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쥐띠로소이다

2020.02.09 01:36

홍성조 조회 수:12

나는 쥐띠로소이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올해 경자년(庚子年)은 흰 쥐띠해이다. 나는 쥐띠다. 48년생인 나는 임실군 청웅면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고고지성을 외치면서 태어났다. 국민학교 때 전주로 이사를 와서 중학교를 다녔는데, 1학년 때 5.16 군사쿠데타가 발발했다. 혁명공약으로 농가소득증대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 실천의 일환으로 학생들에게 방학 숙제를 냈었다. 그것은  쥐꼬리 10개씩을 제출하라는 과제였다. 도시는 별로 쥐가 없어 숙제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반드시 과제를 해야 했기에 여기저기 쥐약을 놓고 어설프게 집안 구석에 쥐덫도  놓았으며, 이웃집에 부탁도 했다. 허나 쥐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방학이 끝날 무렵 이웃집에서 준 쥐꼬리 5개만 모았지만, 5개를 더 채워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 그때  옆집에 사는 내 친구가 방법을 일러주었다. 오징어를 사서 몸체는 먹고 다리들을  떼어 땅에 문지르면 영락없는 쥐꼬리 모양이 된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 나는 숙제를 마친 씁쓸한 기억이 있다.

 

  요즈음은 아파트 단지에서 고양이들을 많이 키우므로 괴괴하지는 않지만 그 덕분에 쥐들은 드물다. 거기에다 시멘트 문화가 형성되어 쥐들이 서식할 안락한 장소가 자꾸 줄어 쥐들이 사라지고 있다. 쥐의 얼굴을 가만히 보면, 생김새가 얄밉고, 성질이 급하며, 행동이 경망한데다 좀스럽게 보인다. 쥐들이 하는 짓이 귀축축하다. 우리사회에서 약삭빠른 사람을,“쥐새끼 같은 놈”또는 “갈가위 같은 사람”이라고 악평을 한다. 쥐는 진데 마른데 가리지 않고 나돌며 병을 옮긴다. 더욱 혐오스러운 것은 양식을 약탈하고 물건을 훼손하며 재산을 축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백해무익한 동물이지만 한 가지 쓸모가 있다면, 의약의 실험동물로서의 공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러한 쥐도 미상불, 생쥐 볼가심할 것도 없는 집에서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집안의 보물을 찾아내는 정보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몸집이 작기 때문에 집안의 좁은 장소는 어디든지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쥐는 훔친다는 이미지가 강하여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로 근면과 저축으로 칭찬을 받기도 한다. 쥐는 아무리 딱딱한 물건이라도 조그마한 앞니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구멍을 뚫는다. 더구나 쥐는 부지런히 먹이를 모으는 습성 때문에 재물을 축적하는 존재로도 취급 받는다. 그래서 “쥐띠가 밤에 태어나면 부자로 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쥐띠이기에  흐뭇하다.

 

   쥐는 미래를 예언하는 측면도 있다. 역사 사료를 찾아보면, 17세기에 대서양을 횡단하던 배가 어느 부두에 정박하던 중  수 십 마리의 쥐떼들이 부두로 내려왔다고 한다. 선장은 배에서 쥐들에게 시달리지 않아 좋아했지만 그 배는 이틀 뒤 풍랑를 만나 가라앉았다고 한다. 폭풍우를 미리 알고, 쥐들이 배에서 빠져나왔다는 일화다. 그래서 “쥐가 없는 배는 타지 않는다.” 또는 “쥐가 배에서 내리면 폭풍우가 온다.”는 속담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쥐는 번식력이 왕성하여 동물 중에서 다산 왕으로 취급 받는다. 다시 말하면 풍요를 상징한다. 쥐는 생태적으로 언제나 임신이 가능하여 새끼를 밴다. 12지의 자()는 동음인 자()와 연결되어 '무성하다'에서 '싹이 트기 시작한다'는 뜻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싹트려고 하는 '만물의 종자'라는 다산의 상징으로 삼기도 한다.

 

 쥐띠인 나는 올해 좋은 수필을 많이 써서 등단도 하고 수필집도 한 권 내고 싶다. 다산의 상징인 쥐를 닮아서 좋은 수필을 많이 쓰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20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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