사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고, 고령운전자 맞춤형 교통안전교육을 3시간동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본 개정 내용의 시행일은 2019년 1월 1일이므로 75세 이상자 중 2019년이 적성검사인 사람부터 적용된다. 법이 시행되면서 내가 해당이 되었다. 작년에 적성검사를 받아야 되었으나 집안 사정으로 금년 4월에 고령운전자 검사를 받고 종전 5년의 적성검사기간이 3년으로 단축된 면허증을 받았다.
그동안 적성검사는 면허시험장에서 시력검사와 팔과 다리 등, 운전을 할 수가 있는지 여부를 눈으로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적성검사를 판단하고 면허증을 발급했었다. 그러나 이제 75세가 넘은 운전자가 적성검사(맞춤형 안전교육)를 받고자 할 때는 처음부터 컴퓨터를 통해서 해야만 된다. 지정된 날에 교육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되는 등 모든 것을 검퓨터에 의존해야 한다.
지정된 날에 면허시험장에 가면 30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고 각 책상에는 컴퓨터모니터가 한 대씩 놓여있다. 아직도 초심자이지만 그래도 내 책상에는 항상 컴퓨터가 있고 수필을 쓰기도 한다. 80이 다된 노인들한테 컴퓨터는 낯설기만 할뿐더러 이를 사용할 수 있는 노인들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었다. 우리가 그동안 익숙했던 시험지가 아닌 컴퓨터모니터에서 일일이 문제를 내고 풀어야 하니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우리나라 도로교통법은, 고령운전자의 교통사고 원인인 ‘신체적 반응속도 저하’ 를 이유로 운전을 제한하는 규정이 따로 없다. 제45조에서 과로 등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를 금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를 고령운전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해 운전에 제한을 둘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해 부산시는 만65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준다고 발표했는데, 많은 예상자가 몰려서 추첨방식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명 ‘장롱면허’ (면허 취득 후 오랫동안 운전을 하지 않아 장롱에 보관해 둔 면허) 소지자들만 면허를 반납하고, 실제 운전하는 고령자들은 면허를 반납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운전을 하고 있는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고령운전자들의 면허반납을 유도하기 전에 대중교통 등 앞으로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에서는 아동수당을 2018에 9월에 도입하면서 당시에 0~5세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오는 10월 25일부터는 만7세까지, 그리고 앞으로는 12세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저변 확대정책인 줄은 알지만 이러한 정책의 일부만 노인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노인들이 굳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될 대중교통수단을 정부가 연구해서 노인들에게 내놓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인 것은 온 세상 천하가 모두 알고 있다. 노인은 어른으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랬던 노인의 지위가 불과 반세기(半世紀)도 안되는 기간에 무너져 버렸다. 운전면허적성검사 기간이 7년에서 5년으로, 또 5년에서 3년으로 자꾸 줄어드니 마음이 허전하기만 하다.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이야 하늘에서 정해준 만큼만 살다가 가면 되는 것이지만, 사람이 만든 제도에 의해서 내 삶이 좌우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적성검사를 받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나만 그럴까?
(2019.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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