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나이아가라 폭포

2019.10.12 05:01

호성희 조회 수:14

내가 본 나이아가라 폭포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호성희

 

 

 

  20166월 초 캐나다와 미국 동부를 둘러보는 10일 정도의 여행을 했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캐나다 밴쿠버를 거쳐 토론토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숙소에 들었다. 처음 밟아본 잘 사는 나라는 우리랑 뭐가 다를까 궁금했었다.

 우리가 묵은 숙소 주변은 대체로 조용하고 한적해 보였다. 긴 비행시간으로 지친 몸을 안정시키고 다음날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려고 일찍 나섰다. 2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가 만난 나이아가라 폭포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빨려 들 것 같은 폭포의 웅장함에 멋진 풍경을 느끼고 감상하기보다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의 존재감마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저 거대함 앞에 감히 인간이 대적할 수 있을까? 크루즈를 타고 빨간 비옷을 입고 나이아가라 폭포 가까이 다가가 빨려들 듯한 스릴과 온몸을 흠뻑 적시며 물보라를 만나고 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빨간 우비를 입고 크루즈를 탔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크루즈는 파란색 우비를 입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빨간 비옷은 캐나다 쪽에서 출발하고 파란색 우비를 입은 크루즈는 미국 쪽에서 출발한 크루즈라고 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캐나다 쪽에서 바라본 나이아가라가 풍경이 훨씬 멋지다고 했다. 폭포로 가까이 갈수록 물의 힘이 대단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폭포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아 공포감마저 느껴졌다. 크루즈가 폭포 가까이 다가가자 배안에서는 사람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배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물보라가 어찌나 세던지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운이 좋으면 무지개가 수시로 나타난다고 들었는데 아쉽게도 무지개는 보지 못했다. 크루즈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걸으며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앞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물보라가 장관이었다.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은 잘 꾸며진 테마파크 같았다. 호텔과 음식점 각양각색의 자동차 전시장 같은 주차장도 볼거리였다. 멋진 풍경과 폭포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노라니 새삼 샘도 나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사람들은 무슨 복을 받았기에 이런 천혜의 자연과 넓고 풍요로운 땅을 갖게 되었을까? 폭포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폭포 주변은 많은 상점들과 오락시설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단체 관광이라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크루즈 관광을 끝내고 우리는 제트보트 선착장으로 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호수와 강을 따라 급류와 월풀을 즐기는 투어는 지금도 생각하면 짜릿하다. 우리 일행이 투어했던 때는 6월 초순이었는데 강물을 뒤집어쓰고 옷이 흠뻑 젖은 채로 1시간가량 즐기는 사이 입술이 새파랗게 떨려오면서 냉기가 느껴졌다. 물 폭탄을 막기 위해 입은 모자 달린 노란 우비와 구명조끼도 물 폭탄을 피하기에는 부족했다. 제트보트에서 내린 우리 앞에 사람들은 영락없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다. 몰골이야 어떻게 되던지 상관없었다. 그저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즐기는데 나이아가라 물 싸다구는 기쁨을 두 배로 향상시키는데 무리가 없었다. 우리는 앞자리에 앉아 가장 많은 물을 먹고 흠뻑 젖었다. 그 덕에 우리는 스릴만점이었다. 살아있는 나이아가라가 환영한다고 물세례를 격하게 안겨주었다. 급류를 타면서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위로 올라 솟았다가 내려올 때는 온몸이 같이 움직였다. 물벼락과 함께 이쪽저쪽 비틀거리며 아이처럼 즐거웠다. 나이아가라의 엄청난 수량은 물론 주변의 경치는 몇 번을 감탄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말로만 듣던 나이아가라의 웅장함과 자연의 위력을 실감하고 나니 오히려 피로가 풀리고 눈이 정화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슨 복으로 이런 호사를 누리며 여행을 하나 싶어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리 국민 중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나는 복 받은 사람이로구나 싶었다. 13층 높이에서 낙하하는 폭포수는 시속 104km나 된다고 했다. 가까이서 들은 폭포 소리는 마치 천둥이 치는 것처럼 주변의 소리를 잠재웠다. 평생 한 번 본 나이아가라 폭포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매초 2,800㎥가 넘는 폭포수가 떨어져 우리가 탔던 제트보트 물길을 만든다고 했다. 자연의 위력과 신비를 보고 긴장된 몸도 녹일 겸 우리는 휴게소에서 따끈한 코코아 한 잔씩 나눠 마셨다. 난로 못지않은 따끈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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