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문학관을 다녀와서

2020.02.19 23:27

신효선 조회 수:23

석정문학관을 다녀와서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금요반 신효선

 

 

 

  나는 남편과 고향인 부안을 자주 간다. 오늘도 부안 하서면 친정에 가면서 부안읍 선은리에 건립된 석정문학관에 들렀다. 2층 규모인 문학관 전시실은 1939년 간행된 첫 번째 시집 《촛불》부터 2007년 석정 탄생 100주년에 맞춰 출간된 유고시집, 여섯 번째 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까지 신석정 문학의 변모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귀중한 육필 원고와 평소 사용하던 가구, 필기구 등 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시인의 삶과 문학을 보다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석정의 묘소는 문학관에서 10~15분 거리인 행안면 역리에 있다. 산소로 들어가는 마을의 벽에는 1924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데뷔작 〈기우는 해〉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슴에 지는 낙화 소리〉 시화가 있다.

  내 고향 부안은 산, , 바다가 한데 어우러져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이매창과 신석정이 있다. 신석정(1907~1974)은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시와 현실 비판적인 시를 넘나들며 일생 지사적으로 살다 갔다.

  고향이 부안이란 게 자랑스럽고 석정과 종씨여서 어깨가 으쓱거려질 때가 있다. 나는 중·고등학교를 이곳에서 나왔다. 여고 시절 석정 시인의 둘째딸 신소연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쳤고, 셋째아들 신광연 선생님은 사회를 가르쳤다. 두 분은 부모님을 닮아 미남, 미녀였다.

  그 시절 부안읍에 옥성당이란 한약방이 있었는데 석정 시인의 큰형 신석갑 씨가 운영했다. 옥성당은 그 당시 부안에서 유명한 한약방이었다. 옥성당 어른은 꽃을 너무나 좋아하셔서 마당 가득히 꽃나무를 심어 꽃을 즐기셨다. 약방 집 별채의 마당에도 작약, 목련 같은 꽃나무가 가득했다. 고 신석정 시인의 형인 신석갑은 부안에서 인품과 문필은 물론, 효자로도 널리 알려졌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몸이 약하여 하고많은 날 약탕기를 끼고 사셨다. 아버지는 대부분 옥성당에서 약을 지어왔다. 문득 하늘나라에 간 부모님 생각이 난다.

  신석갑 씨 아들이 대를 이어 부안에서 한의원을 몇 년간 운영했다. 그러다 모 대학교 한의대 교수와 대학병원장을 지냈다. 그분이 부안에서 한의원을 운영할 때 나는 보건소에 근무했는데, 한의원과 보건소가 바로 옆이라 잘 지냈었다.

  석정은 1924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마지막 호)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했다 한다.

 

  주로 전원적인 시를 썼으며, 노장철학, 타고르와 한용운의 영향을 받았다는 석정을 우리는 흔히 목가적인 시인이라고 한다.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해 선은리에 집을 짓고, 전주로 이사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 석정은 첫 시집을 내면서 “청구원 주변의 산과 구름, 멀리 서해의 간지러운 해풍이 볼을 문지르고 지나갈 때 얻은 꿈 조각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집을 사랑했다고 한다. 첫 시집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포함해 당시 석정의 나이와 같은 33편이 실렸다.

  석정전시관을 둘러보니 학창시절의 옛 추억과 신광연, 신소연 선생님의 따뜻한 미소가 떠오른다.

  “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들길을 거닐며 신석정 시인의 시 한 줄을 암송해 보니 가슴이 훈훈해 진다.

 

(2019. 4월.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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