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으로 본 세상

2020.03.21 14:26

전용창 조회 수:1

카톡으로 본 세상

꽃밭정이수필문학회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전 용 창

 

 

 

 ‘하도 답답해서 바람 쐬러 북한강쪽으로 go go~~합니다.’ 아침 일찍 서울 친구로부터 주말 소식이 전해졌다. 목동에서 자전거에 몸을 싣고 한강길따라 달리는 친구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칠순의 나이에도 현장에서 활동하며 마냥 청춘으로 여유롭게 사는 친구에게 찬사를 보냈다. 자전거 탄 모습, 춘천 막국수 사진도 보내왔다. 그도 마음이 한가해서 나들이한 것은 아니다. 장성한 남매가 버젓하게 직장dl 있음에도 아직 결혼할 생각은 하지 않으니 걱정일 테고, 어머니는 전주 한 요양병원에 계신지가 벌써 4년 가까이 되니 나날이 긴장하며 보낸다. 그런데도 여유를 가지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지난달에 서울의 K 친구가 집안 애사로 내려와 함께 문병을 갔다. “용창이 왔어? 그냥 오지 뭘 사왔냐?”하시며 반기셨다. 함께 온 K 친구가 “어머니, 제가 누군지 알아요?”라고 물으니 처음에는 “몰라.” 하셨다. 다시 친구가 “오모자 몰라요?”라고 재차 물으니 “오모자 알지. 니가 오모자냐?”하시며 웃으셨다. 나도 친구도 웃었다. 곁에 있던 요양사도 ‘오모자’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본다며 웃었다.

 

 ‘오모자’ 친구는 체격은 작아도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다방면에 재능이 많았다. 대학시절에는 옷도 항상 세련되게 입고 다녔다. 한 번은 친구 집에서 함께 잠을 자는데 바지를 펴서 물을 뿌리고는 요밑에 깔고 있었다. 왜 그냥 걸어놓지 깔고 자냐고 물으니 깔고 잔 뒤 아침에 꺼내면 다리미질을 한 것처럼 반듯하다고 했다. 그렇게 정갈하니 그 당시 어머니 눈에는 ‘오모자’로 보인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50년이나 지난 추억을 어떻게 다 기억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친구 형제는 효자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병원비를 절감하기 위해 공동 요양사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친구 어머니는 단독 요양사의 도움을 받는다. 그분은 아침에 출근해서 퇴근 시까지 간병에서 말동무까지 해주니 96세인데 아직도 청각도 좋고 시력도 좋으시다. 언젠가 어머니는 요양사를 가리키며 나에게 말했다. “우리 딸이여, 우리 딸….” 서울 친구는 날마다 요양사를 통해 어머니와 안부를 주고받는다. 어머니의 편안함을 확인하고 북한강으로 하이킹을 나섰나보다. 친구의 효심이 훈훈한 봄바람으로 다가왔다. 학창 시절 친구와 같이 불렀던 조영남의 ‘사월에 떠난 여인’을 영상으로 보내주었다. ‘꽃피는 사월에 만나서 맺은 사랑 / 사월의 마지막 그날에 떠나가고 / 행복에 겨웠던 내 마음 눈물젖네 / (후략) 친구는 산수유꽃도 보고, 목련꽃도, 살구꽃도 보고, 황금종 개나리꽃도 보고 오겠지. 친구여 잘 다녀오시게.

 

 

  한참을 지나니 이제는 시인 동생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한 폭의 한글서예였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후략) ‘경자년 봄날 김동환 시를 설우 전용직 쓰다.’ 한글 서예가 어렵다던데 참 잘 썼다. 노랫말을 보니 콧노래가 나왔다. 나는 답신을 보냈다. ‘때론 시를 쓰며, 때론 한국화로, 때론 서예로 마음을 다스리니 코로나 사태에도 평정심을 이루는구나. 참 좋다.’ 체육교사였던 동생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하여 모두가 싫어하는 벽지에서 근무하며 주말에만 집에 왔다. 여유가 생긴 시간에 예술의 여러 장르를 넘나들고 주민들에게 ‘사자소학’도 가르쳤다. 때론 비문도 써주고, 시비도 써주고, 가훈도 써주니 받는 사람이나 써주는 사람이나 얼마나 기쁘고 보람이 되었을까?

 둘째 동생은 ‘형님들은 시로 글씨로…. 그런데 저는 특별한 게 없네요.’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런데 동생은 시나 수필로만 마음을 전하는 형보다 선한 일을 실천하는 천사이니 더 좋은 일을 하고 있고 훌륭해.”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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