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2019.11.07 12:02

김길남 조회 수:28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길남

 

 

 

       

 영호남수필문학회 전북지회에서 보령지역으로 문학기행을 갔다. 대천항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며 눈앞에 펼쳐지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고 사람이 살아가는 것이 신기로웠다. 일하는 사람도 있고, 놀러 다니는 사람도 있다. 서로 도와가며 살아간다.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응얼거리지만 나라는 이처럼 잘 돌아가고 있다.

 대천항에서 대천크루즈 유람선을 타는데 표를 파는 사람, 점검하는 사람, 타는데 도와주는 사람들이 일을 했다. 배에 오르니 먼저 탄 사람들이 경쾌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어찌나 재미있게 흔들어 대는지 나도 젊다면 나가서 어울리고 싶었다. 어디서 왔는지 단체여행자들은 원탁에 자리를 잡고 술잔을 돌리고 있었다. 쓰레기가 여기저기 떨어지니 선내 청소원이 치운다. 내가 마신 캔커피 빈 통을 휴지통이 없어 의자 밑에 두었더니 그것도 주워서 치운다. 선장의 명에 의해 항해사가 배를 움직여 항구를 벗어났다.

 먼저 보이는 것이 보령화력발전소다. 이미 지은 것이 6기이고 새로 지은 것이 6기였다. 그런데 굴뚝에서는 연기가 나지 않았다. 며칠 전 미세먼지 예비특보를 내려 수도권의 차량 2부제를 운영한다더니 여기도 운행을 중단한 것 같았다. 옆의 바다에는 석탄을 나르는 큰 배가 3척이나 정박해 있었다. 미세먼지 발생원흉이라고 지탄을 받지만 전기를 생산하여 공급하고 있으니 나름대로 나라를 움직이는 일익을 담당한다. 또 석탄을 캐는 광부들에게는 일거리를 만들어주는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몇 명이나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르나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배출가스가 나오니까 저감장치를 연구하고 그것을 측정하는 기기를 설치하는 사람도 일자리가 생긴다. 이래저래 서로 어우러져 산다.

 40여 분 달리니 원산도가 가까워졌다. 바닷가에는 많은 건물들이 있다. 무엇에 쓰이는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벌이를 하고 있을 게다. 어느 조그만 섬 옆에는 낚싯배 두어 척이 있고, 낚시꾼 대여섯 명씩 타고 낚시를 하고 있다. 한 사람당 15만원씩이라 들었는데 그 선주는 오늘 한탕 잘 한 셈이다. 그리 멀지 않으니 사람들이 서로 손을 흔들었다. 조금 떨어진 섬 옆에는 대형 크레인이 정박해 있다. 아마 큰 공사가 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안면도 끝자락 영목항이 보였다. 그곳에도 사람이 사는 건물이 많다. 어업을 하든지 상업을 하든지 벌이를 하며 살 것이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니 대천항에서 원산도를 거쳐 영목항까지 길을 낸다고 한다. 대천항에서 원산도까지는 해저 80m에 터널을 뚫고 원산도에서 영목항까지는 다리를 놓는다 한다. 터널도 모두 뚫었고, 다리도 놓았는데 마무리 공사가 안 되어 통행을 못한다 한다. 참 기술이 대단하다. 바다 밑에 물이 새지 않도록 길을 내니 놀랄 만하다. 우리나라가 그만큼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그 공사를 설계하고 시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어 재미를 보았을 게다. 그런데 나는 배가 조금 아팠다. 전북은 부창대교를 놓는다고만 했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전남은 천사대교 같은 큰 공사도 마쳤는데 우리 전북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예산을 따와야 하는데 낮잠만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1시간 반이나 지났는데 선상카바레에서는 음악이 계속 울리고 춤꾼들의 몸짓은 그칠 줄 몰랐다. 아마도 저 사람들은 일하고 살림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냈으리라. 이렇게 한 번씩 나와서 놀고 가면 정신이 맑아지고 가뿐하여 다음 일이 잘 될 것이다. 너무 오래 시끄러워 싫었지만 그것도 사람 사는 모습이다. 선상 매점은 매상을 올렸고, 논 사람들은 기분이 상쾌했으리라. 이리 얼리고 저리 기대여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니던가?

 오늘 대천크루즈 선상에서 여러 가지 사람 사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나라 한 귀퉁이에 불과하지만 나라가 굴러가는 모습이었다. 경제가 어렵네, 일자리가 없어 못 살겠네 하지만, 모두 살만하니 구경 다니고 놀러 다닌다. 안 되네 안 되네 하지 말고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때를 생각해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밀어주고 어우렁더우렁 사는 것이 참 삶이 아니겠는가?

                                                  (20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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