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김학의 행복한 수필 쓰기

2019.12.19 17:24

김학 조회 수:197

<이 계절의 쟁점>

                                 *수필가 김학의 행복한 수필 쓰기

                                                                                                             金 鶴




나는 1980년『월간문학』8월호에서「전화번호」란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하여 수필가로 등단했다. 나는 지금까지 『수필아, 고맙다』『쌈지에서 지갑까지』『하루살이의 꿈』『지구촌 여행기』등 16권의 수필집과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등 두 권의 수필평론집을 출간했다.

등단 40년 동안 꽤 많은 수필을 썼지만 아직도 수필을 쓰려면 초심자 시절처럼 고통스럽다. 제목만 던져주면 한 편의 수필이 술술 쓰여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나는 2001년부터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2008년부터는 전주안골노인복지관에서, 2011년부터는 전주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서, 2015년부터는 신아문예대학에서 수필창작론을 강의하고 있다. 무려 19년이란 세월을 강단에서 강의를 하며 보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강생들에게 솔선수범하여 나를 ‘따르라 정신’을 심어주고자 나 스스로 더 열심히 수필창작에 열과 성을 다해왔다.

지금까지 19년 동안 가르친 문하생들 중에서 5명의 수강생이 신문의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하여 이름을 날렸고, 수강생들이 무려 220권의 수필집을 출간했으며, 행촌수필‧안골은빛수필‧꽃밭정이수필 등 3가지 수필동인지를 창간하여 출간하기도 한다. 이것은 우리 고장 전북을 한국수필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는 나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한 결과다.

나는 ‘수필이란 독자의 마음에 정신적 그린벨트를 만들어주는 언어예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필의 소재를 밝고 맑고 희망적이며 낙천적인 데서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날마다 어둡고 슬프고 아프고 괴로운 뉴스 속에서 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수필에서 기쁨과 웃음을 찾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바람으로 나는 [김학 행복통장(79)]과 [밥상머리교육(54)]을 연작으로 쓰고 있으며, 내가 시도하는 목표에 도달하면 각각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김학 행복통장]은 작가인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일들을 글감으로 삼아 연작으로 쓰는 글이다. 가정에서 느낀 행복, 직장에서 느낀 행복, 사회에서 느낀 행복, 신문이나 방송을 보며 느낀 행복에서 소재를 선택하여 수필로 빚는다. 흔히들 불행에는 민감하지만 행복에는 둔감한 독자들에게 소중한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하고 싶어서 시도한 연작이다.

[밥상머리교육]은 대가족제도가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사라진 자녀에 대한 밥상머리교육의 현대화를 꿈꾸며 시도한 기획이다. 할아버지가 손자손녀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소재로 쓰는 글이다. 지금은 가정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식사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더구나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자‧손녀가 한 집에 살지도 않는다. 그러니 언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나 손녀에게 밥상머리교육을 시킬 수 있겠는가? 그 틈새를 파고들고자 시도한 것이 [밥상머리 교육]이다.

나는 수필이 사회의 목탁구실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려면 음풍농월의 수필로서는 불가능하다.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변하면 더불어 사회를 변화시킬 수도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러니 수필가인 내가 쓴 글이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나는 앞으로 가능한 한 역사에서 글감을 찾아 수필로 쓰려고 한다. 반만년의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보면 긍정적인 역사도 있고 부정적인 역사도 있다. 긍정적인 역사에서는 그 맥을 이어가게 하고, 부정적인 역사에서는 그 교훈을 찾아내어 깨달음을 얻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하여 독자로 하여금 우리의 역사를 다시 음미하게 하고자 한다.

나는 우리 고장의 향토사(鄕土史)에서도 더 많은 소재를 찾아 수필을 빚고 싶다. 거기에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철학이 올올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우리 고장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기록으로 남겨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일이 중요하리라 믿는다. 그게 수필가로서 해야 할 일이려니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들은 가정에서, 마을에서, 산에서, 들에서, 강에서, 바다에서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줄 안다. 그런 이야기를 수필로 빚는다면 소중한 자료로 남게 될 것이다.

내가 수필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나의 이목구비(耳目口鼻)는 날마다 수필 소재를 찾아 가동하는 안테나다. 그 안테나에 잡힌 소재는 바로 한 편의 수필로 빚어져 독자에게 제공된다. 내가 첫 수필을 발표한 게 1962년이니 내가 수필과 사귄지는 벌써 58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지금도 수필 한 편을 쓰려면 초심자처럼 조심스럽다. 그렇지만 그것은 행복한 조심이다.

나는 수필을 쓸 때마다 내 수필이 ‘읽기 쉬운 글인가?’, ‘짧고 간결한가?’, ‘정이 넘치는 글인가?’,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글인가?’, ‘품격을 갖춘 글인가?’, ‘진솔한 글인가?’, ‘아름답고 순수한 우리말로 씌어졌는가?’ 생각하곤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야 바로 내가 사랑하는 수필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이 내 곁에 있어서 나는 늘 행복하다. 수필과 함께 인생을 동행할 수 있어서 나의 노후는 참으로 행복하다. 나는 틈만 나면 수필을 읽고, 나는 글감만 떠오르면 컴퓨터 앞에 앉는다. 키보드를 두드려서 한 편의 수필을 빚고 나면 희열을 느낄 정도로 행복하다. 한 편의 수필을 완성하고 나면 나는 “수필아, 고맙다!”라는 주문을 외우곤 한다. 오죽하면 수필가들과의 술자리에서 건배사를 “수필아, 고맙다!”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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