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고향, 대구가 아프다

2020.03.02 01:43

정근식 조회 수:5

지금 내 고향, 대구가 아프다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정근식 

 

 

 

  세계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다. 지난 연말 중국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세계 모든 국가가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 수준을 228일 ‘매우 높음’으로 상향까지 시켰다. 중국에 이어 우리나라, 이란,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확산세가 가파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구경북지역 중심으로 신천지교회와 관련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정부는 증상이 의심되면 즉시 확진자를 가려내고, 확진자와 관련된 사람들을 격리조치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 우리나라의 체계적인 감염병관리나 검사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에 대해 칭찬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부 선진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있어 그 비용 때문에 검사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비용이 미국은 400만원, 일본은 80만원 정도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마땅한 치료약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조차 하지 않는 국가도 있다고 한다.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 국장이었던 스콧 고틀립은 우리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역량과 보건당국의 정보공개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만큼 검사를 하지 않는 등 관리가 미흡하여 향후 질병의 거대한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누적 검사건수가 94천 명인데 비해 일본은 7천 명이라고 한다. 검사인원으로 본다면 일본은 우리나라의 10%도 채 되지 않는다. 만약 일본이 우리나라처럼 질병을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를 한다면 확진자는 우리나라보다 휠씬 더 많았을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대구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온 시민의 몸과 마음이 많이 아프다. 상가는 거의 문을 닫았고, 도로에 차와 사람들은 사라졌으며, 시내버스는 손님 하나 없이 빈차만 운행되고 있다. 경제적인 손해야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지자체에 빈 병상이 있는데 확진을 받고 대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아쉬운 생각이 든다. 몸이 아픈데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상상해 보라.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물론 환자들 중에 신천지 신도가 많으니 책임을 물을 수도 있지만, 신도 여부를 떠나 모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현재 대구에서 확진을 받고 입원대기 중인 사람이 5백 명 이상이며, 병실을 기다리다가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다. 참다못한 일부 감염자는 검사를 받기 위해 타지역으로 옮겨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대구시민이 동생이 거주하는 전주에서 확진을 받았는데, 확진자와 같은 호텔에 묵었던 프로농구 선수들이 격리되어 프로농구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입원실이 없어서 검사를 받지 못해서 대구를 탈출하는 사람이 없도록 다른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슬픈 현실에서, 반가운 소식은 광주 부산을 비롯한 일부 광역지자단체장들이 대구지역 환자를 지역병원에 수용하겠다 하고, 전북도의회에서는 대구지역 확진자를 전북에서 수용하자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또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기업, 연예인 등 많은 사람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하고 있으며, 광주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수백 명의 의료진이 봉사활동을 위해 대구로 향하고 있다. 대구에 가족이 있는 나는 많은 국민들이 대구시민에게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을 보면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맙고 또 고맙다.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돈으로 마스크를 구입하여 대구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대구에서 생산한 상품을 구매해 준다면 고마워 할 것이다. 그러나 대구시민들이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적인 지원이 아니라 확진자 치료이다. 지금처럼 확진자가 집에서 대기하도록 한다면 감염자도 사망자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만약, 감압병실에 여유가 있는 지자체가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인 대구확진자 수용을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는 힘들었을 때 도와주는 사람을 오래오래 기억한다. 병실에 여유가 있는 지자체에서 대구지역 확진자를 치료해 준다면 따뜻한 대한민국을 더욱 오래 기억하며 감사해 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코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퇴치될 것이다. 메르스도 사스도 A형독감도 몇 달만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길어야 앞으로 2,3개월 정도일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하면서, 다른 곳에 병실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이웃을 지켜봐야 하는 대구시민은 오래도록 춥고 서러울 것이다. 지금 내 고향 대구는 몹시 아프다.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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