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2019.11.03 12:15

김재교 조회 수:35

텃밭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석청 김재교

 

 

 

 

 

 

 우리 집 마당 안 남쪽에 있는 텃밭이 약 300여 평쯤 된다. 농촌에서는 울안밭은 가꾸는데 아주 편리한 땅이다. 이른 봄에 상추, 오이,마토, 쑥갓, 아욱, 등 봄채소를 심는다. 또 땅을 깊이 감자도 놓고, 한여름 참깨며 들깨, 콩도 심는다. 여름 끝자락에는 무, 당근, 파, 배추, 생강을 심고 가꾸어 겨울 먹거리를 만드는 곳이 텃밭이고 채전이다. 땅 중에서 울안텃밭이 제일 소중하다.

 

 나는 새벽마다 아내와 산책을 한다. 돌아오면 텃밭으로 간다. 아침에 마주보고 이상이 있는지, 채소에 벌래가 있는지, 습기가 많고 적은지를 살핀다. 텃밭과의 대화는 하루 일정의 시작이다. 허약하면 거름을 주어 잘 자라게 한다. 일 년동안 자식을 기른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남녀가 연을 맺어 부부가 되면서 수많은 희로애락이 겪지만, 자식이 태어나면 부부의 연이 더 깊어져 행복을 느낀다. 온 식구가 애지중지하며 기른다. 아프면 엄마는 품에 안고 밤잠을 설치고, 마주보며 건강해질 때까지 애간장을 태운다. 먹는 것도 옷도  자기보다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힌다. 이것이 수천 년 이어온 인간 삶의 본능이다. 우리 부모님들도 이렇게 살아 오셨고, 우리 후손들도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올해 텃밭에 이상이 생겼다. 작년에는 가을배추를 조금 늦게 심었다. 속살이 늦게 차 김장이 늦었다. 올해는 며칠 일찍 심었더니, 무름병이 났다. 다시 심어 가을채소는 잘 자라고 있다. 값으로 치면 얼마 안 되지만 자라는 채소들이 우리 부부와 이웃들의 조석 찬거리다. 이 텃밭에서 들깨며 참깨도 거두었다.


 일전에 아내는, 먼저 익은 메주콩을 뽑아 비닐멍석에 놓고 두드렸다. 알만 6kg이나 되었. 지하수에 담가 이틀 후 솥에 넣고 삶아 청국장용으로 숙성하여 돌절구에 으깨었다.  나도 많이 도왔다. 새 청국장이라며 여기 저기 이웃과도 나누는 모양이다. 참 흐뭇하다. 내 몫은 있는지 궁금하다. 텃밭에서 거둔 것을 조금이나마 이웃과 서로 나누는 아내가 보기 좋다. 나는 이 텃밭을 가꾸며 가까운 문인들을 생각한다. 존경하는 그 문인들과 무엇이든 나누고 싶다. 언제나 작지만 있는대로 작은 꿈을 받아주시면 더 이상의 행복이 없을 것 같다.

                                                                            (2019.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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