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군과 폭군의 차이

2020.03.02 12:31

박제철 조회 수:6

성군(聖君)과 폭군(暴君)의 차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금요반 박제철

 

 

 

 나는 왕이며 나에게는 충실한 다섯 명의 신하가 있다. 일상생활을 같이하면서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인사이동을 하여 바꿀 수도 없다. 그들이 없으면 나 또한 살 수 없으니 잘못해도 가르치며 평생 동행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기들의 하는 일이 나누어져 있으며,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충성스런 신하를 하나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신하 하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지만 가까이 있는 것은 더 잘 본다. 장미꽃도 보고 호박꽃도 보며 예쁜 여자도 보고 밉게 생긴 여자도 본다. 눈은 본 그대로를 나에게 전달한다. 어떤 것이 예쁘고 미운 것인가의 판단은 왕인 내가 한다.

 

 귀명창인 신하도 있다.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소리며 가을에 살포시 떨어지는 낙엽소리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듣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잘 듣는 것은 사람들끼리 하는 말소리다. 좋은 말 나쁜 말, 사랑한다는 말 미워한다는 말 등 온갖 소리를 잘 듣는다. 귀명창인 신하도 듣는 소리를 나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어떤 말은 좋고 어떤 말은 나쁘다는 것은 왕인 내가 판단한다.

 

 세 번째 신하는 냄새를 기막히게 잘 맡는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나 좋지 않은 고약한 냄새는 물론 밥을 먹을 때 음식이 맛있고 맛없는 것까지 냄새로 맡는다. 그런 신하를 일컬어 개코라고도 한다. 개코는 거실에 앉아서 TV를 보면서도 주방에서 음식이 타는 것을 냄새로 맡고 그것을 나에게 전달하여 낭패를 면하게 하기도 한다.

 

 네 번째 신하는 맛을 잘 보는 신하다. 음식을 만들 때 맛을 모르고 만든다면 어찌되겠는가? 짜거나 싱거우면 맛이 없다. 초무침을 할 때면 약간 시큼해야하고 식혜를 만들 때는 달달해야 맛있지 않던가? 이 신하는 밥상머리에서 맛을 여과 없이 나에게 전달한다. 짜면 물 좀 부어서 먹으면 되고 싱거우면 간장 좀 넣으면 될 일이지만 싱겁다느니 짜다느니 투정을 부리는 것은 왕인 내가 한다.

 

 마지막 신하는 왕인 내가 시키는대로 한다. 향긋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커피전문점으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면 맥주집으로 가자고 하면 그곳으로 간다. 운동을 하고 싶어 등산을 가자면 산에 오르고 글을 쓰자고 하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도 한다. 왕인 내가 하자는대로 해주는 충성심이 강한 신하, 즉 내 육신이다.

 

 나만 이런 신하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다 거느리고 있지만 거느리고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람들은 그저 눈이 아름답고 미운 것을 분간하여 보는 것으로 알고, 귀가 좋고 나쁜 소리를 듣는 것으로 알며, 코가 맛있고 고소한 냄새를 맡는 것으로 안다. 사람들은 몸뚱이가 있는 것은 다 알지만 그 몸뚱이를 마음대로 조종하는 내 마음이 왕인 줄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많다. 즉 왕인 나는 내 육신 중의 성품인 마음()이고 다섯 명의 신하는 눈()과 귀()와 코()와 입()과 몸()을 말한다. 이를 합하여 원불교에서는 사람으로서 근본이 되는 육근()이라 하며 이 육근을 잘 사용하여 부처가 되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상대적 사회다. 좋은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 있고,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고, 예쁜 것이 있으면 미운 것도 있다. 충성스런 내 신하들은 보고 듣고 냄새와 맛을 가감 없이 왕인 나에게 전할 뿐이다. 예쁘고 밉고, 좋은 말 나쁜 말, 향기롭거나 나쁜 냄새, 맛있고 맛없는 것은 왕인 내 마음이 분별하여 판단한다. 예쁜 것을 예쁘다하고 미운 것을 밉다고 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겠는가? 예쁘고 듣기 좋으면 ‘참으로 예쁘고 듣기 좋구나.’ 하고 분별만 하면 될 일인데도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은 욕심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다.

 

그 욕심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던가?

우리나라 몇 분의 대통령은 자신의왕인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권력욕심에 또는 돈 욕심에 집착하여 나라를 망치고 외국으로 도망가기도하고 형무소에 가기도했다.

 

 나의 다섯 신하는 충성스럽다. 그 신하들이 가져다주는 정보를 잘 분석하고 가공하여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 모든 사람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훌륭한 사람이라 하지 않겠는가? 왕인 내 마마음은 하나인데 그 속에는 선()과 악()이 같이 들어 앉아 같은 정보를 가지고 선()으로 사용할 것인가, ()으로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서로 싸운다. 이것을 일러 갈등이라고 하며, 어려운 일을 하려면 많은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일체의 모든 것은 마음에 있다는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폭()을 잘 대라는 말이나, 양심(良心)대로 살아야한다는 말은 나 자신의 왕인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말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를 운전하며 건널목을 건널 때는 일단 멈추고 좌우를 살펴 안전하면 건너지 않던가? 말 한마디 할 때나, 욕심이 일어날 때나, 짜증과 화가 날 때도 건널목 통과하듯 멈추고, 생각하고, 실행한다면 성군(聖君)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어리석은 폭군(暴君)이 되지 않겠는가? 나는 가끔 내 마음을 잘못 쓰곤 죄 없는 안(),(),(),(),()만 탓할 때도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신하 탓만 할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성군(聖君)이 되고 싶다. 먼 훗날 나는 과연 어떤 왕이 될까 하는 상상의 나래를 펴보면서 말이다.

                                                                          (2020.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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