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영화감독 봉준호

2020.02.13 17:45

김학 조회 수:52

아, 영화감독 봉준호

김 학

대한민국은 참 운이 좋은 나라다.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온 국민이 소리 높여 외쳐서 그런지, 절망 속에서도 늘 희망의 꽃이 핀다.

중국 하베이성 우한에서 발병하여 세계 방방곡곡으로 번져 나간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온 나라가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고, 온 국민이 방콕생활을 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럴 때 봉준호 영화감독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개부문 상을 한꺼번에 수상하여 온 나라 백성을 기쁨의 도가니에 빠뜨렸다. 얼마나 통쾌한 만루 홈런인가?

봉준호 감독이 만든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은 지난해 한국영화 100년을 축하하듯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또 미국에서 ‘전미비평가협회 작품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상과 쌍벽을 이루는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 배우조합상시상식에서 ‘앙상블상’, 작가조합상시상식에서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상시상식에서 ‘오리지널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영화가 유럽, 미국 등 국제무대에서 이렇게 줄지어 큰상을 받은 것은 한국영화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야말로 믿어지지 않는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세계의 변두리나 다름없는 조그마한 나라 한국의 영화가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의 노른자위상을 휩쓸다시피 한 것은 세계영화사의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세계영화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는 점에서 길이길이 기억되어야 할 쾌거다.

열두 살에 영화감독 꿈을 꾸었다는 봉준호 감독! 그는 마침내 쉬훈한 살에 세계가 주목하는 영화감독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를 실력파 감독으로 우뚝 치솟게 한 것은 그가 만든 영화 ‘기생충’이다.

’기생충’은 지극히 한국적인 이야기로서 자본주의와 빈부격차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이다. 이 세상에 빈부격차가 없는 나라가 어디 있던가? ‘기생충’이란 영화의 줄거리도 그렇다. 한국의 독특한 주택구조인 반 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초호화저택에 사는 부잣집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현재 전 세계가 마주한 문제의식까지 생각하게 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기생충’은 57개 영화제 61개 시상식에서 각각 19개와 144개의 상을 수상한 작품으로서 세계 영화사에 그 존재감을 뚜렷이 부각시킨 영화였다. 이 ‘기생충’이 이렇게 상을 휩쓸게 되기까지는 숨은 공로자들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20년이나 살았던 번역가 달시 파켓과 통역 최성재(샤론 최)의 공은 봉준호 감독 성공의 든든한 밑바탕이었다.

백인들만의 잔치인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동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개의 상을 받은 것은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아카데미상시상식 연기상 후보 중에서 유색인종은 단 한 명뿐이었으니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시상식 내내 그 자리에 참석했던 ‘기생충’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은 봉준호 감독이 수상자로 불리어 나갈 때마다 박수나 치며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허탈하고 입맛이 썼겠는가?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란 작품으로 크게 주목을 받게 되기까지는 끊임없는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에 처음으로 초청을 받은 지 다섯 번째 만에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게 되었다. 2006년에는 감독주간에 그의 ‘과물’이 초청을 받았고, 2008년에는 ‘도쿄!’, 2009년에는 ‘마더’가 각각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 초청되었다. 경쟁부문에서는 2017년 ‘옥자’가 처음이었다.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된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세계 최초 월드 프리미어 상영이 아닌 작품인데도 2014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이런 노력 끝에 오늘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음악계의 시어송라이터처럼 혼자서 각본‧각색‧연출을 다 해내는 ‘1인다역’으로서 훈련된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이란 점이 특징이다. 세계는 지금 섬세한 연출로 빚어낸 봉준호 감독의 한국적 이야기의 마력에 푹 빠진 것이다. 앞으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자못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참 운이 좋은 나라다.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고 온 국민이 소리 높여 외쳐서 그런지, 절망 속에서도 늘 희망의 꽃이 핀다. 앞으로도 꼭 그럴 것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만 생각하는 영화주의자 봉준호, 영화감독 봉준호. 봉준호 만세요, 대한민국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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