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마을과 구절초 꽃동산

2019.10.11 08:27

이윤상 조회 수:6

치즈마을과 구절초 꽃동산

 행촌수필, 은빛수필 문학회 이윤상

 

 

 

 

 오늘은 찬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24절기 중 17번째인 한로(寒露). 강원도 산간지방에는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날씨는 갑자기 싸늘해졌다. 어제는 하루 종일 보슬비가 추적추적 그치지 않고 내렸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다. 아침 8시에 택시를 잡으려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콜택시를 호출하니 3분 안에 와서 한옥마을 르윈호텔 앞 출발 시간에 간신히 맞추어 승차했다. 일행은 먼저 승차해서 초조하게 나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다. 이렇게 택시 잡기가 힘든 때가 많으니 팔순이 넘은 노인들도 위험부담을 안고 자가용 운전대를 놓지 않는가 보다.

 

 시티투어 버스에는 40여 명으로 만원이었다. 오곡백과가 여물어서 수확을 재촉하는 가을벌판은 풍요로워 보였다. 어느새 운암교 입구를 지나 옥정호반 이설도로로 접어들어  호수가 넘실대는 국사봉 주차장에 내려놓았다. 40분간 휴식을 취하면서 국사봉 아래 팔각정에 올라서 붕어섬이 가로누워있는 풍경도 감상하며 산책을 했다국사봉을 다녀오는 사람도 있었다. 다음은 성수면의 치즈랜드에 우리를 내려주고 12시에 승차하라 했다. 치즈랜드는 여러 번 다녀왔지만, 오늘 내가 안내한 유백열, 안원순 선배는 초행자처럼 반기는 기색이어서 보람을 느꼈다. 주차장 앞에 있는 전시관 내부를 돌아보며 해설사의 설명도 들었다. 지정환 신부가 이곳 임실에서 한국 최초로 치즈산업을 창업하여 성공한 사례는 들을 때마다 감동했다. 벨기에 출신 신부로 평생을 임실치즈 산업육성에 헌신하고 향년  87세를 일기로 2019413일 전주 중앙성당에서 선종하셨다. 103~6일까지 4일간 임실치즈축제가 열렸다.

 치즈마을에는 주차장에서부터 언덕위의 3층 전망대와 동편 잔디동산일대에 백만송이 국화를 화분에 재배하여 오색빛깔로 국화전시를 하여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층 전망대에 올라서 내려다보니 임실읍, 성수면 일대의 평화로운 농촌 마을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고 우뚝우뚝 솟은 산이 둘러싸여 아름다운 풍광이 가슴을 설레게 했다. 처음 올라와 본다는 두 선배의 감격어린 눈빛이 오늘 잘 왔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지정환 신부가 뿌린 씨앗으로 임실치즈마을은 몇 개의 공장이 들어서고 연간 매출이 500억 원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임실이 치즈생산으로 부를 이룬 성공 사례이기에 감동이 되었다.

 

 오후에는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 축제장을 찾았다. 음력 구월구일 즈음에 피는 꽃이라하여 구절초라고 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산내면 매죽리 야산에 구절초가 하얀 메밀꽃보다 아름답게 온 산에 만발했다. 105~20일까지 장기간의 축제기간 초기에 왔다. 어느 지방 축제나 3일에서 5일간 열린다. 그런데 유일하게 정읍 산내면 매죽리의 구절초축제는 16일간 계속 된다니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날리는가 보다.

 

 정읍이 고향이기에 더욱 구절초축제에 관심도 있고 매년 찾아간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주차장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금년에도 주차전쟁은 여전했다. 산내면 능교리 소재지에서부터 진입도로는 온통 승용차로 가득 메우고, 대형 관광버스만 겨우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주차장으로 활용할 만한 공한지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거리가 떨어지더라도 골짜기의 논이나 밭을 매입하여 주차장을 확장하고 축제기간에는 셔틀버스로 내장산처럼 운행하면 관광객들이 짜증을 내지 않을 게 아닌가. 실제로 내장산 단풍절정기의 관광객은 8곳으로 진입도로를 뚫고, 1~5 주차장까지 확충했지만 축제기간은 고작 10일 정도가 피크다. 산내면 구절초축제는 16일간이나 지속하니 주차장 확충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 중 유 선배는 몸이 불편하여 주차장 인근의 텐트 아래서 쉬고, 안 선배와 나는 걸어서 3천원 티켓을 구입하여 입장했다. 낮은 고개를 하나 넘어서 축제장으로 들어갔다. 입구부터 산 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구절초 하얀 꽃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었다. 꽃동산 사이사이로 통행로는 시멘트 포장이 잘 되었고 좁은 통로는 야자매트를 깔아서 산책하면서 꽃을 감상하기에 좋았다. 강원도 봉평의 메밀꽃이나 고창 학원농장의 메밀꽃보다 매죽리의 구절초가 싱싱하고 향기도 풍기며 볼거리가 더 좋았다. 꽃동산을 다 돌아보고 아래로 내려오니 음식 파는 텐트가 즐비했다. 막상 간식을 먹을 메뉴판을 보니 파전, 도토리묵, 동동주가 주류를 이루었다. 몇 곳을 더듬어 보니 마침 어묵꽂이를 파는 곳이 보였다. 안 선배와 함께 어묵꽂이로 간식을 하니 적절했다. 안 선배는 술을 일체 안하기에 나는 맥주를 한 병 마시면서 어묵을 안주로 하니 별미였다. 간식을 하고 주차장으로 오니 출발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서 시간을 잘 맞추었다. 구절초 축제는 20일까지 계속된다. 앞으로 더 많은 꽃이 만발하기를 바라면서 담소를 나누며 구절초 꽃동산을 돌아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산내면 매죽리 하면 깊은 산속의 가난한 오지마을이다. 1960년대 초반에 섬진댐으로 일부는 수몰이 되었다. 면내에 벽지학교가 3~4개교가 있어서 한때는 교감승진을 하려면 산내면 벽지학교를 찾아간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에 구절초를 가꾸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구절초는 내가 어렸을 때는 섬모초라는 야생초였다. 그 뿌리와 줄기를 말려서 배탈이 나면 탕약으로 다려서 먹었다. 지독하게 쓰디쓴 약이지만 부모님이 몸에 좋다고 먹으라고 해서 억지로 먹고 나면 사탕을 하나 입에 물려주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 꽃이 유명한 관광자원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절초를 가꾸는 데는 주변의 잡초를 뽑아야 하고 얼마나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겠는가. 구절초 마을 주민들이 노인세대가 대부분인데, 끈기 있게 꾸준히 가꾸어서 구절초 꽃동산을 만든 주민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 2019.10.8. 임실 치즈마을과 산내면 구절초 축제장을 돌아보고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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