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럼 깨기

2020.02.08 12:46

홍성조 조회 수:1

부럼 깨기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옛날에는 부스럼이 역귀를 퍼뜨리는 돌림병으로 종기를 발생시킨다고 생각했다. 부스럼 병은 무하지증의 병은 아니다. 대상포진처럼 바이러스가  피부 속으로 침투하여 수많은 고름을 생성하는 병이다. 민연하게도 칼로 에이는 것 같은 아픔은 환자를 인사불성상태까지 가게 한다. 살 속을 쑤셔대는 듯한 아픔은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한 병은 오늘날에는 피부과 연고 등으로 잘 치료되지만, 옛날에는 그냥 단방약으로 치료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고통을 참아가면서, 상처가 낫기만을 바랬다. 그래서 심리적 요법으로, 단단한 호두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물어, 마음속으로나마 병을 정복하고 싶었던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들이 정월 대보름에 부럼 깨기 행사로 발전했다. 호두뿐만 아니라 알밤, 땅콩, 잣 등을 자기 나이 숫자만큼 깨도록 했다니, 상당히 부럽다. 요즈음은 치아 건강 때문에 이런 행사를 하지 않는다. 호두 등을 이빨로 깨트려야만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심리적 강박감은 참으로 애처로웠다. 호두든 땅콩이든 깨트려야 부스럼을 예방할 수 있다는 심정은 환자로서는 굉장히 절실했을 것이다. 만약에 이빨로 호두 등이 깨어지지 않는다면 불길한 징조처럼 느꼈을 것이다. 깨트려야 살 수 있다.”는 파괴의 미학이 여기서 등장한다. 허나 현대인은 이빨을 오복 중 하나로 굉장히 중히 여기므로, 이런 행위는 하지 않는다. 미신으로 치부하는 일면도 있기 때문이다.

 

 부럼을 나이 숫자만큼 깨트려야만 일 년 내내 그 집안에 닥치는 액운들을 쫓아내고, 행운을 기원하게 된다고 믿었다. 노인들은 이빨의 부실로 실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깨트린다는 것은 어떤 형상을 소멸시키는 것인데, 악귀를 소멸시킨다는 의미로도 여긴다.

 

 부럼에는 밤, , 호두, 은행 등이 있는데 동의보감에 따르면, 밤은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고, 잣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함량을 낮추는 심혈관 질환에 효용이 있으며, 호두는 불포화 지방산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또한 은행은 기운을 보하고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고 전한다. 한마디로 비불이라, 모두 다 영양식품들이며, 구쁜 음식들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영양 보충을 잘해야 일 년 내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오곡밥, 나물 등을 억지로 챙겨 먹는다. 오곡밥은 꽤 구뜰하게 보인다. 오곡밥은 황산화 성분으로,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등이 함유되어 부스럼 염증을 예방하고,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많아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몸속의 부스럼의 독소를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부스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도  풍부하다. 이것을 보면 일 년 중에  세시풍속을 정성들여 챙기는 것도 이유가 다 있다. 더구나 부스럼치료 때문에 심리적으로 부럼을 깨트리고, 음식 등으로 오곡밥과 나물을 먹으면서 영양 보충을 했으니 말이다.

 

 부스럼 병을 치료하는 데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선입견이나 편견, 고정관념을 부럼처럼 깨트려야 한다. 깨트리는 결과보다도, 깨트리려고 하는 그 마음가짐이 곧 병을 치료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즉 심리치료법이었던 것이다.                                    (2020.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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