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다짐

2020.02.24 01:26

곽창선 조회 수:0

새로운 다짐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곽 창 선

 

 

 

 

 얼마 전 쓴 한 문장에 부적절한 표현을 써서 촌극을 빚은 일이 있었다. 어느 계간지에 글 한 편을 올리며 세심한 검토 없이 보낸 글이 원인이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할까? 생각을 비우고 한 자 한 획을 정리하며 버릴 것을 과감히 버리지 못하고 횡설수설 늘어놓고 만 것이다. 연락을 받고서 오류를 발견하는 순간 붓을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수련이 부족한 나에게는 초고를 마치고 퇴고 과정이 매우 어렵다. 필요한 것만 다듬어 끝을 맺어야 하는데 이것저것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바늘 허리 매어 쓸 수 없듯 ‘문장마다 과정과 절차가’ 중요한데 불필요하게 많은 부분을 끼고 도는 것이 문제였다.

 

 함께 수학하는 문우들의 글을 보면 문장이 간단명료하고 깔끔해서 좋았다. 어느 문우는 간단히 요약하듯 문장을 다듬고, 어떤 문우는 상황을 적절히 묘사한 기교를 보이면서 써 내려간 솜씨가 부럽다. 때로는 좋은 수필을 대하며 문장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이 써내려 간 문우들의 고백에 절로 머리가 숙여질 때도 많았다.

 

 어느 날 선배의 글을 읽고  참 글을 잘 쓰셨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직 멀었어.’ 갈 길이 멀다며 무작정 글을 쓰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우러 다닌다며 웃으셨다. 그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일 텐데, 앞으로 더욱 수련하여 한 편의 글이라도 잘 써 보고 싶다는 각오에 내 마음도 끌렸다.

 

 수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보았지만, 갈수록 쉽지가 않다. 지난 세월에 낙수진 사연들을 모아 생명력을 불어넣어 형상화하려니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무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노력을 배가해 보지만 좋은 글이 되기에는 턱없이 멀게만 느껴졌다. 좋은 작품을 읽으며 흉내도 내보지만 욕심을 부려 글을 망치고 마는 경우가 수두룩해서 쓰고 지우노라 날밤을 지샐 때도 있었다. 녹슨 두뇌며 굳어진 손마디로 쓰고 지우는 것을 지켜보는 아내가 포기를 종용하지만, 결코 돌아설 수가 없어 새로운 각오를 다져본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써보는 것은 수필쓰기의 기본이다. 금번 해프닝은 나를 감찰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어려움 없이 얻어지는 보람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독자에게 다가 갈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하며 열심히 써보려고 한다. 허심탄회하게 삶을 고백하고 문장을 간결하게 맺고 끊는 수련을 해야겠다. 조급히 서두르지 말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수필을 쓰고 또 써야겠다.

 

 병가지상사라 하였거늘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자. 실수는 살아 있다는 반증이라고 자위하며 수필을 쓰고 싶다. 

                                                          (2020.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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