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2 22:43
촛불
김수영
연꽃 봉오리 닮아
빨갛게 타오르는 불꽃
어둠을 사르며
함께 산화하는 하얀 몸집
용암처럼 녹아 내려
내 마음을 녹인다
불꽃 속에 까만 심지가
보일락 말락 바람에 나부끼면
더욱 타오르는 불길
너의 타 버린 마음이
연기로 너풀거리는 데
어쩌면 나에겐
향취가 풍기는 꽃이 될까
그 곳에 고인 나의 눈물이
환한 웃음꽃이 된다
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린다.
외지 겨울호 심사평/유성호 문학평론가
김수영의 <촛불>은 “연꽃 봉오리를”를 연상시키는 “빨간 불꽃을”을 통해 그 촛불이 어둠을 사르며 산화하는 과정에 상상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용암처럼 녹아 마음까지 녹이는 그 속성에 몸을 맡겨 시인은 “불꽃 속에 까만 심지”를 통해 “더욱 타오르는 불길”을 만나간다. 마찬가지로 “너의 타버린 마음”도 “나에겐/향취가 풍기는 꽃”이 된다. 그리고 문득, 아른거리는 “어머니 얼굴”을 그 안에서 발견한다. 가장 소중한 존재를 “촛불”의 속성에 비유한 아름다운 작품이다.
* 남가주 한국음악협회에서 가곡 가사로 올해 선정 창작 가곡제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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