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남은 달력

2019.12.01 12:23

최상섭 조회 수:66

한 장 남은 달력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최 상 섭

 

 

 

 

 

  숨가쁘게 달려온 기해년己亥年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어제 푸르름을 자랑하던 수목이 단풍으로 변하더니, 오늘은 황갈색으로 변하여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새삼 세월의 무상함이 실감 나는 오늘이다.

 

  딱 한 장 남은 달력이 처량하다. 사람들은 이때 한 해를 돌아보며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다고 술회한다. 그렇다. 내게도 2019년 한 해는 참으로 어려운 난제難題들이 산재했었고, 이제 뒤돌아보니 큰 강을 건너온 느낌이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좋은 일들은 좋은 일대로 좋지 않은 일들은 좋지 않은 일대로 다 마무리 지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의 12월에 그래도 보람찬 결실을 챙기려고 마음만 분주하다.

 

  기차 바퀴처럼 빠르게 달려가는 세월 속에서 나의 목표를 이루려는 분주한 한 해가 아니었나 자성해 본다. 새삼 뒤돌아보니 늘 근면한 삶을 살기 위하여 동트는 새벽에 출근하고 별 보기 운동을 하며 퇴근한 생활 속에서 그래도 나는 몇 가지 내세울 만한 일들을 했다. 그 첫째가 금년 617일에 발행한 여덞번 째 시집 『봄날의 풍경화』출간이었다. 다른 때 시집과 달리 오자와 탈자를 섬세하게 교정했고, 표지도 유명화가의 도움으로 시에 잘 어울리는 표지화가 되어 색다르게 보였다. 이번 인쇄된 작품들은 평소 작시作詩한 시들 중 그래도 마음에 차는 시들로만 선별하여 출간했다.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고 나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기회가 되어서 기뻤다. 이번 11월 11일에는 전북일보에 새 아침을 여는 시로 그 시집에서 발췌한 '계절의 미아'가 발표되어 많은 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제는 더욱 진력해서 새로운 시어를 찾아 영혼이 담긴 시를 작시하기에 주력할 생각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남일초·중·고등학교에서 축제 기간인 1024일과 25일에 178개의 가을꽃과 다육식물을 화분에 심어 전시회를 가진 일이 크게 호평을 받았다. 감상했던 800여 명의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내빈 모두가 길게 진열된 아름답고 새로운 화분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행사의 별미가 되어 크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이틀간 전시하고 철수하기는 아쉬웠지만 전시한 꽃의 대부분을 반값에 판매하여 내년도 기금으로 모아두었으며 행사에 협찬한 분들께도 진열했던 꽃으로 인사를 대신하여 뿌듯함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작년 8월에 왼쪽 무릎의 인공관절 삽입 수술로 1년 내내 통증에 시달리는 고통도 있었다. 그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따로 시간을 쪼개어 매일 수영장엘 가서 1.1km의 걷기 수영을 했으며 저녁에 집에 돌아오면 10여 분 정도 자전거 타기에 집중해서 다리의 근력을 키우기에 전력했다. 다리는 조금씩 통증이 줄고 걷기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그리고 또 금년에 나는 큰 교통사고가 두 번이나 나서 승용차가 많이 파손되었다. 정비공장에 많은 정비료를 지불했으며 한 번은 전적인 상대방 과실로 사고가 났고 또 한 번은 나의 과실로 사고가 났었다. 이 모두가 하루 일진이 사나워서 난 사고라 생각하고 몸이 다치지 않음을 천행으로 여겼다. 요즈음은 무척 조심해서 안전 운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노인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삶은 항상 행과 불행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민감해진다.

 

  다가오는 경자년庚子年 새해에는 아름다운 일과 보람된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내 인생 찬란한 한 해의 금자탑을 쌓는 해가 되도록 흰 쥐의 해에 흰 쥐처럼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할 생각이다.

  이제 한 장 남은 달력의, 총총한 날들의 따사한 햇볕과 고운 임들의 정겨운 미소들을 챙기며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일들의 완성을 위해 차곡차곡 탑을 쌓아갈 생각이다.

                                                      (2019.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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