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 사람이

2020.02.04 21:31

홍성조 조회 수:4

혹시 이 사람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반 홍성조

 

 

 

“박물관 봉사는 당분간 휴업합니다. 그리 아세요!

“문우회정기총회를 당분간 연기합니다. 죄송합니다.

“이달 000회 모임을 열지 않습니다.

“매달 여는 성당 모임을 이달에는 취소합니다.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이달에는 열지 않으니 착오 없기 바라네.

“자네, 오늘 나와 함께 점심 먹기로 한 약속을 취소하네!

 

 내 카톡으로 쏟아지는 여러 건의 취소소식은 나에게 씁쓸한 기분이 들게 한다.

“왜 우리가 이래야 하는지?  

“왜 그러지?

“이 모든 것이 누구 책임이야? 사람과의 만남을 끊게 하는 것이 누구의 탓이냐 말이야!

허공에 대고 소리치며 울부짖고 싶었다.

 

  오늘도 일절 밖에 나가지 못하고 방안에만 틀어 박혀 있었다. 아들딸들은 “아빠,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세요.”하고 경고 문자를 자꾸 보내오곤 한다. 정말 답답하고 심심하여 맥없이 TV만 본다. 거기에다 창밖을 보니 설상가상으로 미세먼지가 뿌옇게 끼어있다. 우울한 기분이 내 마음속으로 물감이 배듯 스며든다. 마음까지 심난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네 자리로 늘고, 사망자도 세 자리로 늘어난 소식을, 중국 특파원은 되알진 목소리로 전한다. 고두리에 놀란 새처럼 은연중에 몸이 떨린다. 도저히 수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에서는 외출 시에는 마스크와 돌아와서는 손을 꼭 씻으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별 수 없지 않은가?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도도해 보인다. 심장이 강한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오늘도, 거리를 거닐다 마주치는 “혹시 이 사람이,  신종코로나 보균자가 아닌가?”하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평소에는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도 지금은 독수리가 사냥감을 쏘아 보듯,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곤 한다. 벌써 사람을 믿지 못하는 신뢰의 벽이 무너지는 듯하다.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 사회질서에 큰 위기를 맞은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야밤중에 해외 각국이 자국민들을  중국에서 전세기로  본국으로 탈출시키는 TV장면을 보면서, 그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큰 위험인자가 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반대하였지만 나중에 중국교민들을 받아주는 아산과 진천 주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동포애에도 큰 박수를 보낸다.

 

  지난달 아들이 택배로 보내 온, 뜯지 않는 마스크상자를 개봉하여 오늘 처음으로 꺼내 입에 대어 보았다. 정말 답답하다. 평소에 자유로운 입이 압박을 받으니 불편하다. 숨쉬기와 발음할 때도 어룩한 말만 나온다. 마스크를 쓰고 나니 괜히 어줍은 행동만 한다. 행동이 부자연스럽다. 나는 안경을 써야하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경알에 뿌유스런 김이 서려 앞이 안 보인다. 참 불편하다. 안경을 벗고 마스크를 착용해본다. 한결 수월하게 보이지만 얼굴 모양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화난 얼굴이랄까? 아니면 사나운 얼굴이랄까? 안경이 본모습을 개조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유명인들은 썬그라스를 끼고 대중 앞에 선다, 자기의 본 모습을 안경으로 감추는 행위를 연출하고 있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우리들은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자기 위생을 철저히 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위해가 되지 안 해야 한다. 자기만 철저하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국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철저한 자기위생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실하다. 또한 “혹시, 이 사람이?”라는 의심을 하는 풍토가 불식되어야 할 것이다.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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