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하는 주먹치기

2020.02.07 12:24

홍성조 조회 수:16

유행하는 주먹치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요즈음 거리를 다녀보면, 약수 대신 주먹을 부딪치면서 서로 반가워하는 장면을 종종 보게 된다. 몇 달 전 만해도 여성 신체에 접촉만 해도 성추행으로 고소당하는 분위기였는데 말이다. 지금은 남녀가 주먹을 치면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게 되니, 여성에 대한 주먹치기가 용서를 받는 느낌이 든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남자끼리 만나면 악수하고 손을 마구 흔들면서 안부를 묻는 그런 모습은 사라지고 있다. 그 주범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 음료수  병 표면의 광고를 보면, 두 주먹을 마주한 그림을 볼 수 있다. 그것은 팀웍, 화합, 행복을 지향하는 음료업체가 기획한 우정 켐페인 광고다. 친구들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줄 줄 아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라는 주먹치기 광고다.

 

  원래 악수의 의미는 “내손에 당신을  해칠 무기가 없어요.”하는 친애의 표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또는 지인들끼리 반가운 표시로 악수를 하며 손을 흔들어 대화를 나누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피부를 맞대어 촉감적인 전류를 느껴야만 우정의 깊이를 맛 볼 수 있다고 여겼다. 만날 때뿐 만 아니라 헤어질 때도 아쉬운 석별의 정을 악수로 나누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친구는 두 신체에 깃든 하나의 영혼”이라고 했다. 두 신체가 접촉함으로써 비로소 친구의 정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악수가 사회생활에서 중요한 친화의 매개체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비불이라 많이 달라졌다. 악수대신 주먹치기 인사법, 팔꿈치 인사법, 목례법이 유행하고 있다. 철저히 신체 접촉을 방지하려는 묘책으로 보인다. 팔꿈치 인사법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하던 인사법이다. 선거유세에서 수많은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면 손이 부르튼다고 하여 대신 고안한 궁여지책이었다. 한국에서도 4월 총선이 있는데 입후보자들에게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유권자에 다가가려면 악수하고 포옹하는 애정을 표시해야 얼굴을 알릴 수 있는데, 민연스럽기 그지없다. 의학계에 따르면, 요즈음 유행하는 병은 세균감염 정도가 높아 일체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하니, 전통적인 인사법도 바꿔지는 양상이 아닐까? 그런데 완전한 주먹치기 인사법과 팔꿈치 인사법은 굉장히 어색하다. 우선 주먹이나 팔꿈치를 부딪치려면 상대방과의 키가 비슷해야 한다. 엇박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키가 큰 사람은 숙여서 해야 한다. 상대방 주먹과 팔꿈치를 부딪치려면, 상대의 손이나 팔 위치의 각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라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표시인데, 형식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병이 완치될 때까지  일시적이지만, 언젠가는 다시 힘찬 악수를 할 날이 올 것이다.

 

  주먹치기나 팔꿈치 인사법보다도 더 어색하지 않는 목례 인사법도 있다. 목례 인사법은 밝은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15도 정도로 약간 숙여서 하면 되는데, 악수법보다는 그리 친근한 맛은 없다. 특히 목례의 인사법은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는 하기가 어려운 형상이다. 악수는 나이가 어리더라도 상관이 없는데 말이다.

 

  인사법까지도 바뀌는 이런 괴이한 오늘의 사태를, 묵은 낙지 꿰듯이는 아닐지라도, 미명의 하늘에 햇살이 떠오르면 밤이 사라지듯이, 하루 빨리 극복하여 개똥밭에도 이슬 내릴 날이 있기를 나는 오늘도 기대해 본다.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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