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나의 작은 손거울

2020.02.10 22:54

구연식 조회 수:16

수필은 나의 작은 손거울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사람의 일은 때와 장소 그리고 성별과 나이에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수필은 언제 어디서나 내가 있는 곳에서 볼펜과 종이만 있으면 작업이 가능하니, 평생의 일거리로서 감사한 친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수필 습작은 나에게 알맞고 꼭 하고 싶은 일이다. 그 일거리는 투정도 하지 않고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인가 교수님과 문우님들 앞에서 내 손에 볼펜을 쥘 힘만 있어도 수필은 꼭 쓰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다. 희로애락의 어느 경우든지 낯꽃 한 번 변하지 않고 수필은 나를 그대로 이해하고 표현해주고 있다. 자연은 여행자에게는 친구요 동반자라고 했다. 이제 과거를 거슬러 여행하며 사는 나에게 수필은 동반자가 되었다.

 

 신아문예대학에서 수필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다. 처음으로 수필을 써서 교수님에게 첨삭지도를 받고, 동료 문하생들의 논평과 토론을 거쳐 최종 교수님 지도 말씀을 듣는 게 수필 수업의 과정이다. 처음에는 수필 학습의 도입, 전개, 결론의 절차 적응도 낯설었다. 이제야 당구풍월 격으로 학습 분위기에 나름대로 익숙해지고 있다. 교수님 덕택으로 일간신문에 나의 글이 게재되었을 때는 가슴이 콩닥거렸고, 수필 중앙지 수필시대’ 84호에서 등단했을 때는 자만까지 생겼다. 참으로 수필 초보자의 가관이었다.

 

 아직도 수필쓰기 걸음마 단계인 내가 감히 수필은 어쩌고저쩌고 할 수는 없다. 1년을 수료하는 과정에서 어설프지만 학습했던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수필은 자기의 삶 중에서 독자에게는 공개하지 않고 글을 쓴다면, 책상 서랍에 열쇠를 채워 숨겨 놓은 일기장에 불과하다. 수필은 많은 독자와 공유하여 그들의 바람직하고 다양한 사고가 필자의 고립된 사고를 일깨워주고 또 필자는 공통된 사고를 수용하여 습작할 때 참고하여 많은 독자의 호응도를 끌어내야 한다.

 

 수필은 이제 막 인공조림을 한 산속에서 시추기로 관정(管井)을 파고 길어 올린 지하수가 아니다. 묵묵히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산세가 깊고 수목이 울창하여 언제나 물을 머금고 있는 청산의 옹달샘에는 맑은 물이 솟아 나와서 목마른 길손들에게 목을 축여준다. 길손들은 우물터의 물맛을 생활 속에서 기억하면서 다시 한 번 찾아가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그 옹달샘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수필은 관정의 물맛보다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자연의 맛을 마실 수 있는 옹달샘이어야 하므로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의 진솔한 삶 이야기여야 한다고 믿는다. 모든 문학작품은 자연에서 소재를 찾고 자연의 섭리대로 표현하는 것이 작품이 갖추어야 할 독자에 대한 도리라고 본다.

 

 전북수필 어느 선배가 사석에서 수필은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감동을 주는 글이어야 한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세상 누구나 자기 어머니에 대해 애틋함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준다는 각오로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20세기 초에 파리에서 일어났던 신 미술 운동 중에 피사체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그림을 합성화해서 완성하는 입체파(立體派) 운동이 있었다. 수필도 남다른 감각으로 독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5감은 물론 영감(靈感)을 동원한 체험과 관찰을 통한 공통적이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글이어야 한다고 본다.

 

 가끔 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지인들과 공유하면서, 특히 글을 읽어준 독자에게 한 사람씩 나의 글을 다시 띄우고 가상화면에 독자를 초청하여 독백 어조로 내가 글을 읽어주고 독자의 반응을 듣는다. 독자는 사회적 신분과 성별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해준다. 여기서 나는 독자의 평을 듣고 수필을 첨삭하거나, 다음 습작 때 참고하여 글을 쓰기도 한다. 호주머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내 보듯이 인터넷이 가능한 장소나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손거울처럼 나의 수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

 

 수필은 필자의 진솔한 삶의 표현이라고 했다. 삶이 바람직하지 않은 작가의 작품에 진실함이 담겨있지 않으면 거짓이다. 그래서 수필가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보편타당한 사고를 가지고 생활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고 의식적이고 가식적인 행동을 수필로 옮겼을 때는 군더더기의 수필이 되어 독자들은 금방 실망한다. 독자를 위한 삶이 아닌, 즉 수필을 쓰기 위한 삶이 아니고 바른 삶을 살다 보면 내공이 이끼처럼 쌓여서 진솔의 거름종이를 거쳐 글로 이어질 때 걸작은 아닐지언정 수필의 형태는 갖추어진다고 본다.

 

 평생의 동반자, 수필을 오늘도 작은 손거울처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꺼내어 바라본다. 아련하지만 아쉬웠던 과거, 고희까지 살아왔지만 변화무쌍한 현실, 나보다는 자손들의 미래의 삶을 작은 손거울에 담아보면서 살고 있다. 나는 오늘도 ‘수필아,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싶다.

 

                                                                          (2020.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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