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출판기념회

2020.01.21 13:05

김창임 조회 수:9

잊지 못할 출판기념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김창임

 

           오늘은 우리 아파트 뒷길로 잠깐 산책을 나갔다. 산들바람이 말을 건다. 뒷산 바위들이 벌떡 일어난다. 둥실 떠가는 구름조차 씽긋 웃는다. 마음이 조급하다. <신아문예 8호> 출판기념회와 작가상 시상식이 1220일 오후 4시에 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남편은 꼭 가야 하는 입장이라서 참석해야 한다. 그래서 바람도 쐬고 나들이 겸 작가상 받는 분에게 축하도 해줄 겸 참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출발 전에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약간 늦는 것 같았다. 서둘러서 약속 장소인 벽계가든에 가보니 작가분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예년 같지 않아서 이상했다. 작년까지는 교실에 꽉 차 있었는데…. 출석률이 안 좋으니 이내빈 회장께서는 만족하지 못한 듯 보였다. 우리 금요반 회원이 다섯 분 보이고 수요반도 다섯 분이 눈에 띄었다. 목요 반은 수상자가 있어서인지 더 많이 온 것 같았다. 처음에 신아문예 서정환 이사장님의 축하 인사말이 있고, 김학 교수님, 그리고 시 창작반 소재호 교수님의 주옥같은 인사말이 끝났다. 어떤 남자 문인이 나를 알아보고 “김창임 문우님! 좋은 글을 올려주어 잘 읽고 있다고 한다.” 나는 “올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런 기분 좋은 말을 들으니 참석하기를 잘했다.”라고 말하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어떤 문인은 나더러 “출간한 책을 잘 읽고 있다.”고 했다. 어떤 문인은 “김학 교수님께서 우리 부부를 자주 칭찬하셨다.”며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글이란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소통하게 하는 화풍(和風)이다. 이혜숙 작가가 목성균의 ‘세한도’를 아름다운 목소리로 몸동작까지 하며 멋지게 낭송해주었다. 아주 긴 수필인데도 모두 외워서 하니 더욱 멋져 보였다. 눈부시게 흰 의상까지 분위기에 어울리게 입었으니 한 마리의 학을 보는 듯했다.  

 

  우석대 음대 교수가 기타 연주를 하며 노사연의 ‘바램’과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멋진 춤까지 추어가며 불렀다. 나도 박자에 맞추어 고개로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하며 음악에 취해버렸다. 조금 있으니 문인들의 수도 상당히 늘어났다. 교수는 더 신이 나서 잘 부른다. “이렇게 문인들 앞에 초대받아본 적은 처음이라며 아주 행복하다.”고 했다.

  문인 중에서 노래에 소질이 있는 김진숙 작가가 외국 가곡인 <알고 싶어> <물망초>란 노래를 멋지게 불러주었다. 음악성이 풍부해서인지 금방 부탁을 받았는데도 완전히 소화해 내는 것이었다. 무척 부러웠다.  

  다음으로는 무언극이 공연되었다. 제목은 서정주의 <무슨 꽃으로 문지른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이다. 여자 회원 5명이 머리에 하얀색 탈을 쓰고 남자 회원 한 명과 합하여 6명이 열정적으로 무언극을 했다.

 

 빈 가지에 바구니만 매어두고 내 소녀, 어디 갔느뇨- 오일도(吳一島) 

 아조 할 수 없이 되면 고향을 생각한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옛날의 모습들

 안개와 같이 스러진 것들의 형상形象을 불러일으킨다.

  

  극본을 복사하여 나누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으로 작가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작가는 목요반 이형숙 작가로 ‘고추모종’이란 작품으로 상을 받았다.

 전에 대충은 알았지만 수상작이라고 하기에 집에 와서 다시 읽어보니 과연 상을 받을만 했다. 첫해에는 시각 장애자인 김성은 작가가 수상했고, 두 번째는 우리 금요반 이희석 수필가가 수상했다. 목요반은 두 명이 수상했고 금요반은 한 명이다. 수요반은 수상할 만 한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아직은 없다.

  시부문에서는 수상자를 뽑지 않았다. 오면서 생각하니 ‘이런 모임은 꼭 참석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작가들의 모습을 서면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보니 더욱 정이 들었다. 일반인들은 식사만 하고 잡담만 하다가 헤어진다. 그러나 오늘과 같은 수필 모임은 수필과 시를 논하고 친목까지 다지니 얼마나 멋진 모임인가? 이렇게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게 출판기념회를 준비하신 회장님과 여러 문우들께 감사하고 내년에도 꼭 참석하고 싶다.

 

                                                      (2019.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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