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개 사과

2020.01.02 12:54

한성덕 조회 수:1

보조개 사과

한성덕

 

 

 

  성경에서 “해아래 새 것이 없다”(전도서 1:9)고 했거늘, 사람들의 제트걸음은 새 것을 찾기에 늘 바쁘다. 2020 금년은 전년보다 더 그럴 성싶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적응하기에 버겁다. 새것도 아닌 것을 새것인 양, 오늘 새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겠다며 난리법석을 피웠다.

  새천년과 함께 세상을 본 아이들이 어느덧 사회의 변화를 이끌 20대가 되었다. 나의 스무 살은 1973년이었다. 이제는 늙은이 취급을 받는 쉰 세대를 훨씬 지났으니, 2차선 도로의 속도로 치자면 과속으로 달린 셈이다.

   2019년이 끝나는 밤, 전주에 사는 둘째딸과 사위가 찾아 왔다. 나란히 앉아서 모 방송사의 연예대상시상식을 보고 있었다. 1150분에 송구영신예배를 드리자며 원탁에 앉았다. 처음 일이었다. 그 동안 목회하느라고 교인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지 가족은 남이었다. 목회에서 조기 은퇴하고, 둘째사위가 전주로 발령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먼저 성경을 읽었다.

  “야베스는 그의 형제보다 귀중한 자라. 그의 어머니가 이름 하여 야베스라 하였으니, 이는 내가 수고로이 낳았다 함이었더라.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시며,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역대상 4:9-10)

  이 말씀대로, 하나님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지역을 넓혀주시고, 주의 손으로 도우시며, 환난에서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해 달라며 평생을 기도하라고 권했다. 그러면서 무슨 말이든지 한마디씩 하자고 했다. 둘째딸의 이야기다.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이 마음껏 쓰시도록 ‘용돈을 충분히 드리겠다는 기도를 했다’는 게 아닌가? 기분이 대단히 좋았다. 그 짧은 시간에도 ‘돈이 그렇게 좋은가’를 생각했으니 돈이 역시 좋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도가 달라졌다’고 하자 가슴이 철렁했다. 용돈이 날아 갈까봐 걱정이었나? 우리는 산토끼 귀를 세우고 딸의 말을 주시했다. 돈은 지엽적이지만, 건강은 모든 것이다. 목회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계셨던 것처럼, 우리 엄마아빠의 건강과 함께 남은 생애에서도 하나님의 도우심을 기도한다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도대체 눈물이 뭘까? 눈의 바깥쪽이나 위쪽에 있는 눈물샘에서 터져 나오는 분비액을 가리킨다. 이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은 각막표면을 광학적으로 유지하고, 각막과 결막 표면으로부터 세포의 노폐물이나 이물질을 물리적으로 세척해 낸다. 생물학적인 설명이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딸의 성숙한 인격과 신앙에 감격해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몇 주 전부터 ‘새천년의 20년대를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중 ‘보조개 사과’라는 글에서 해답을 찾았다.

 

  2007년 경북지역에 엄청난 우박이 쏟아졌다. 수확이 한창이던 철에 우박으로 인하여 많은 사과들이 상처를 입었다. 먹는 문제와 달리 상품가치가 떨어져서 농민들은 아연실색했다. 그 때 누군가 소리쳤다.

  “우박에 맞아 푹 파인 사과가 마치 웃는 것 같아요!

 이 한마디에 농민들은 귀가 번쩍했다. 그런 생각으로 사과를 쳐다 보니 정말로 그랬다. 푹 들어간 부분이 웃는 보조개처럼 보였다. 농민들은 희망을 품고, ‘하늘이 만든 보조개 사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정상제품의 70% 수준으로 낮춰 새로운 판로를 모색했다. 농민들의 고생과 맞물린 ‘보조개 사과’는 소문을 타고 서울까지 상륙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얻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별 사건 때문에 눈물지을 때가 많다. 괜한 오해와 갈등으로 살맛을 잃을 때도 있다. 허점을 감싸려다 되레 비참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은퇴하고 나니 내편은 없고 저편만 있어 보인다. 모두가 떠났다는 생각에 순간순간 서글픔이 밀려온다. 괘념(掛念)치 않으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모든 게 상처요, 눈물인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속에서 ‘보조개 사과’로 살면 안 되겠나 싶었다. 우박에 맞아 아예 상품가치가 없었던 그 사과가, ‘보조개 사과’로 바뀌면서 인기가 좋았던 경북지역의 사과처럼 말이다. 숱한 역경에서도 늘 보조개를 지으며 살자. 그게 인생이려니 생각하면, 좀 더 가볍고 향기 나게 새 시대 새천년을 잘 살아가리라 믿는다.

                                        (2020. 1. 1. 저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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